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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그의 작품 속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물들 ... 장진 희곡집 / 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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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희곡집 / 장진 / 열음사


<아름다운 사인>

하긴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을 다 써 놓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읽어 보면... 이게 내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구나... 이게 내가 죽는 이유구나라고 생각을 해 보면... 아니더라구... 그걸 어떻게 글로 쓸 수 있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의 마지막 글엔 누군가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보단 자신의 자책이 더 많았습니다. 세상 최고의 반성문인 거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 그라고 참말 미안허요. 당신 아침 녹즙은 나가 갈아 줘야 하는디... 고거이 참말로... 맘에 걸리오. 그라도 우리 두 내외... 재미너게 살았지라?

참 억울해요. 내가 왜 죽었지? 그냥 되는 대로 살아도 될 것을 ... 울어도 될 것을... 그냥 울고 잊어도 될 것을..

떠오르는 기억은 왜 기쁜 날들이지? 날 죽게 만든 무엇인가가 아니고 왜 가장 설레던 기쁜 날들일까?

난요, 뭐 그다지 커다란 꿈이 있거나 어떤 거창한 희망에 부풀어 살지 않아요. 그저 내게 올만한 행복, 와도 될 만한 꿈들에 대해서만 기대하죠. 그거에 뭐 그리 겁먹을 필요 있겠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가장 소중한 삶 아닌가요.
그 소박한 거마저 무너져 내릴 때 당신도 죽을 수 있어요.
난 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을 거야. 이런 것들이 내가 죽는 이유가 될 순 없을거야.


<박수 칠 때 떠나라>

누구는 칼에 찔려 죽고... 누구는 그걸로 돈을 벌고, 누구들은 그걸 보며 좋아들 하고......

나 죽었는데 세상 달라진 거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도 그럴 거예요. 당신 죽으면 당신 왜 죽었는지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죽어도 세상은 당신과 함께 죽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은 행복할 꺼고 그래서 당신은 엉엉 울지도 몰라도. 날 누가 죽였는지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반장님은 정유장이가 왜 죽었는지 궁금하십니까? 아니면 누가 정유정을 죽였는지 궁금하십니까? 그냥요. '그 여자가 죽었다' 이것에 대해선 아무도 생각 안하는 거 같아서요. '그 여자가 죽었다' '살아 있던 그녀가 이젠 죽고 없다' '그녀는 이제 세상에 없다' 왜 그 생각을 안 할까요?

가끔은 말이야 살인 사건이 멋있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 원한... 분노... 복수... 근데 이 돈이 개입되면서부터는 별로야. 재미없어.

아야, 울으라... 일단... 많이 참았응께 울으라......


<택시 드리벌>

난 변한 거 없어. 그리고 난 노력을 했을 뿐이야. 무식한 게 싫어서 공부를 했을 뿐이고 지금까지의 초라한 삶이 싫어서 다른 삶을 누려 보려고 했을 뿐이지. 그게 결코 내가 변했다고 말할 순 없는거라구.

당신의 잊지 못할 사랑을 당신은 늘 그리워하고 그 비극적 사랑을 자랑 삼아 떠들고 다니지만 당신은 언제나 새로운 사랑을 꿈꿨지......

옛날 저 사진... 먼지 쌓인 옛날 저 사진... 그땐... 지금을 모르고 참 환히 웃고 있어. ...... 지금을 모른 채 웃고 있는 저 사진이... 참 좋아.


<월컴 투 동막골>

객지 사람이 들어오면 끼니 챙겨 주고 길 만들어 보내 주는 것이 지당함으로 여기며 산 인심들이라......

그냥 다들 어리석은 짓들 하고 있는 거지.


<서툰 사람들>

손 아프더라도 참아. 잠깐만 이러고 있으면 되니까.

어쨌든 정말로 다행이다. 무슨 이유에서 그랬건 저 사람은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긴 거겠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초판1쇄의 책을 사본건 이 책이 처음이다.
인터파크에서 책주문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주문걸어서 산... 나의 이상형 장진의 희곡집.
(곧 시나리오집도 출간된다는데... 그것도 기대. ㅋ)

이미 본 연극이나 영화의 희곡집을 구지 구입한 이유는 쓴 사람이 장진이기 때문에... ㅋㅋ
(장진 감독이 무슨 아이돌스타냐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_-)

나는
장진 감독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어리숙함과 선함이 좋고
그 인물들의 솔직하고 쉬운 말투가 좋고
그 인물들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상황의 기발함이 좋고
그 인물들간의 따뜻한 관계가 좋다.

기본적으로 그가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대책없는 아름다움이나 선함으로 포장하지도 않고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서
내 안에 빛바랜 순수를 들여다보게 하는...

동치성, 장덕배, 유화이 ... 영원한 그의 분신들...

다들 극장에서 다시 보고싶은 연극들
택시 드리벌만 2000년 유씨어터에서 권해효씨의 공연으로 봤었고
월컴 투 동막골과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영화로 밖에 못봤는데
서툰 사람들은 류승룡, 한채영, 이상훈 공연날로 예매 완료
(강성진, 장영남의 공연도 보고싶긴 하나... 일단 류승룡부터... ^^)


공연장에 책을 가져가서 싸인을 받아오는 게 목푠데... 가능할지... 아니,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