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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사랑의 추구와 발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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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추구와 발견 (Vom Sucheb Und Finden Der Liebe)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 강명순 역 / 열린책들


비너스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랑에 대해서 노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생일대의 위대한 사랑 같은 거요. 죽음을 뛰어넘고, 어쩌면 죽음까지도 굴복시키는 그런 사랑말이에요. ...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과거에도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고요. 그런 사랑은 단지 환상에 불과해요.

내레이션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위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비너스  (조용한 목소리로 미미에게) 당신은 왜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비너스  ...... 이별 후에 사랑은 어디로 가나?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눈길은 어디로 갔나?
           당신의 미소가 불러오던 기적은 어디로 갔나......
           매혹적인 당신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이별 후에 사랑은 어디로 가나?
           그토록 위대하던 사랑, 당연한 것처럼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랑은,
           그 어떤 것으로도, 그 누구도 몰아낼 수 없는 확실했던 사랑은......
           ...... 설사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속인다 해도,
           설사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배신한다 해도,
           사랑은 우리 곁에 머물렀네, 또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 했네.
           사람들이 자신을 걷어찬다 해도
           결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강아지처럼......
           ...... 은밀하고 조용하고 그윽하게,
           그리고 결코 우리를 함께 데려가지 않는다네,
           결코 우리를 함께 데려가지 않는다네.

미미  그래. 하지만 그 여자들은 떠났어. 그 여자들은 단 한명도 여기 머물지 않는다고. 그런데 그녀는 여기 있어. 방마다 그녀가 있어. 문마다 있어. 수건에서 전부 그 여자 냄새가 나. 악보에서도 전부. 피아노 건반에서도 그래. 들어가서 피아노 냄새를 맡아 봐! 들어가 봐! 들어가서 냄새를 맡아 보라니까!

내레이션  미미 나흐티갈로 하여금 연인과 헤어진 직후에, 헤어진 연인과 유난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그곳으로 가도록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 만약 추억을 회상하며 이별의 고통을 느끼려는 의도였다면 도대체 왜 하필 그리스의 그 섬, 사방 천지에 염소와 양 떼뿐인 그 섬으로 갔을까? 혹시 고독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내면의 평화를 얻으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바로 그 현장, 한때 그녀가 그를 유쾌한 황홀경에 빠지게 했던, 그리고 에로틱한 엑스터시의 쾌감을 알게 해주었던 그 장소에서 추억이라는 고통스러운 악마들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쫓아내려고 했던 것일까?

미미  ... 난 그냥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야...... 당신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헤르메스  끝이라고요? 끝은 없어요, 미미. 당신은 지금 영원의 시작에 서 있어요.

게디너  정말 그런 건가요? ... 여자들은 다 그런가요? ... 음...... 그러니까...... 남자들만큼 슬퍼하지도 않고 감상에 빠지지도 않고, 더 현실적이고...... 더 무섭고...... 그런 거냐고요?...... 사랑이 끝났을 때 말이죠.

테오  (슬픈 목소리로) 난...... 실용적인 것 따위는 전혀 원치 않아. 헬레나. 난 인생에서 단 한 번...... 한 번만이라도...... 낭만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미미  이제 모든 게 달라질거야, 슈테른헨.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저 위 지상으로 올라가면 정말 모든 걸 다르게 하도록 하자.
비너스  그러려면 서로에게 아무 비밀도 없어야 해요. 모든 것을 다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구요.

내레이션  입을 꽉 다문 채 진지하고 엄숙하게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후로 사랑으로 죽음을 극복한 첫 번째 연인, 그래서 지상에서의 새로운 삶, 두 번째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진 첫 번째 연인이라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이제 두 사람은 기분 나쁜 말, 상처 주는 말, 애매모호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느니 차라리 침묵을 택한다. 왜냐하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그 끔찍한 선례를 분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 뒤를 돌아봄으로써 순식간에 사랑과 행복을 전부 잃어버린 그 끔찍한 일을.

비너스  그래요. 어떤 일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아름다웠던 것만 기억하게 되지요. 안 좋았던 일은 잊어버리고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옛날에 내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심지어 마지막 순간에도 그 사람은 나를 욕하고 내게 상처를 주었으니까요.



와우북페스티발에 갔다가
책 제목을 보고 사들었던... 쥐스킨트의 책.
이미 영화화되어서 유럽영화제에선가 소개되었다는...

사랑에 관한 새로운 어떤 내용이 있는건 아니지만,
사랑에 빠질때의 설레임과, 절정의 행복과, 가슴아픈 절망과, 차가운 이별과, 죽을 것 같은 그리움까지...
잘 쓰여진...
책은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