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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 처절한 정원 / 미셸 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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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정원 Effroyables Jardins / 미셸 깽 Michel Quint / 이인숙 역 / 문학세계사


실제로 사태가 벌어지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있는 것 중 무엇을 마음에 담고 저 세상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구나. 마지막까지 가슴에 남는 누군가의 손과 눈, 입술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라면 더욱 좋겠지. 그런데 피클 병만 보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뭐냐.

1941년 8월 14일 법령! 바르베스 지하철 역에서 파비엥이 폭탄 테러를 하자 페탱이 독일놈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파비엥 대신에 인질들을 잡아 사형시키기 위해, 8월 22일에 통과시킨 후 날짜를 소급해서 시행한 법령 말이야!

우린 똥덩어리 같았어.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지.

침묵이 흘렀지. 침묵이 새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 마저 몰아내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어.

죽고 사는 일을 타인의 손에 맡기거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대가로 자신이 살아난다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악이 선을 이기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악의 편에 있는 독일 군복을 입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야.


이사하면서 읽은 책들은 박스에 담아놓고
사놓고 읽지 않은 책과 읽었지만 종종 들춰보고 싶은 책만 책장에 남겨놓았는데.
이 책이 3년전에 사서 읽고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다.

영화 '타인의 삶'을 봤을 때 받은 감동과 비슷한 느낌.
레지스탕스의 첫번째 임무로 지하철역을 폭발하고, 인질로 잡힌 형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을 위로했던 어릿광대 출신의 군인
폭발 사고로 화상을 입고 죽어가는 남편을 범인으로 신고한 여성
살아남아 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 동생
함께 살아남아 평생을 어릿광대로 봉사하며 살아간 형

인간의 존엄성은 다른 사람에 의해, 권력에 의해, 정치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영화화된다던데 이미 된건지, 아닌건지, 하고 있는건지... 몹시 궁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