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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없는 세상 ...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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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작 / 미다스북스



어른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않는 것은 그들이 관습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 아이의 경험은 경이驚異, wonder이며 그것은 반성으로 이어지고, 반성은 비판적 사고로 연결되며, 비판은 새로운 사유과 인식으로 통한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비록 박테리아의 유전자로부터 진화되었더라도, 그 원인이나 이유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 물리학적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윤리적 존재라는 사실과, 우주의 궁극적 가치가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존재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윤리적이란 자신의 생물학적 욕구를 희생하면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씨이다.

한 생명에게 있어서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 무엇인가에 대한 애착이 없는 생명은 존재할 수 없으며,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애착보다 더 질기고 강하고 근원적인 애착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충동, 본능, 욕망은 따지고 보면 삶에 대한 충동, 본능, 욕망의 빗나간 혹은 우회적 표현이며, 죽음의 유혹은 삶에 대한 애착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 나의 죽음은 나로부터 내가 아끼는 것들의 박탈을 의미한다.  ... 인간의 삶은 의미 있는, 의미를 찾는 활동이며, 그러한 사실을 의식하는 활동이다.

혼자됨이 생명체의 객관적 존재조건을 지칭한다면 고독은 그러한 혼자된 존재조건의 주관적 체험을 가리킨다. ... 고독은 혼자됨을 함의하지만 혼자됨이 곧 고독을 뜻하지는 않는다. ... 고독은 소외되어 쓸쓸한 자신에 대한 자의식이다. 고독은 사회적 아픔이다. ... 나에게 있어서 나의 생명은 절대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나의 죽음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 나의 삶은 나 혼자 살 수 있고, 나의 죽음은 나 혼자 당해야 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고독하다.

모든 개인에게 자살만큼 극한적 어려운 행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정당성에 물음이 제기된다.

선택은 필연적으로 가치의 선택이며, 각자 인간의 삶의 의미는 그가 선택한 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 ...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윤리'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존의 행동 관습과 범례를 지칭하고, 그러한 것에 맞는 행동을 '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면, '도덕'은 개인이 실존적 주체자로서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원칙과 자신이 만들어낸 관례를 지칭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행동의 원칙과 관례, 즉 '윤리'에 대립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실존적으로 선택한 원칙과 관례에 따르는 행동의 성격일 지칭한다. ... 내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확신한다고 해서, 그것과 상충하는 윤리적 규범이나 법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그것들을 무시하고 나올 수는 없다는 것 ... 법적, 윤리적 및 도덕적 문제는 궁극적으로 도덕적 문제에 귀착한다. 왜냐하면 법적 문제는 결국 윤리적 문제에 근거하고, 윤리적 문제는 도덕적 문제의 연장선상에서만 의미를 갖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덕과 선악, 가치의 절대적이고 보편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도덕적 결단과 판단의 철학적 악몽이 있다. 이러한 악몽과의 끝없는 대결이 인간의 삶이다.

인생관, 이상적 삶에 대한 인식, 인생의 의미를 찾는 방법은 각자 관심사와 기호가 다른 사람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나는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기를 바라는가? ...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은 사회적 문제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합의를 찾아낼 수 있는 자유민주적 절차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것을 집행하려는 사회적 의지가 있느냐하는 것일 것이다.

이성적 주체로서, 도덕적 주체로서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불공평성에 대처해야 하고, 불공평성은 자연과 인간의 본래적 존재 구조상 완전히 없앨 수는 없더라도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덜 불공평하게, 좀더 공평한 세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언명에는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제도적 법에 앞서 각 개인이나 각 집단이 주관적으로 갖고 있는 윤리적 가치관으로서의 도덕적 규범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후자가 전자에 선행해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실정법과 도덕적 규범과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있다. 실정법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는 도덕적 잣대이며, 악법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실정법의 집행이 아니라 도덕양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행복하게 잘 살아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삶, 이 세상에 대해서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반드시 극복할 수 없는 어떤 한계 속에서만 존재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세계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무한함을 의미한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되었던 책이어서
다른 몇권의 책들과 함께 주문해서 열흘전쯤 다 읽었는데,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은 '머야, 이게 다야?'라는 느낌이었다.
'왜 살아야 하나? 죽고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에게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고민은 누구나 하지 않나...
그래서 박이문 선생님의 말씀은 '당신에겐 철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열흘의 시간동안
국가 배상에 불만이 있다고 아버지뻘인 70대 할아버지가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내고,
어이없게도 그 불에 4시간동안 숭례문이 불에 타다가 무너져내리고,
하루만에 숭례문 복원 3D파일을 공개하면서 3년만에 복원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이 나오고,
개방했던 당사자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하고,
그 전소된 잔해로 나온 기와가 경매품으로 나왔고,
오늘 뉴스에선, 중학교 졸업했다고 남여학생들이 서울 시내를 전라로 돌아다녔단다.

도대체가 도덕이라는게 있는 사회인지,
저런 아이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말해줄 어른은 있는지,
우리에게 '정신'이라는 게 있는지 ,
박이문 선생님 말처럼 과연 우리에게 철학이 정말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겼다.

지금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영어'인양
'오렌지'를 '오린지'라고만 하면,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떠드는 인수위나
모든 분야에 시장경제논리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의 당선자나
경제만 발전하면, 도덕이든 정신이든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이나
제발, 철학이라는 게, 정신이라는 게, 도덕이라는 게 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철학이 생기는지, 정신이 생기는지, 도덕이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