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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서로 다름의 인정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Vanishing Voices : The Extinction of the World's Languages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 김정화 역 / 이제이북스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의 의미와 그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큰 과정의 주요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언어는 인간이 자연환경과 그 환경에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고, 유지하고, 전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언어의 위기에 관한 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보존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지킬.. 더보기
살인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 로버트 K. 레슬러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이상살인자들의 범죄심리를 해부한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의 수사기록 로버트 K. 레슬러 / 황정하, 손명희 역 / 바다출판사 여러 연구에 따르면 출생 후 6~7세까지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어른은 어머니이며, 이 시기에 아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한 살인범들의 경우 어머니와의 관계는 한결같이 차갑고 냉담하며 사랑이 결여되어 있었다. 정서적인 온기를 느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들끼리 애정이나 상호의존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고 배울 여지도 없었다. ... 잠재적인 살인범들은 8~12세 사이의 시기에 외톨이로 굳어지며, 고립은 그들의 정신적 발달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을 외톨이로 만드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더보기
편견과 차별이 없도록 ... GO / 가네시로 가즈키 GO (2000년 일본 나오키문학상 수상작) / 가네시로 카즈키 / 김난주 역 / 현대문학북스 일본에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버지는 북조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북조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한(할)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과, 일본에 있는 '조선인(한국인)'에게 한국 정부보다 더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아버지는 조선 국적을 지닌 소위 '재일 조선인'이 되었다. "국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거야. 네 녀석은 어느 나라 국적을 사고 싶으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 순응하며 그저 살아왔을 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조선학교의 난폭한 놈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속이 꽉 찬 연어가 주어진다. 그 놈은 연어를 연신 먹어대는 탓에 몸이 점.. 더보기
정조암살미스테리 ... 원행 / 오세영 원행 / 오세영 / 예담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실학이니 뭐니 하면서 전제 개혁을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가진 자의 것을 힘으로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누어주어서 성공한 예는 없었다. 그것은 또 다른, 어쩌면 더한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약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자유전과 토지공유에 대해서는 이익과 생각이 같았지만 똑같이 나누는 데는 생각이 달랐다. 나누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서 차등분배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공정한 평등이며 성실하고 근면한 심성을 키우는 방책이다. 개혁은 그렇게 추진되어야 한다. 자고로 많은 사람이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모두가 못사는 세상으로 끝을 맺지 않았던가. '좋은 세월이라...... 하루빨리 좋은 세월이 와야 할 텐데. 사람과.. 더보기
엄마, 혹은 아빠 ... 도쿄타워 / 릴리 프랭키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작 / 양윤옥 역 / 랜덤하우스 '부모자식'은 계속해서 덧셈이지만 '가족'은 더하기뿐만 아니라 빼기도 있는 것이다. ... 뭔가 역할을 가진,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아내나 남편을 가진 나. 남자로서의 나. 여자로서의 나. 모든 것에 '자각'이 필요하다. 끔찍하게 귀찮고 무겁기 짝이 없는 그 '자각'이라는 것.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띈다. ... 착취하는 측과 착취당하는 측, 무시무시한 승부가 명확히 색깔별로 분류되는 곳에서 자신의 개성이나 판단력이 함몰되고 마는 모습에 빈곤은 떠도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엄니는.. 더보기
나비처럼 자유롭게 ... 잠수복과 나비 / 장-도미니크 보비 잠수복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장-도미니크 보비 / 양영란 역 / 동문선 현대신서 154 소생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상황이 좀더 복잡해졌다. 죽지는 않지만,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 즉 영미 계통의 의사들이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고 표현한 상태가 지속된다.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그날 이후 아버지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 나는 마비된 내 몸 속에 갇혔고, 아버지는 4층 계단 때문에 발목이 묶이셨다. 정상적으로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가슴 뭉클하게 감동하고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 엽서.. 더보기
철학이 없는 세상 ...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작 / 미다스북스 어른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않는 것은 그들이 관습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 아이의 경험은 경이驚異, wonder이며 그것은 반성으로 이어지고, 반성은 비판적 사고로 연결되며, 비판은 새로운 사유과 인식으로 통한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비록 박테리아의 유전자로부터 진화되었더라도, 그 원인이나 이유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 물리학적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윤리적 존재라는 사실과, 우주의 궁극적 가치가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존재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윤리적이란 자신의 생물학적 욕구를 희생하면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씨이다. 한 생명에게 있어서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 무엇인가.. 더보기
소설가 신경숙의 한계 ... 리진 / 신경숙 리진 1, 2 / 신경숙 / 문학동네 때로 어떤 다정한 말은 땅에 묻힌 씨앗처럼 사랑을 품게 만든다. ... 그의 입에서 조선어가 부드럽게 흘러나왔을 때 그녀는 언어가 감정을 변화시키는 순간을 경험했다. 리진, 이라는 발음도 아직 서툰 콜랭으로부터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조선어 발음을 듣게 된 순간, 그녀의 담담하던 마음이 일렁였던 것이다. 서로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다른 일을 할 수 없던 시절을 두 사람은 공유하고 있었다.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선실 침상 머리맡에 걸어놓은 모란도를 바라보았다. 헤어진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은 불안으로 인해 산란해진 마음을 달래준다.. 더보기
중국 현대작가의 읽어볼만한 책 ... 이혼지침서 / 쑤퉁 이혼지침서 / 쑤퉁 작 / 김택규 역 / 아고라 처첩성군 그녀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했다. 그 저수조 옆에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쑹렌은 냉정하게 이후의 삶을 예상했다. ... "체면이라구요?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체면을 따진단 말이에요?" 오래 햇빛을 못 쬐어 조금 곰팡이 내매가 나는 상자 속에는, 치워두고 입지 않은 학생 시절의 옷들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었다. 마치 지나간 날들이 밀봉되어 드문드문한 꿈과 실의를 발산하는 듯했다. "집중을 못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저라는 사람은 마음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수습할 수가 없거든요." "퉁소는 구멍이 일곱 개 있고 구멍마다 어떤 정조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연이으면 대단히 아름답고, 대단히 감상적이지요. 퉁소를.. 더보기
조선 지식인들의 정신 ... 미쳐야 미친다 / 정 민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 정민 작 / 푸른역사 추운 겨울 새벽, 입김이 나는 찬 방 이불 속에서 사각사각 눈 쓰는 소리를 듣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 집 앞 쓸다 말고, 절대 궁핍 속에서도 공부에만 몰입하는 젊은이가 안쓰러워 남의 집 마당까지 쓸어주던 그 키 작은 이웃 노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잡다한 일에 치여 공연히 투덜대다가도 이런 글과 마주하면 산란하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온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의 정보를 책상 위에서 만나보면서도 천하의 일은 커녕 제 자신에 대해서조차 알 수가 없다. 정보의 바다는 오히려 우리를 더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할 뿐이다. 왜 그럴까? 거기에는 나는 없고 정보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소유한 정보의 양이 늘어갈수록 내면의 공허는 커.. 더보기
다름에 대한 시선, 편견, 이미지에 대해서 ...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이옥순 우리안의 오리엔탈리즘 / 이옥순 작 / 푸른역사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본질적인 이미지, 서양이 상상하고 날조하는 동양을 말한다. 칸트 이래 서구 사상에서 '신비한'이란 단어는 '이성적'이란 표현의 반대 의미로 쓰였다. 이미지는 모름지기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인식의 양태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자를 보는 태도는 본래 이원적이다. 하나는 타자에게 동화하는 긍정적인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아닌 그 무엇'을 보는, 곧 타인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선이다. 가장 큰 대비점은 문명과 야만이었다. 영국 식민통치 기간의 문학 작품은 인도인을 문명국 출신의 영국인과 대비되는 비합리적 야만인으로 묘사했다. 무능하고 수동적이어서 혼자서는 변화를 추진할 수 없고 타자의 도움을 통해서만 변화하거나 발전할 .. 더보기
그의 작품 속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물들 ... 장진 희곡집 / 장진 장진 희곡집 / 장진 / 열음사 하긴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을 다 써 놓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읽어 보면... 이게 내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구나... 이게 내가 죽는 이유구나라고 생각을 해 보면... 아니더라구... 그걸 어떻게 글로 쓸 수 있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의 마지막 글엔 누군가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보단 자신의 자책이 더 많았습니다. 세상 최고의 반성문인 거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 그라고 참말 미안허요. 당신 아침 녹즙은 나가 갈아 줘야 하는디... 고거이 참말로... 맘에 걸리오. 그라도 우리 두 내외... 재미너게 살았지라? 참 억울해요. 내가 왜 죽었지? 그냥 되는 대로 살아도 될 것을 ... 울어도 될 것을... 그냥 울고 잊어도 될 것을.. 떠오르는 기억은 .. 더보기
실제하는 나와 나인 척 하는 나 ... 그대의 차가운 손 / 한 강 그대의 차가운 손 / 한 강 / 문학과지성사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소화해내야만 하며-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따뜻한 병아리를 가슴에 문지른 것처럼 몸이 부드러워지는 느낌. 내가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갖는 남모르는 기쁨이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얼굴을 본 뒤 바로 손을 살피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손은 제2의 얼굴이.. 더보기
어느 쓸쓸한 여자 이야기 ...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The Hour of Ther Star)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 추미옥 역 / 이룸 진실은 진실이니까 누구든 자기 안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다 같은 사람인 것을. 인생을 살면서 자연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인생을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그녀를 자기 자신의 존재와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인간에게는 외칠 권리가 있으니. 나는 외칠 것이다. 동정을 갈구하지 않는 단순한 외침을. '난 누구지?' 라는 질문은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갈망을 어떻게 채우겠는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세상은 나의 밖에 있어요. 나 역시 나의 밖에 있어요.' 개가 스스로 개인지 모르듯이 여자는 자신.. 더보기
이야기가 있는 철학책 ...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작 / 김관오 역 / 아르테 사람들은 별들을 쫓는다고 믿지만, 결국 어항 속의 빨간 금붕어처럼 끝을 맺는다. 진보니 문명이니 소위 '...화(化)'로 끝나는 무수한 다른 단어들에 대해 대단한 연설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고, 인간은 인간이기 시작한 이래 그다지 많이 진보하지 않았다. 인간은 늘, 자신이 우연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대다수의 호의적인 신들이 자신의 운명을 돌봐준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즉 인간들은, 행위가 아닌 말이 힘의 갖는 세상, 최고의 능력은 바로 능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반성적 의식은 가려움의 수준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까? 절대 아니다. 가렵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의식한다는 사실을 의식한다는 것은, 가렵다는 사실에 결코 어떤.. 더보기
새로운 가족의 의미는 없었다. 다만, 그녀 ...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 푸른숲 이상하게도 약한 모습을 자꾸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뭐랄까, 사랑하게 된다. 걱정하게 되고, 에잇, 왜 그렇게 못난 거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내쫓을 수가 없게 된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엄마는 정말 엄마에게 주어진 그 모든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즐길 수가 있었던 것일까.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 더보기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코엘료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코엘료 / 임두빈 역 / 문학동네 "... 상처입고, 상처 때문에 죽거나 상처 때문에 더 강해지거나. 그게 더 좋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전쟁터에서 자랐어. 아직 살아 있고. 그러니 누가 나를 보호해줄 필요는 없어." 그녀가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해주길 바랐다. ... 나는 싸구려 호텔에 묵으면서 매일 밤 기다렸다. 다시 시작하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달라고 부탁하는 그녀의 전화를. 예수께서는 아테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하셨겠지요. "내 딸아, 나 역시 바깥에 있단다. 오랫동안 그들은 내가 나의 집에 들어가게 놔두질 않는구나." 우리가 기쁘게 춤에 몸을 내맡기는 순간, 우리의 뇌는 통제력을 잃고, 대신 심장이 우리 몸을 지배하게 되지. 정점이 드러나는 건 오직 그 순간이.. 더보기
사랑 ... 사랑의 추구와 발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사랑의 추구와 발견 (Vom Sucheb Und Finden Der Liebe)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 강명순 역 / 열린책들 비너스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랑에 대해서 노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생일대의 위대한 사랑 같은 거요. 죽음을 뛰어넘고, 어쩌면 죽음까지도 굴복시키는 그런 사랑말이에요. ...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과거에도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고요. 그런 사랑은 단지 환상에 불과해요. 내레이션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위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비너스 (조용한 목소리로 미미에게) 당신은 왜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비너스 ...... 이별 .. 더보기
프로와 아마추어 ... 그래도, 후회는 없다 / 피터 퍼스트브룩 그래도, 후회는 없다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맬러리를 찾아서) Lost on Everest Searching for Mallory & Irvine / 피터 퍼스트브룩 / 정영목 옮김 / 지호 패러는 1922년 1월 말 맬러리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 여름에는 진짜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원정대는 4월 초에 떠나서 10월에 돌아옵니다. 갈 생각 있습니까.?" 사실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여 준 적이 없었다. 그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일을 주도하게 해 놓고 만족하는 편이었다. 1913년 존 노엘의 첫인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 끔찍한 나라의 거주자들은 자기네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결코 잊을 수 없는 매력.. 더보기
역사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 바리데기 / 황석영 바리데기 / 황석영 / 창비 거럼,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 내가 덧붙였다. 가엾지.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디. 아직도 세상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하루라도 맘 편히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는 입속에서 우리말로 자유......라고 중얼거려보았다. 말이란 물건을 만나야 잊지 않게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 소슬바람 불어오던 두만강변과 백두산 자락의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꽃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노랑 하양.. 더보기
인간, 소통 ... 소립자 / 미셸 우엘벡 소립자 / 미셸 우엘벡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Mr. Know 세계문학) 아이는 종종 자전거를 타고 들판에 나가기도 한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노라면, 한없는 행복감으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럴 때 아이는 삶이 영원할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어린 시절에 느끼는 그런 영원성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달리는 자전거 양 옆으로 풍경이 천천히 지나간다. 동물 사회는 거의 모두가 어떤 지배 체제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 지배체제는 구성원들간에 힘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결합되어 있고, 엄격한 위계 질서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브뤼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엄청나게 행복했던 그 몇 초와 카롤린 예세얀이 가만히 손을 밀어냈던 그 순간을 두고두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돌이.. 더보기
인간답게 살기 ...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김춘미 역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살아야 한다, 라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그리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이웃 사람들의 괴로움의 성질과 정도라는 것이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용적인 괴로움, 그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괴로움. 겁쟁이는 행복.. 더보기
가족, 관계에 대한 고민 ... 공중 정원 / 가쿠타 미츠요 공중정원 / 가쿠타 미츠요 / 임희선 역 / 작품 에리코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은 한 5년 전부터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결부되어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난 생각한다. 5년 전에 에리코는 나와의 육체관계를 거부했다. 언젠가는 풀리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대로 5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대화도 맞물리지 않게 되었다. 에리코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바로 그런 착각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사람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잖아. 그게 선입견이라는 거야.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진짜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말할 필요가 없어서 입 밖에 내지 않는 일이라면 많이 있다. 그리고 또 밭도 보이지? 그 파란색도 건전한 이미지를 주거든.. 더보기
나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고 있는가 ... 눈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뜬 자들의 도시 Seeing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 정영목 역 / 해냄 희망은 소금 같은 거야. 영양분은 안 들어 있지만, 그래도 빵에 맛을 내주거든. 하지만 우리에게 저 이상한 기계를 연결시킬 때 아무도 우리한테 지금 예민하냐고 물어보지 않던데요. ......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바로 장관님처럼, 바로 댁처럼 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댁한테 나하고 같이 자고 싶으냐고 물었다면 댁은 뭐라고 말했겠어요, 저 기계는 머라고 말했을까요. 우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상황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지요.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나이가 들.. 더보기
나는 눈을 뜨고 있는가 ...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 정영목 역 / 해냄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죠, 우리가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때로는 눈물이 우리를 구해주기도 하거든요, 울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때도 있는 거죠.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완전히 동물처럼 살지는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은 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에게, 여기 혹시 침대 남는 것 있소, 하고 물었을 때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이것 역시, 다른 사람들의 요구와 조건을 우호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그런 정신 상태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 더보기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겨우 사랑하기 / 미셸 깽 겨우 사랑하기 Aimer a Peine / 미셸 깽 Michal Quint / 김예령 역 / 문학세계사 저는 이들 가족이 나름의 방식을 통해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저 그런 범죄가 실재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진실로부터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지만 않으면 충분한 것이니까요. 그와 함께 전 저 자신도 그들의 소박한 품위에 걸맞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틸 가의 자손들이 손님방에 머물렀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남기고 간 우애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지요. 그들은 감정의 유토피아를 꿈꿨다고 할까요. 우린 마을 꼭대기에 웅크리고 있는 오래된 교회 앞 광장에 앉아 꾸밈없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짧지만 영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보기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 처절한 정원 / 미셸 깽 처절한 정원 Effroyables Jardins / 미셸 깽 Michel Quint / 이인숙 역 / 문학세계사 실제로 사태가 벌어지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있는 것 중 무엇을 마음에 담고 저 세상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구나. 마지막까지 가슴에 남는 누군가의 손과 눈, 입술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라면 더욱 좋겠지. 그런데 피클 병만 보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 뭐냐. 1941년 8월 14일 법령! 바르베스 지하철 역에서 파비엥이 폭탄 테러를 하자 페탱이 독일놈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파비엥 대신에 인질들을 잡아 사형시키기 위해, 8월 22일에 통과시킨 후 날짜를 소급해서 시행한 법령 말이야! 우린 똥덩어리 같았어.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지... 더보기
상처받지 않은 척 하지 말것 ...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역 / 민음사 하지만 너, 지금은 힘들어. 힘들다는 것을 알려줄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까, 내가 대신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 뭐 다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난 그나마 다행이었지. '왜 그러는데?' 라고 묻자, 유이치는 정색하고, '요 한 달 동안 내내 그런 말 들었어. 가슴을 저미는 말이야.' '그래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 더보기
타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가능한가? ... 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 수전 손택 Susan Sontag / 이재원 역 / 이후 피사체가 우리에게 더욱 더 친숙할수록, 사진작가는 훨씬 더 신중해지는 법이다.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완전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식민지화된 아프리카는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의식 속에 주로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일련의 잊지 못할 사진들로 존재한다. ...... 이런 사진들이 보여주는 광경에는 이중의 메시지가 있다. 이 사진들은 잔악하고 부당한 고통, 반드시 치유해야만 할 고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와 동시.. 더보기
사랑의 역사 ... 책 속의 책 사랑의 역사 10장 - 유리의 시대 : 유리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의 일부가 대단히 부서지기 쉽다고 믿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것은 손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넓적다리였다. 자기 코가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이도 있었다. 유리 시대는 석기 시대에서 좀 더 진화한 다음이었고, 진화적인 교적 단계로서 연민을 낳는, 새로운 의미의 '부서지기 쉬움'을 인간관계에서 도입했다. 사랑의 역사에서 이 시대는 비교적 짧아서, 한 세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그나시오 다 실바라는 의사가 사람들을 소파에 눕히고 문제의 신체 부위를 정신이 바짝 날 장도로 세게 때리고 절대 유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치료법을 고안해냈다. 그렇게 진짜 같던 해부학적 환각도 서서히 사라졌다. 우리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지만 포기할 수도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