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이상살인자들의 범죄심리를 해부한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의 수사기록
로버트 K. 레슬러 / 황정하, 손명희 역 / 바다출판사
여러 연구에 따르면 출생 후 6~7세까지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어른은 어머니이며, 이 시기에 아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한 살인범들의 경우 어머니와의 관계는 한결같이 차갑고 냉담하며 사랑이 결여되어 있었다. 정서적인 온기를 느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들끼리 애정이나 상호의존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고 배울 여지도 없었다. ... 잠재적인 살인범들은 8~12세 사이의 시기에 외톨이로 굳어지며, 고립은 그들의 정신적 발달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을 외톨이로 만드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빈자리다. ... 게다가 아이에게 가해진 위해가 정서적인 것이기 때문에 손을 내밀어 닿기가 쉽지 않다. 이 아이들은 지능이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마음속 상처가 두꺼운 딱지에 뒤덮여 흉터로 변할 때까지 그 상처를 가리거나 숨기는 방법을 찾아낸다. ...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이 남자이고, 백인이며, 범행 당시 나이는 20대나 30대이다.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은 아동기에 시작하여 사춘기 직전에 본격적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처음부터 없거나 이 시기에 긍정적으로 강화되지 못하면, 사춘기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 버린다.
내가 연구를 하면서 얻은 결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키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살인범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던 환상에서 동기를 부여받아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는 또한 어머니가 자신을 업신여겼으며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했다.
비조직적 살인범은 자라서 상처나 분노, 두려움을 자기 속에 그냥 담아두게 된다. 정상인들도 이런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는 담아두지만 비조직적 살인범은 그 정도가 일반적인 기준을 훨씬 넘어선다. 그는 속에 품고 있는 감정의 응어리를 풀지도 못하고, 이런 감정을 적절한 곳에 적절한 방식으로 분출할 언어적, 신체적 능력도 없다. 자기가 겪고 있는 정서적 혼란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담 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다. ... 비조직적 살인범들은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잔뜩 움츠러들어서 외톨이가 되는 경향이 있다. ... 비조직적 살인범과는 대조적으로 조직적 살인범은 상처나 분노, 두려움을 내면화하는 대신 외면화한다. ... 범행 전 스트레스라는 중요한 요소를 비조직적 살인범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범죄는 본인에게 충격을 준 외부세계의 사건이 아니라 내부의 정신장애 때문에 촉발되기 때문이다. 조직적 살인범은 다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는커녕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낀다. ... 여자친구뿐 아니라 자기 자신, 가족, 사회 전체에 대해 분노해 있는 그들은 자기들이 평생 부당한 대접을 받아왔으며 모든 상황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에는 대부분 살인사건에서 살인범과 희생자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1980년대가 되자 '낯선 사람에 의한 살인'이 전체 살인사건의 25%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통계치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이웃과 가까운 관계를 맺지 않고 자주 이사를 다니고, 폭력 및 노출이 심한 성적인 이미지가 흘러넘치는 사회적 특성 때문으로 돌렸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자극을 좇아 불가에 너무 가까이 간 나방과 같다. 우리는 니체가 경고했듯이 현실보다 환상에 빠져 있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따분한 관객에 불과하다.
범죄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사형선고가 강력범죄자들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형은 단지 복수를 원하는 희생자의 가족이나 일반 대중을 만족시켜줄 뿐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인간은 착한 본성을 타고난다'는 성선설을 믿는다.
어느 누구도 태어날때부터 살인범으로 태어나지는 않으며,
일부의 어떤 사람이 어떤 특수한 과정을 거쳐 살인범으로 키워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가끔은 뉴스에서 보아왔던
우리가 이해할 수 없었던 살인범들의 이야기가 아주 사실적으로 나온다.
처음 세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을 정도로, 왠만한 비위가 있지 않고는 읽기 쉽지 않았지만,
그들은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가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20~30대의 혼자 살고,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그들의 공통적 특징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점점 혼자하는 것들이 편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 할 때 맞춰가야 하는 과정이 불편하고, 귀찮아지고, 점점 피하게 되는...
그래서 올해 들어 극장에서 본 10여편의 영화를 모두 혼자 봤고,
만나자는 사람들에게 가끔은 피곤함을 핑계로 약속을 펑크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 보다 적다는 부담감 때문에
만남 자체를 피하기도 하는 '나'도
연쇄살인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얼마전에 본 영화 <추격자> 생각도 나고,
드라마 <히트> 생각도 나고,
살인범과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쓰려면 꼭 한번 읽어봐야할 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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