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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의 인정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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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Vanishing Voices : The Extinction of the World's Languages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 김정화 역 / 이제이북스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의 의미와 그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큰 과정의 주요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언어는 인간이 자연환경과 그 환경에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고, 유지하고, 전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언어의 위기에 관한 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보존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지킬 수 있느냐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단 한 개의 언어만을 포함하는 어계들도 많이 있다. 고립어계라 불리는 이런 언어는 다른 언어들과 이렇다할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 일본어와 한국어는 아마도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규모도 가장 큰 고립 어계일 것이다. ... 고립 어계들은 그들이 과거에 큰 다양성을 가졌던 지역에 남겨진 흔적을 보여 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자료이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으로서, 그 지역의 선사 시대에 대해 귀중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식민 정부와 선교사들은 흔히 토착 언어들이 열등하다는 신념으로 프랑스어나 영어 같은 유럽어로 그 언어들을 대체하는 것을 정당화시켰다. ...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야만인이라고 낙인찍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파푸아뉴기니는 평등한 이중 언어 국가로 묘사되어 왔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언어에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정착지에 대해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단지 사람들만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 생태계 전체가 다른 생태계의 영역으로 확장해 들어간 것이었다.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도처에서 노예화되어 이 유령 경작지에서 노역을 하게 되었다. 거의 군대만큼 조직적인 종교 교단들이 원주민들을 "무마시키기" 위해 파견되었고, 그들은 원주민들에 대한 이념적인 지배를 확립함으로써 그들을 노동에 적합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 그들에게 원주민들은 도덕적인 고려를 할 만한 수준이 못 되는 존재였고, 각종 학살수법을 쓰는데 별 거리낌도 없었다. ... 오만함이 체질화된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신의 뜻이라고 합리화시켰다. ... 광산을 개발하거나 농사를 짓기 위해 원주민의 땅을 착취하고, 그 결과 빈곤과 질병이 초래되는 상황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주변적이냐 도회적이냐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언어 자체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제적.사회적 차이이다. ... 우리는 경제의 도약과 18, 19세기의 산업혁명을 자주 동일시한다. ... 결과적으로 언어 사멸의 파동을 일으키게 된 조건의 하나는 이런 불균등한 발전이었다.

영어는 분명 많은 경우에 미래의 언어, 입신양명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그레고어에 따르면 지방어는 "촌스럽고, 침체되고... 친근하고, 감정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며", 그리고 "가난과 사회적인 열등함과 같은 의미이다." 아이들은 영어 사용자를 역할 모델로 삼았고, 종종 부모나 교사들이 그렇게 하도록 조장했다. ... 켈트어 사용자에게는 스스로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적이 거의 없었다. ... 만약 그들에게 스스로 개발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흔히 양쪽에 모두 유리한 방안을 찾아낼 것이다. 즉 지역 사회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광역의 경제 및 정치 체제에 적절히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렇게 되면 철저한 다중 언어 사회가 이루어져서 그 사회에서 쓰이는 모든 언어가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받고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두 가지 긴급한 세계적인 문제점에 당면하고 있다. 첫째는 경제 성장의 혜택이 인류의 가장 가난한 지역, 즉 개발도상국의 농촌 빈민에게는 거의 또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지속불가능한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토착의 지식 체계가 지속가능한 개발의 기반을 제공했고 또 계속 제공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 현지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그것의 효용성에 대해서 외지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자신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것일 뿐이다.

세계화가 유례없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지방을 무대로 살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전해 줄 고유한 정체성을 계발하고 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언어는 복장, 행동 양식, 종교나 직업 등 여러 특성들과 더불어 집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한 언어를 포기하거나 잃게 되면 다른 언어가 곧 대체하겠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차이가 생긴다. 언어는 궁극적인 상징체계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표시하는 데 아주 적합한 도구이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공유하는 의미나 경험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하려는 문화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이라는 꼬리표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 종착점이 아니다. 오늘날의 지구촌에서 어느 누구도 단 하나의 존재일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중복되고 서로 교차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 우리는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지역적인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고, 지역 차원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면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조금씩 조금씩 잃어가게 된다. ... 우리 지구촌에는 진정한 다문화주의와 다중 언어 사용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언어를 중심으로 인류의 오랜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인류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왔는가?
오늘날의 우리는 과거에 비해 발전해있는가?
발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늘날의 문제는 무엇인가?
인류의 미래는 발전할 수 있는가?
그러려면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

2010년 고등학교 영어몰입(?)교육 시행,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말도 어찌나 웃기시는지... 몰입이 아무리 유행한다해도 어디 갖다붙일 데가 없어서...)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교양필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시작했고,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2008학년도 입학식을 영어로 진행한 학교도 있었고,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제3국의 국적을 돈을 주고 사는 열성 부모들도 나타난 현재의 우리나라.
지금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한국어는
과연 50년 후, 사라질 위험이 전혀 없는가...
우리는 자발적 선택이 가능할 경우,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선택하게 될 것인가...
근미래, 한세대와 다음세대간의 의사소통은 단절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내가 쓰고 있는 국어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된 계기가 되었다.
몇년 전 읽은 <오래된 미래>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