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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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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 / 알랭 드 보통 / 정영목 역 / 청미래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가 해결책을 발명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대개는 무의식적인) 요구, 사람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2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빚어내며, 우리의 욕망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 제2장 이상화 13.

서로 이끌리고 있다는 기호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가 기호들을 찾으면 찾을수록, 읽을 수 있는 기호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 제3장 이면의 의미 14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는 좀더 비뚤어진 가장이 수반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개인적 (따라서 다른 사람과 다른) 특징들을 비워버려야만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며,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다고 (따라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태도이다.
--- 제4장 진정성 18.

전통적인 이원론에서,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은 스펙트럼의 양 끝에 앉아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사랑을 한다.
--- 제5장 정신과 육체 11.

마르크스주의자의 욕망의 대상이 된 사람은 불균형이 정상으로 보이는 영역에서 정확한 균형을 성취해야 한다. 지나친 연약성과 지나친 독립성 사이의 균형. ... 클로이에게는 어려운 과제가 있었다. 나의 독립성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연약해서는 안 되고 동시에 나의 연약성을 부인할 만큼 독립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것.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통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사랑이 보답받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쓸모없는 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 제6장 마르크스주의 9. 25. 29.

우리는 서로에 대한 지식이 소유와 자유를 허용한다고 여겼다 : 나는 너를 안다, 따라서 너를 소유한다.
--- 제8장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10.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핵심은 어쩐 일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언급할 가치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너무 의미가 깊어서 아직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 제10장 사랑을 말하기 2. 22.

클로이의 독특한 버릇들은 더 큰 완전성을 가리키는 기호들로, 그것은 연인만이 읽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그 밑에 놓인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 호기심이 덜한 사람이나 사랑이 덜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의미 없어 보일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사람이란 절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이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나 미워하는 바탕에는 주관적이고, 또 어쩌면 환상적인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는 윌의 질문을 통해서 한 사람에게 속해 있는 특질과 연인이 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특질 사이의 차이를 깨닫게 되었다.
--- 제11장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7. 10.

파스칼은 설사 신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작은 가능성이 주는 기쁨이 더 큰 가능성이 주는 공포를 압도하기 때문에 신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쩌면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미망은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서만 그것을 믿을 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할 때만 해가 된다. 클로이와 내가 사랑이라는 매우 아슬아슬한 비누 거품에 대한 믿음을 유지해나갈 수만 있다면, 버스가 진짜로 빨간색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제12장 회의주의와 신앙 6. 9.

"너 또 길 잃은 고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
전에는 아무도 내 표정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지만, 클로이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그 말이 그때까지 내가 느끼던 혼란스러운 슬픔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되면서, 내 우울도 조금은 덜어지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스탕달의 말이다. 성격의 기원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있다는 의미이다. "나"라는 것은 완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유동성에 남들이 윤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소유할 능력을 상실한다. 사랑 안에서 자아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 누가 자신을 본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어떤 눈도 우리의 "나"를 완전히 담을 수는 없다. 우리 가운데 어느 부분은 절단당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치명상이든 아니든.
제14장 "나"의 확인 1. 2. 3. 4. 16.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늘 "나는 너를 지금 사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따라서 성숙이라는 것 - 잡기 힘든 목표이지만 - 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받을 만한 것을 받을 만한 때에 주는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나야 할 감정과 그런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 나중에 나타난 죄 없는 사람이 아니라 - 즉시 표현해야할 검정을 구분하는 능력.
--- 제15장 마음의 동요 11. 20.

닥터 사베드라는 안헤도니아라고 진단했다. 영국의학협회에서는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하다고 규정한 병이었다. 스페인의 이 지역에서는 여행자들 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이곳의 전원적인 풍경에 들어오게 되면 갑자기 지상에서의 행복의 실현이 눈앞의 가능성으로 대두되면서, 그런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격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서로 소리지르는 것을 견딜 수 있을지 없을지 보기 위해서라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서로의 생존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서로 파괴하려고 해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 제16장 행복에 대한 두려움 6. 14.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하자면, 어떤 면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의 길이나 수표책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이 때문이다.
--- 제17장 수축 6. 7.

인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으며, 그것 때문에 자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 제21장 자살 7.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 같고
성숙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수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