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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로와 아마추어 ... 그래도, 후회는 없다 / 피터 퍼스트브룩 그래도, 후회는 없다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맬러리를 찾아서) Lost on Everest Searching for Mallory & Irvine / 피터 퍼스트브룩 / 정영목 옮김 / 지호 패러는 1922년 1월 말 맬러리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 여름에는 진짜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원정대는 4월 초에 떠나서 10월에 돌아옵니다. 갈 생각 있습니까.?" 사실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여 준 적이 없었다. 그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일을 주도하게 해 놓고 만족하는 편이었다. 1913년 존 노엘의 첫인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 끔찍한 나라의 거주자들은 자기네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결코 잊을 수 없는 매력.. 더보기
역사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 바리데기 / 황석영 바리데기 / 황석영 / 창비 거럼,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 내가 덧붙였다. 가엾지.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디. 아직도 세상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하루라도 맘 편히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는 입속에서 우리말로 자유......라고 중얼거려보았다. 말이란 물건을 만나야 잊지 않게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 소슬바람 불어오던 두만강변과 백두산 자락의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꽃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노랑 하양.. 더보기
인간, 소통 ... 소립자 / 미셸 우엘벡 소립자 / 미셸 우엘벡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Mr. Know 세계문학) 아이는 종종 자전거를 타고 들판에 나가기도 한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노라면, 한없는 행복감으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럴 때 아이는 삶이 영원할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어린 시절에 느끼는 그런 영원성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달리는 자전거 양 옆으로 풍경이 천천히 지나간다. 동물 사회는 거의 모두가 어떤 지배 체제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 지배체제는 구성원들간에 힘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결합되어 있고, 엄격한 위계 질서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브뤼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엄청나게 행복했던 그 몇 초와 카롤린 예세얀이 가만히 손을 밀어냈던 그 순간을 두고두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돌이.. 더보기
인간답게 살기 ...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김춘미 역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살아야 한다, 라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그리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이웃 사람들의 괴로움의 성질과 정도라는 것이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용적인 괴로움, 그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괴로움. 겁쟁이는 행복.. 더보기
가족, 관계에 대한 고민 ... 공중 정원 / 가쿠타 미츠요 공중정원 / 가쿠타 미츠요 / 임희선 역 / 작품 에리코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은 한 5년 전부터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결부되어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난 생각한다. 5년 전에 에리코는 나와의 육체관계를 거부했다. 언젠가는 풀리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대로 5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대화도 맞물리지 않게 되었다. 에리코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바로 그런 착각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사람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잖아. 그게 선입견이라는 거야.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진짜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말할 필요가 없어서 입 밖에 내지 않는 일이라면 많이 있다. 그리고 또 밭도 보이지? 그 파란색도 건전한 이미지를 주거든.. 더보기
나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고 있는가 ... 눈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뜬 자들의 도시 Seeing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 정영목 역 / 해냄 희망은 소금 같은 거야. 영양분은 안 들어 있지만, 그래도 빵에 맛을 내주거든. 하지만 우리에게 저 이상한 기계를 연결시킬 때 아무도 우리한테 지금 예민하냐고 물어보지 않던데요. ......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바로 장관님처럼, 바로 댁처럼 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댁한테 나하고 같이 자고 싶으냐고 물었다면 댁은 뭐라고 말했겠어요, 저 기계는 머라고 말했을까요. 우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상황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지요.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나이가 들.. 더보기
나는 눈을 뜨고 있는가 ...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 정영목 역 / 해냄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죠, 우리가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때로는 눈물이 우리를 구해주기도 하거든요, 울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때도 있는 거죠.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완전히 동물처럼 살지는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은 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에게, 여기 혹시 침대 남는 것 있소, 하고 물었을 때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이것 역시, 다른 사람들의 요구와 조건을 우호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그런 정신 상태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 더보기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겨우 사랑하기 / 미셸 깽 겨우 사랑하기 Aimer a Peine / 미셸 깽 Michal Quint / 김예령 역 / 문학세계사 저는 이들 가족이 나름의 방식을 통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저 그런 범죄가 실재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진실로부터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지만 않으면 충분한 것이니까요. 그와 함께 전 저 자신도 그들의 소박한 품위에 걸맞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틸 가의 자손들이 손님방에 머물렀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남기고 간 우애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지요. 그들은 감정의 유토피아를 꿈꿨다고 할까요. 우린 마을 꼭대기에 웅크리고 있는 오래된 교회 앞 광장에 앉아 꾸밈없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짧지만 영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보기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 처절한 정원 / 미셸 깽 처절한 정원 Effroyables Jardins / 미셸 깽 Michel Quint / 이인숙 역 / 문학세계사 실제로 사태가 벌어지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있는 것 중 무엇을 마음에 담고 저 세상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구나. 마지막까지 가슴에 남는 누군가의 손과 눈, 입술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라면 더욱 좋겠지. 그런데 피클 병만 보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뭐냐. 1941년 8월 14일 법령! 바르베스 지하철 역에서 파비엥이 폭탄 테러를 하자 페탱이 독일놈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파비엥 대신에 인질들을 잡아 사형시키기 위해, 8월 22일에 통과시킨 후 날짜를 소급해서 시행한 법령 말이야! 우린 똥덩어리 같았어.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지... 더보기
상처받지 않은 척 하지 말것 ...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역 / 민음사 하지만 너, 지금은 힘들어. 힘들다는 것을 알려줄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까, 내가 대신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 뭐 다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난 그나마 다행이었지. '왜 그러는데?' 라고 묻자, 유이치는 정색하고, '요 한 달 동안 내내 그런 말 들었어. 가슴을 저미는 말이야.' '그래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 더보기
타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가능한가? ... 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 수전 손택 Susan Sontag / 이재원 역 / 이후 피사체가 우리에게 더욱 더 친숙할수록, 사진작가는 훨씬 더 신중해지는 법이다.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완전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식민지화된 아프리카는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의식 속에 주로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일련의 잊지 못할 사진들로 존재한다. ...... 이런 사진들이 보여주는 광경에는 이중의 메시지가 있다. 이 사진들은 잔악하고 부당한 고통, 반드시 치유해야만 할 고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와 동시.. 더보기
사랑, 끝나지 않는 ... 사랑의 역사 / 니콜 클라우스 사랑의 역사 The History of Love / 니콜 클라우스 / 한은경 역 / 민음사 나는 남들에게 나를 보이려고 애쓴다. 밖에 나갔다가 목이 마르지도 않은데 주스를 살 때가 있다. 가게에 손님이 너무 많으면 잔돈을 다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면 5센트와 10센트 동전이 사방으로 굴러간다. 나는 무릎을 꿇는다. 무릎을 꿇는 건 힘든 일이고 다시 일어나는 건 더욱더 힘든 일이다. ... 그저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날 죽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외로움, 그것을 전부 받아들일 만한 내장은 없다. 살아있는 한 다시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맹세하던 소년이었던 그 남자가 자신의 약속을 지킨 건, 고집이 세거나 그녀에게 충실해서가 아니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3년 반이나 숨어서 지낸 마당에 .. 더보기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기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송은주 역 / 민음사 믿을 수 없게 슬픈 날이었지만, 엄마는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어떻게 엄마한테 그 말을 해줄까 궁리하고 또 궁리했지만, 어떤 방법을 생각해 봐도 다 이상하고 어색했다. 엄마는 내가 만들어준 팔찌를 끼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기분이 최고로 좋았다. 나는 엄마에게 장신구 만들어주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러면 엄마가 행복해한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또한 나의 레종 데트르다. 엄마는 아직 스크래블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거울을 볼 때가 아니라든지. 필요 이상으로 전축을 크게 틀어놓으면 안 된다든지. 그런 일은 아빠한테도 옳지 않고, 나한테.. 더보기
역사 속 한 인물에 대해서 ...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 김탁환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1, 2, 3 / 김탁환 / 민음사 눈과 눈이 마주치고 말과 말이 섞이다 보면, 꽃나무가 피기도 하고 맑은 시내가 흐르기도 하는 법이지요. 옥인(玉人)! 여리디여린 물방울 하나가 장강(長江)을 만들 듯. 누구에게나 아득한 슬픔을 낳는 첫 외로움의 순간이 있다. 세상 그 어떤 소리보다도 더 큰 소리는 심장 뛰는 소리다. 새벽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발가락이 차다. 큰아줌마는 늘 발을 긴장시키라고 했다. 신발도 꽉 끼는 것만 신고 추운 겨울에도 발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지내라고 했다. 머리는 쉬더라도 발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다급한 일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천 년 만 년 흘러도 결코 잊지 못할 하루가 있는 법이야. 큰 강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마음을 집중해서 살피지.. 더보기
위로가 필요할 때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 2003년엔 선암사가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봄이 되고, 가을이 되고, 계절이 바뀌고, 마음이 헛헛해지고, 쓸쓸해지고, 가끔 울고싶은 일이 생기면 종종 찾았었는데... 한 2년쯤 못가본거 같다. 봄 되면... 더보기
묘한 느낌 ...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 / 권남희 역 / 은행나무 변화가 없으면 원래의 그 지루한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요즘들어 신야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능성을 감추고 있었는지, 그가 어떤 식으로 살았고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그가 버스 안에서 내게 무슨 말을 해주었는지, 그런 것들을 누군가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그런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 ...... 어쩌면 이 집의 공동생활은 그런 것들을 끌어들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요스케는 왠지 히라가나의 '후(ふ)'라는 글자와 잘 어울렸다. 특별히 축 처진 어깨.. 더보기
사랑하는 마음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 / 알랭 드 보통 / 정영목 역 / 청미래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가 해결책을 발명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대개는 무의식적인) 요구, 사람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2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빚어내며, 우리의 욕망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 제2장 이상화 13. 서로 이끌리고 있다는 기호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가 기호들을 찾으면 찾을수록, 읽을 수 있는 기호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 더보기
시대를 살아간 한 인물에 대해서 ... 나,황진이 (주석판) / 김탁환 나, 황진이 (주석판) / 김탁환 / 푸른역사 진(眞). 참된 자. 그것이 어머니의 바람이었답니다. ...... 진이라 불리는 사람이 거짓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거짓을 부리고픈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포기해야 했답니다. 어머니가 내게 남긴 그 어떤 유산보다도 '진'이라는 글자 하나의 위력이 컸던 것이지요. 참도 불쾌하고 거짓도 불쾌하니 그 둘 전부를 마음에 담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참된 곳 하나만을 향해 성난 사자처럼 달려들었지요.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요. 동글고 부드럽게 감싸 안거나 두 눈 꼭 감고 지나쳐야 하는 자리에서도 지나체게 밝고 곧은 길만을 고집하며 귀중한 삶의 가르침들을 놓친 것은 아닐까요. 돌이길 수 없는 일들, 돌아갈 수 없는 곳.. 더보기
우리가 가진 편견들에 대해서 ...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 볼프강 벤츠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Bilder Vom Juden / 볼프강 벤츠 / 윤용선 역 / 푸른역사 프라하의 유대인 공동묘지. 1478년에 조성되었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약간 확장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중세 때의 규모와 비슷하다. 공간이 부족하여 무려 12층까지 포개어 매장하기도 했다. 비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찬 비석의 수는 1만2천여 기이며, 실제 매장된 사람 수는 1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위조에 관한 정확한 발견이나 잘못된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코의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우리는 그 현상이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을 목격한 뒤에 소설이 이처럼 삶에 침투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없다. 다만 악의적인 이야기가 광신자의 머리 밖으로 나와 현실이 .. 더보기
마음 ... 연애시대 / 노자와 히사시 연애시대 1,2 / 노자와 히사시 / 신유희 역 / 소담출판사 둘이 함께 살아가는 기쁨이란 앨범을 넘기는 일이 아니야. 둘이서 옛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좀 더 즐거운 일이 앞으로도 많이 일어날 거라고 꿈꾸는 일이야. 술에 강한 나는 저렇게까지 취해 망가진 적이 없었는데. 워낙 리이치로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지. 그렇기때문에 리이치로의 어깨를 베개삼는 것이 얼마만큼 편안한지도 몰랐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쓸쓸한 일이었다. 연애라는 건 좀 이기적인 거야. 제삼자의 행복을 바라고 당장 눈앞의 상대와 올릴 결혼이 10년이든 15년이든 행복하게 지속될 수 있다니, 그건 네가 연애를 너무 쉽게 보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눈앞의 상대를 위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이기적인.. 더보기
사진을 찍는 이유 ...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사진강의 노트 Teaching Photography ... 필립 퍼키스 / 박태희 역 / 눈빛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Fred Martin)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 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 연습 6 빛을 지켜보기 whaching light 중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더보기
인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다 ... 운명 / 임레 케르테스 운명 Sorstalansag / 임레 케르테스 / 박종대 역 / 다른우리 사람들은 어디서나 뭔가 새로운 것을, 그것도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시작한다. 강제 수용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체험했다. 당분간은 착실한 수감자가 되는 것으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미래의 일이었다. ...... 내가 보기에는 그들 역시 똑같이 애를 썼고 똑같이 좋은 뜻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착실한 수감자가 되는 것은 중요했다. 착실한 수감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누구나 번거롭더라도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삶 자체가 우리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다. ...... 정작 나를 괴롭히고 나의 확신을 어떤 식으로든 무너뜨린 진짜 장본인은, 결국 (내가 이성적.. 더보기
뜨겁게 사랑하고 용서하고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 푸른숲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 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 소설 중 모니카고모가 문유정에게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 --- 작가의 말 중 요즘 유행하는 작가 책이라고 뉴스에.. 더보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학 ...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 공경희 역 / 은행나무 앨리스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비관적인 생각과 예상되는 실패를 피하고자 하는 희망의 관계는 악명이 높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케이블이 얼마나 길게 늘어질 수 있느냐는, 애인의 성격과 내력에 좌우될 터였다. 자기가 사랑스럽게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테고, 상대의 기둥 없이도 케이블을 수백미터 늘어뜨릴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가 부족함을 벌충하므로 '당신을 사랑해'란 말이 덜 필요하다. ......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 기둥이 훨씬 촘촘히 박혀야 했다. 그녀의 기본 감정은 항상 '당신이 .. 더보기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서 ... 잭아저씨네 작은 커피집 / 레슬리 여키스, 찰스 데커 잭아저씨네 작은 커피집 ... 레슬리 여키스, 찰스 데커 / 임희근 번역 / 김영사 사업을 하면서 아니면 우리 모두 각자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른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제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 결과에 대한 유일한 판단 기준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성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진정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최대한 좋아하도록 노력하면서, 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그저 밥벌이를 위한 일이 아닌 살아가는 낙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 더보기
여행을 위한 마음가짐 ...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The Art of Travles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 정영목 옮김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 대로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 그리고 내내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우리 눈에 감추어져 있었다 뿐이지,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 것.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이다. 이곳에서의 외로움은 모두가 나그네인 곳,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랑을 향한 좌절된 갈망이 건축과 조명에 의해 인정을 받고 또 잔인하게 기념되는 곳에서 피어올랐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유화 몇 점.. 더보기
시선 ... 카메라로 보는 방법 / 임동숙 카메라로 보는 방법 : 사진가 임동숙과 함께하는 사진적 시각훈련 / 임동숙 / 눈빛 (사진기술총서 11)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3차원의 이미지가 2차원으로 바뀔 때의 이미지 전환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사진적 시각이란 평범한 사물이 빛과 색, 질감 등 여러가지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이미지를 드러내 주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입니다. 사물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서 집중해서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N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벽에 비친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벽을 통해 드러난 이미지! 그 이미지는 N의 마음 속에 잠자코 있던 '어떤 감성' 입니다. 이런 상황을 벽이 말을 걸어온 것이라고 비유합시다. 벽이 나에게 말을 걸어.. 더보기
삶의 다른 길은 가능하다 ...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 김태언 역 / 녹색평론사 아마도 라다크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행복과 관련된 것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더디게 배운 교훈이다. 여러 해가 걸려서 선입견의 여러 층을 벗겨내고 나서야 나는 라다크 사람들의 기쁨과 웃음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삶 그 자체를 순수하고 구김없이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라다크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타고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공동체와 땅과의 긴밀한 관계가 물질적인 부나 고급 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 나는 삶의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우리는 사람이 완전히 자기 충족적이어야 한다고, 다른 누구.. 더보기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 무소유 / 법정 스님 무소유 / 법정 스님 / 범우사 얼마만큼 많이 알고 있느냐는 것은 대단한 일이 못된다. 아는 것을 어떻게 살리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쓴 인형은 많아도 인간다운 인간이 적은 현실 앞에서 지식인이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무기력하고 나약하지만 그 인형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명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무학(無學)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학문에 대한 무용론도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는 것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않고 지식 과잉에서 오는 관념성을 경계한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발랄한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지식에서 추출된 진리에 대한 신념이 일상화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