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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편견과 차별이 없도록 ... GO / 가네시로 가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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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2000년 일본 나오키문학상 수상작) / 가네시로 카즈키 / 김난주 역 / 현대문학북스


일본에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버지는 북조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북조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한(할)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과, 일본에 있는 '조선인(한국인)'에게 한국 정부보다 더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아버지는 조선 국적을 지닌 소위 '재일 조선인'이 되었다.

"국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거야. 네 녀석은 어느 나라 국적을 사고 싶으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 순응하며 그저 살아왔을 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조선학교의 난폭한 놈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속이 꽉 찬 연어가 주어진다. 그 놈은 연어를 연신 먹어대는 탓에 몸이 점점 커지면서 덩달아 점점 난폭해진다. 그리하여 그 놈의 끔찍한 이미지가 일본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조선인'의 표상으로 정착하고 만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어.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의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당연한 일이지만 얻어맞으면 아플 것이고, 상대방을 때리는 것도 아픈 일이다. 아니 무엇보다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도 넌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원 안에 가만히 있는 편이 편하고 좋을 텐데." ... "자 그럼, 시작해볼까."

우리들은 의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민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일본 사람 같다'고 종종 이지메를 당했다고 한다.

"우리들이 많은 것을 알아봐야 차별하는 쪽이 알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
"아니, 우리들이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국적이라든가 민족을 근거로 차별하는 인간은 무지하고 나약하고 가엾은 인간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이 많은 것을 알고 강해져서 그 인간들을 용서해주면 되는 거야. 하기야 뭐 나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나는 그 학생의 착각을 책망할 수는 없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 역시 똑같이 대처했을 것이다. 나와 그 학생은, 그런 착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내 이름은 '츠바키(椿)'야. 사쿠라이 츠바키(梅櫻井椿). 벚꽃하고 동백꽃이 둘 다 들어 있는 이름이라니. 너무 일본적인 것 같아서 가르쳐주기가 싫었어."
"내 진짜 성은 이. 이소령의 이. 너무 외국 사람 같은 이름이라서. 이렇게 너를 잃는 게 두려워서 가르쳐줄 수 없었어."

그건 그렇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몇년전 꽤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는데,
언니네 집에 갔다가 책을 보고 빌렸다.
아파서 쉬는 덕분에 책만 실컷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그야말로 한번도 안쉬고 쭉 읽어버렸다.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세상에 있는 수많은 편견과 차별.
누구든 알고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알고 볼 수' 있지는 않다.
누군가 이야기를 해야하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그를 오해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나 그럴 수 있는 시간이나, 그럴 수 있는 마음이 허락되지는 않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하려할 때 들어줄 것.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
늘 피해자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어느 순간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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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우연히, 무릎팍도사에 나온 추성훈 선수를 보았다.
추성훈 혹은 아키하라 요시히로.
한국생활 3년만에 국적을 일본으로 바꿨지만, 그에게 국적이 중요한것 같지는 않았다.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국인이어서, 혹은 일본인이어서, 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스티븐 J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 차별의 과학사> 찾아볼 것.
이 작가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플라이 대디 플라이>도 이 사람 책이라고...
두 권다 위시리스트 등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