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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11분 ...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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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Eleven Minutes / 파울로 코엘료 / 이상해 역 / 문학동네



사랑을 이해하고 싶긴 하지만, 그리고 내 마음을 앗아간 남자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한 적도 있지만, 나는 이제 깨닫는다. 내 영혼에 와 닿은 사람들은 내 육체를 일깨우지 못했고, 내 육체를 탐닉한 사람들은 내 영혼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제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마리아가 그녀를 보고 웃었다. 그 여자는 예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와 닮았다. 그 여자도 마리아에게 웃어주고는 당부했다. 세상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치가 않으니 조심하라고. 마리아는 그 충고를 흘려들었다. 그러고는 자기도 이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성인이라고, 전 우주가 공모해 자기에게 해를 가할 리는 없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 중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었다.
"우리는 모두 눈물의 계곡 속에 살고 있어요."
그녀가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수도 없이 꿈을 꾸죠. 삶은 고단하고, 무정하고, 슬프니까요. 도대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거라고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렇게 오래 하지도 않을 거고요."
여자는 부드럽지만 서글픈 미소를 짓고는 사라졌다.

마리아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아직은 하나의 시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도 있느냐고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마리아는 지금 자신이 덜컥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감정, 절망이라는 감정에 의해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든 걸, 하루에 단 11분을 위해! 세상에나! 코파카바나에서 경험을 쌓은 마리아는 이제 자신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때달았다.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사랑한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각자가 느끼는 것은 각자의 책임일 뿐, 그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랑했던 남자들을 잃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난 제네바의 유명인사가 아니야. 저 남자, 나한테 다른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해. 하지만 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냐.' 그녀는 코파카바나에서 일을 시작한 수로 자신에게 늘 주입시켜온 것을 다시 한번 무의식적으로 반복했다. 그것은 그녀의 구명 튜브였고, 사랑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포기였다.

랄프가 계산서를 내미는 종업원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에겐 빛이 있어요.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것들의 이름으로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존재가 가진 의지의 빛이. 눈, 그 빛은 당신의 눈을 통해 드러나요."

마리아는 달력과 그녀에게 남은 90일, 그리고 관계가 어떤 식으로 맺어지든 그것이 품고 있을 위험을 떠올렸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지? 사는 것? 아니면, 사는 척하는 것? 지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누군가가 비판도 토도 달지 않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오늘 오후가 내가 여기서 보낸 오후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 아니면 빛을 발하는, 의지로 충만한 여자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가버리는 것?'
그와 함께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동안,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마리아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삶의 큰 선물이었다.

그녀는 또다시, 이번에는 연필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잠시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어린 소년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용서했다.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단 한 번 시도한 뒤 포기하고 만 자신감 없었던 소년의 잘못이었다.

왜 나한테 '난 손님이오.'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보고 싶었다' 든지, 아니면 '함께 보낸 오후가 정말 좋았다' 든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나도 대답했을 텐데. 나는 여자고, 연약하고, 게다가 클럽은 나의 직장이니까 여기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고, 나의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고.

열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그것에 맹목적으로 뛰어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덜 파괴적인 태도일까?

그녀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 그가 거기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이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녀는 볼펜을 그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당신이 갖고 싶어할 물건을 사주는 대신, 나에게, 진짜 나에게 속하는 물건을 당신께 드리는 거예요. 선물이죠.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 그 사람 가까이에 있는 것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방식이에요.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 자신의 일부를 소유하는 거예요."

"어렵지 않아요. 난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어요. 그걸 당신에게 가르쳐드릴게요. 선물은 당신에게 속하는 물건을 주는 거예요. 중요한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줘야 해요. 당신은 내 보물을 가졌어요. 내 꿈들 중 몇 가지를 쓴 볼펜을요. 그리고 나는 당신의 보물을 가졌어요. 당신이 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인 객차를. 난 이제 당신 과거의 일부분을 지니고 있고, 당신은 내 현재의 약간을 간직하고 있어요. 그건 너무나 좋은 일이죠."

"그러지 말아요. 일주일 동안 기다려요. 기다리는 게 제일 힘든 일이에요. 난 그 기다림에 익숙해지고 싶어요. 당신이 내 곁에 없어도 당신이 나와 함께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요."

깊은 욕망, 가장 실제적인 욕망, 그것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이다. 거기서부터 반응이 일어나고, 남자와 여자의 게임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순수 상태의 욕망이다.
욕망이 아직 이 순수 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 남자와 여자는 삶에 대해 열광하고, 다음번 축복의 순간을 기다리며 매 순간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경솔한 행동으로 사건을 앞당기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불가피한 것은 반드시 발현되리라는 것, 진실은 늘 자신을 드러낼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내 순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이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어떠한 마술적 순간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는 두 여자다. 한 여자는 기쁨, 정렬, 삶이 그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모험들을 맛보길 갈망하고, 다른 한 여자는 진부한 일상, 가족적인 삶, 계획하고 완수할 수 있는 자잘한 행위들의 노예가 되기를 갈망한다. 나는 한 몸 속에 살면서 서로 싸우는 주부이자 창녀다.
한 여자에게 자기 자신과의 만남은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는 하나의 게임이다. 신성한 춤이다. 우리가 만날 때, 우리는 두 개의 신적 에너지,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우주다. 그 만남에 서로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면, 한 우주는 다른 우주를 파괴한다.

난 욕망을, 우리들의 만남을, 산티아고의 길에서의 산책을, 당신의 빛을 기억할 거요. 당신이 준 볼펜을 특별한 곳에 고이 간직할 거고, 벽난로에 불을 피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 거요. 하지만 두 번 다시 당신을 찾지 않을 거요."

랄프가 마치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을 이었다. "그는 내 그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그림을 통해 정확하게 꿰뚫어볼 줄 알았소. 이튿날 그가 호텔로 날 찾아와 물었어요. 행복하냐고, 행복하다면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를 따라가 함께 며칠 보내지 않겠느냐고.
그는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하고 있는 것처럼 날 돌 위에서 걷게 했소. 그는 나를 추위에 떨게 만들었소. 그는 나로 하여금 고통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강요했소. 단,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가하는 고통이었소.

과거에 그것이 성스러웠든 아니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짓이 혐오스럽다. 그것은 내 영혼을 파괴하고, 나 자신과의 접촉을 방해하고, 아픔이 하나의 보상이라고,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고 정당화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내가 불행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전에,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고, 아직도 몇 주를 더 버텨야 한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이 모든 것을 정상적인 일로, 내 인생의 한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여길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잊고 싶다. 난 사랑을 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사랑만이 필요하다.
잘못 살 사치를 부리기에는 삶은 너무 짧거나 너무 길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자들 역시 여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바람에 흩어질 말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싶었고, 그는 그 말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