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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

살인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 로버트 K. 레슬러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이상살인자들의 범죄심리를 해부한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의 수사기록 로버트 K. 레슬러 / 황정하, 손명희 역 / 바다출판사 여러 연구에 따르면 출생 후 6~7세까지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어른은 어머니이며, 이 시기에 아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연구한 살인범들의 경우 어머니와의 관계는 한결같이 차갑고 냉담하며 사랑이 결여되어 있었다. 정서적인 온기를 느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들끼리 애정이나 상호의존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고 배울 여지도 없었다. ... 잠재적인 살인범들은 8~12세 사이의 시기에 외톨이로 굳어지며, 고립은 그들의 정신적 발달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을 외톨이로 만드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더보기
90년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왕가위 감독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2008. 3. 7 아트레온 6관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verry Nights) 왕가위 감독 주드 로 Jude Law , 노라 존스 Norah Jones, 레이첼 와이즈 Rachel Weisz, 나탈리 포트만 Natalie Portman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이 청구서를 좀 걸어놔줄래요? 너무 금방 잊혀지지 않게. - 어니의 외상값을 갚아주고 떠나며 엘리자베스에게 부탁하는 수 린 - '양조위' 대신 '주드 로'가, 흘러가는 지하철 불빛과, 감각적이기만한 대사. 90년대 초반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왕가위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주드 로 때문에 보게됐는데. 역시나 주드 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왕가위 감독은 변함이 없었다. 이미 난 감상적이기만 한 20대가 아니어서겠지만 .. 더보기
편견과 차별이 없도록 ... GO / 가네시로 가즈키 GO (2000년 일본 나오키문학상 수상작) / 가네시로 카즈키 / 김난주 역 / 현대문학북스 일본에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버지는 북조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북조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한(할)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과, 일본에 있는 '조선인(한국인)'에게 한국 정부보다 더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아버지는 조선 국적을 지닌 소위 '재일 조선인'이 되었다. "국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거야. 네 녀석은 어느 나라 국적을 사고 싶으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 순응하며 그저 살아왔을 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조선학교의 난폭한 놈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속이 꽉 찬 연어가 주어진다. 그 놈은 연어를 연신 먹어대는 탓에 몸이 점.. 더보기
정조암살미스테리 ... 원행 / 오세영 원행 / 오세영 / 예담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실학이니 뭐니 하면서 전제 개혁을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가진 자의 것을 힘으로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누어주어서 성공한 예는 없었다. 그것은 또 다른, 어쩌면 더한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약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자유전과 토지공유에 대해서는 이익과 생각이 같았지만 똑같이 나누는 데는 생각이 달랐다. 나누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서 차등분배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공정한 평등이며 성실하고 근면한 심성을 키우는 방책이다. 개혁은 그렇게 추진되어야 한다. 자고로 많은 사람이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모두가 못사는 세상으로 끝을 맺지 않았던가. '좋은 세월이라...... 하루빨리 좋은 세월이 와야 할 텐데. 사람과.. 더보기
엄마, 혹은 아빠 ... 도쿄타워 / 릴리 프랭키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작 / 양윤옥 역 / 랜덤하우스 '부모자식'은 계속해서 덧셈이지만 '가족'은 더하기뿐만 아니라 빼기도 있는 것이다. ... 뭔가 역할을 가진,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아내나 남편을 가진 나. 남자로서의 나. 여자로서의 나. 모든 것에 '자각'이 필요하다. 끔찍하게 귀찮고 무겁기 짝이 없는 그 '자각'이라는 것.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띈다. ... 착취하는 측과 착취당하는 측, 무시무시한 승부가 명확히 색깔별로 분류되는 곳에서 자신의 개성이나 판단력이 함몰되고 마는 모습에 빈곤은 떠도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엄니는.. 더보기
나비처럼 자유롭게 ... 잠수복과 나비 / 장-도미니크 보비 잠수복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장-도미니크 보비 / 양영란 역 / 동문선 현대신서 154 소생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상황이 좀더 복잡해졌다. 죽지는 않지만,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 즉 영미 계통의 의사들이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고 표현한 상태가 지속된다.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그날 이후 아버지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 나는 마비된 내 몸 속에 갇혔고, 아버지는 4층 계단 때문에 발목이 묶이셨다. 정상적으로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가슴 뭉클하게 감동하고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 엽서.. 더보기
철학이 없는 세상 ...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 박이문 작 / 미다스북스 어른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않는 것은 그들이 관습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 아이의 경험은 경이驚異, wonder이며 그것은 반성으로 이어지고, 반성은 비판적 사고로 연결되며, 비판은 새로운 사유과 인식으로 통한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비록 박테리아의 유전자로부터 진화되었더라도, 그 원인이나 이유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 물리학적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윤리적 존재라는 사실과, 우주의 궁극적 가치가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는 생물학적 존재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윤리적이란 자신의 생물학적 욕구를 희생하면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씨이다. 한 생명에게 있어서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 무엇인가.. 더보기
소설가 신경숙의 한계 ... 리진 / 신경숙 리진 1, 2 / 신경숙 / 문학동네 때로 어떤 다정한 말은 땅에 묻힌 씨앗처럼 사랑을 품게 만든다. ... 그의 입에서 조선어가 부드럽게 흘러나왔을 때 그녀는 언어가 감정을 변화시키는 순간을 경험했다. 리진, 이라는 발음도 아직 서툰 콜랭으로부터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조선어 발음을 듣게 된 순간, 그녀의 담담하던 마음이 일렁였던 것이다. 서로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다른 일을 할 수 없던 시절을 두 사람은 공유하고 있었다.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선실 침상 머리맡에 걸어놓은 모란도를 바라보았다. 헤어진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은 불안으로 인해 산란해진 마음을 달래준다.. 더보기
중국 현대작가의 읽어볼만한 책 ... 이혼지침서 / 쑤퉁 이혼지침서 / 쑤퉁 작 / 김택규 역 / 아고라 처첩성군 그녀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했다. 그 저수조 옆에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쑹렌은 냉정하게 이후의 삶을 예상했다. ... "체면이라구요?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체면을 따진단 말이에요?" 오래 햇빛을 못 쬐어 조금 곰팡이 내매가 나는 상자 속에는, 치워두고 입지 않은 학생 시절의 옷들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었다. 마치 지나간 날들이 밀봉되어 드문드문한 꿈과 실의를 발산하는 듯했다. "집중을 못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저라는 사람은 마음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수습할 수가 없거든요." "퉁소는 구멍이 일곱 개 있고 구멍마다 어떤 정조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연이으면 대단히 아름답고, 대단히 감상적이지요. 퉁소를.. 더보기
나비처럼 자유롭게 ... 잠수종과 나비 2008. 2. 10 씨네큐브 광화문 1관 B열 45번 잠수종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줄리앙 슈나벨 감독 매티유 아멜릭 Mathieu Amalric, 엠마누엘 자이그너 Emmanuelle Seigner, 마리-조지 크로즈 Marie-Josee Croze 감각은 돌아와요. 내 삶을 돌아보면 아쉬움 뿐이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고, 안될 일에 매달리고 ... 그땐 왜 진실을 보지 못했을까? 나 이제 불평과 자기연민을 버리리. ... 내 상상력과 살아온 날의 기억. 그걸로 무거운 잠수종을 벗어나 보자. 그래서 오늘은 행복하다. 당신은 나비처럼 날 자유롭게 하니까. 잠수종의 무게를 이기고 나비처럼 비상하리. '엘르' 파리 편집장이었던 '장-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바탕.. 더보기
류승룡 ... 서툰사람들 (연극열전2) 2008. 2. 3 동숭아트센터 5층 소극장 연극열전 2 - 서툰 사람들 장진 작, 장진 연출 류승룡(장덕배 역), 한채영(유화이 역), 이상훈(멀티맨) 류승룡을 너무 보고싶다는 마음에 한달전 1팀 공연으로 예매를 했는데 장진 희곡집에서 대본을 읽고 나니, 강성진, 장영남 버전이 더 잘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기대한만큼의 재미가 있었고, 기대한만큼의 장진식 유머에 잠깐이지만 먼가 해소된 느낌이 들었다. 류승룡은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너무 귀여웠고, 한채영은 딱 그만큼 이뻤고, 이상훈은 외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꽉 채웠다. 장진 희곡집을 들고가서 싸인을 받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으나, 가방속에 있는 책은 꺼내들지 못했고, 장진 감독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설레고 좋았다. ^.. 더보기
조선 지식인들의 정신 ... 미쳐야 미친다 / 정 민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 정민 작 / 푸른역사 추운 겨울 새벽, 입김이 나는 찬 방 이불 속에서 사각사각 눈 쓰는 소리를 듣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 집 앞 쓸다 말고, 절대 궁핍 속에서도 공부에만 몰입하는 젊은이가 안쓰러워 남의 집 마당까지 쓸어주던 그 키 작은 이웃 노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잡다한 일에 치여 공연히 투덜대다가도 이런 글과 마주하면 산란하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온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의 정보를 책상 위에서 만나보면서도 천하의 일은 커녕 제 자신에 대해서조차 알 수가 없다. 정보의 바다는 오히려 우리를 더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할 뿐이다. 왜 그럴까? 거기에는 나는 없고 정보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소유한 정보의 양이 늘어갈수록 내면의 공허는 커.. 더보기
박정자 ... 뮤지컬 19 그리고 80 2008. 2. 1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박정자(모드 역), 이신성(헤롤드 역), 장두이 연출, 이충걸 각색 하루에 하나씩 새로움을 인생이란 새로움을 찾는 길이니까. 아무것도 영원하진 않지만 이해가 안되요. 그걸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난 이미 살아버렸고, 넌 이제 삶을 시작하는거야. 넌 내가 심은 나무야. 더 자라야 해. 죽는 건 무섭지 않아. 살아있지 않는 게 무서울 뿐이지. 때가 되어 날아갈 때 노래할 기회를 놓치지마. 박정자 선생님의 공연을 처음 봤는데.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박정자 선생님이 더 나이가 들어 정말 80세가 되면 아름다운 할머니 모드의 모습일 것 같았던... 박정자 선생님이 나오는 뮤지컬이라고만 알고 갔는데, 반가운 일들이 너무 많았던 공연... 페이퍼를 통해 알게 된 .. 더보기
다름에 대한 시선, 편견, 이미지에 대해서 ...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이옥순 우리안의 오리엔탈리즘 / 이옥순 작 / 푸른역사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본질적인 이미지, 서양이 상상하고 날조하는 동양을 말한다. 칸트 이래 서구 사상에서 '신비한'이란 단어는 '이성적'이란 표현의 반대 의미로 쓰였다. 이미지는 모름지기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인식의 양태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자를 보는 태도는 본래 이원적이다. 하나는 타자에게 동화하는 긍정적인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아닌 그 무엇'을 보는, 곧 타인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선이다. 가장 큰 대비점은 문명과 야만이었다. 영국 식민통치 기간의 문학 작품은 인도인을 문명국 출신의 영국인과 대비되는 비합리적 야만인으로 묘사했다. 무능하고 수동적이어서 혼자서는 변화를 추진할 수 없고 타자의 도움을 통해서만 변화하거나 발전할 .. 더보기
그의 작품 속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물들 ... 장진 희곡집 / 장진 장진 희곡집 / 장진 / 열음사 하긴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을 다 써 놓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읽어 보면... 이게 내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구나... 이게 내가 죽는 이유구나라고 생각을 해 보면... 아니더라구... 그걸 어떻게 글로 쓸 수 있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의 마지막 글엔 누군가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보단 자신의 자책이 더 많았습니다. 세상 최고의 반성문인 거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 그라고 참말 미안허요. 당신 아침 녹즙은 나가 갈아 줘야 하는디... 고거이 참말로... 맘에 걸리오. 그라도 우리 두 내외... 재미너게 살았지라? 참 억울해요. 내가 왜 죽었지? 그냥 되는 대로 살아도 될 것을 ... 울어도 될 것을... 그냥 울고 잊어도 될 것을.. 떠오르는 기억은 .. 더보기
누구에게나 살아갈 가치가 충분한 인생이 있다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8. 1. 2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4관 E열 13번 나 포기하지않을꺼야. 그러니까 당신도 포기하지마 실제 2004년 올림픽 경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스포츠 경기 소재로한 애국심 마케팅이다, 애국심 마케팅에 또 놀아나는 네티즌 어쩌구 말들이 많지만, 애국심 마케팅으로 지탄받은 심형래의 '디 워'에는 없는 것이 '우생순' 에는 있다. 인생. 어느 누구에게나 살아갈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인생.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닌 시골 초등학교 핸드볼팀 감독으로도 살만한 송감독도 빚쟁이에 쫓겨다니는 남편이지만 끼니는 거르지 않았으면 하는 미숙이도 거저얻은 것 같은 금메달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혜경이도 처음부터 영웅이었거나, 처음부터 국가대표 선수였거나, 처음부터 잘난 인생이 아닌 각자의 평범한.. 더보기
실제하는 나와 나인 척 하는 나 ... 그대의 차가운 손 / 한 강 그대의 차가운 손 / 한 강 / 문학과지성사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소화해내야만 하며-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따뜻한 병아리를 가슴에 문지른 것처럼 몸이 부드러워지는 느낌. 내가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갖는 남모르는 기쁨이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얼굴을 본 뒤 바로 손을 살피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손은 제2의 얼굴이.. 더보기
어느 쓸쓸한 여자 이야기 ...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The Hour of Ther Star)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 추미옥 역 / 이룸 진실은 진실이니까 누구든 자기 안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다 같은 사람인 것을. 인생을 살면서 자연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인생을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그녀를 자기 자신의 존재와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인간에게는 외칠 권리가 있으니. 나는 외칠 것이다. 동정을 갈구하지 않는 단순한 외침을. '난 누구지?' 라는 질문은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갈망을 어떻게 채우겠는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세상은 나의 밖에 있어요. 나 역시 나의 밖에 있어요.' 개가 스스로 개인지 모르듯이 여자는 자신.. 더보기
어떤 만남 ...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6년 어느날 씨네코아 네 사진을 찍어야겠어. 널 영원히 기억하도록말야, 그리고 이 모든 것도.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년 어느날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보았는지 가물가물 행복은 소유가 아닌, 행동에 있지. 우린 두려웠던거야, 맨날 연락하다가 서서히 식어질까봐. 문제는 마음이야. 인생은 힘든거야. 고통 없인 성숙도 없어. 십년도 더 된 96년 수업빼먹고, 그때 당시 좋아했던 씨네코아 극장에 가서 비포 선라이즈를 봤을 때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기차 안에서의 우연히 만난 남자와의 로맨스가 마냥 부러웠던거 같다. 근데,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니... 기차 안에서부터 그 다음날 아침 헤어질때까지... 채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 더보기
이야기가 있는 철학책 ...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작 / 김관오 역 / 아르테 사람들은 별들을 쫓는다고 믿지만, 결국 어항 속의 빨간 금붕어처럼 끝을 맺는다. 진보니 문명이니 소위 '...화(化)'로 끝나는 무수한 다른 단어들에 대해 대단한 연설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고, 인간은 인간이기 시작한 이래 그다지 많이 진보하지 않았다. 인간은 늘, 자신이 우연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대다수의 호의적인 신들이 자신의 운명을 돌봐준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즉 인간들은, 행위가 아닌 말이 힘의 갖는 세상, 최고의 능력은 바로 능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반성적 의식은 가려움의 수준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까? 절대 아니다. 가렵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의식한다는 사실을 의식한다는 것은, 가렵다는 사실에 결코 어떤.. 더보기
친구 혹은 위로, 음악 ... 원스 2007. 12. 30 씨네마 상상마당 B열 9번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위로가 됐어. 내 인생에 친구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음악 그리고 사랑 2007년의 마지막.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극장에 간 것이 후회되지 않았던... 삽입된 음악 하나 하나에 가슴이 뜨거워졌던... 더보기
새로운 가족의 의미는 없었다. 다만, 그녀 ...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 푸른숲 이상하게도 약한 모습을 자꾸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뭐랄까, 사랑하게 된다. 걱정하게 되고, 에잇, 왜 그렇게 못난 거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내쫓을 수가 없게 된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엄마는 정말 엄마에게 주어진 그 모든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즐길 수가 있었던 것일까.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 더보기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코엘료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코엘료 / 임두빈 역 / 문학동네 "... 상처입고, 상처 때문에 죽거나 상처 때문에 더 강해지거나. 그게 더 좋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전쟁터에서 자랐어. 아직 살아 있고. 그러니 누가 나를 보호해줄 필요는 없어." 그녀가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해주길 바랐다. ... 나는 싸구려 호텔에 묵으면서 매일 밤 기다렸다. 다시 시작하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달라고 부탁하는 그녀의 전화를. 예수께서는 아테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하셨겠지요. "내 딸아, 나 역시 바깥에 있단다. 오랫동안 그들은 내가 나의 집에 들어가게 놔두질 않는구나." 우리가 기쁘게 춤에 몸을 내맡기는 순간, 우리의 뇌는 통제력을 잃고, 대신 심장이 우리 몸을 지배하게 되지. 정점이 드러나는 건 오직 그 순간이.. 더보기
사랑 ... 사랑의 추구와 발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사랑의 추구와 발견 (Vom Sucheb Und Finden Der Liebe) 파트리크 쥐스킨트. 헬무트 디틀 / 강명순 역 / 열린책들 비너스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랑에 대해서 노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생일대의 위대한 사랑 같은 거요. 죽음을 뛰어넘고, 어쩌면 죽음까지도 굴복시키는 그런 사랑말이에요. ...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과거에도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고요. 그런 사랑은 단지 환상에 불과해요. 내레이션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위대한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비너스 (조용한 목소리로 미미에게) 당신은 왜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비너스 ...... 이별 .. 더보기
인생이 진짜 즐거워? ... 즐거운 인생 2007. 9. 21 씨너스 센트럴 4관 6회 F14 이준익 감독의 영화라 기본 이상은 하겠지 생각했는데, 기대에 비해 실망. 영화를 보기 전 이동진 기자가 성시경 라디오 프로에 나와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는 잘 숨겨져 있는 무엇이 있다고 했다. 그건, 남자들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여자들이라고. 라디오스타에서 안성기의 부인이 그러하고, 즐거운인생에도 그런 여자들이 나온다고... 일반인들은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보고 평을 해주는 이동진 기자의 평에 깊이 공감하지만, 즐거운 인생에서는 그런 부분 보다도, 인생이라는 것이 정말 즐거운가?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염세주의자라거나, 비관주의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즐거워' 라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더보기
프로와 아마추어 ... 그래도, 후회는 없다 / 피터 퍼스트브룩 그래도, 후회는 없다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맬러리를 찾아서) Lost on Everest Searching for Mallory & Irvine / 피터 퍼스트브룩 / 정영목 옮김 / 지호 패러는 1922년 1월 말 맬러리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 여름에는 진짜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원정대는 4월 초에 떠나서 10월에 돌아옵니다. 갈 생각 있습니까.?" 사실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여 준 적이 없었다. 그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일을 주도하게 해 놓고 만족하는 편이었다. 1913년 존 노엘의 첫인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 끔찍한 나라의 거주자들은 자기네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결코 잊을 수 없는 매력.. 더보기
역사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 바리데기 / 황석영 바리데기 / 황석영 / 창비 거럼,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 내가 덧붙였다. 가엾지.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디. 아직도 세상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하루라도 맘 편히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는 입속에서 우리말로 자유......라고 중얼거려보았다. 말이란 물건을 만나야 잊지 않게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 소슬바람 불어오던 두만강변과 백두산 자락의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꽃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노랑 하양.. 더보기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 화려한 휴가 2007. 7. 29 메가박스 신촌 M관 E14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 박신애(이요원)의 가두방송 중 기억속에 잊혀져가고 있는 80년 5월의 광주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이념이나 정치 같은 단어 다 버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묻어둔 역사를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다시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된다. 너무 가벼워서 별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념이 됐든 정치가 됐든 출발은 사람에서 시작해야 하고, 끝도 사람으로 끝나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기억하는 5.18 영화로 기획하게 됐다 ...... 모든 역사의 주체는 사람인만큼 사람이 보이는 영화를 만들면 그 안에 이데올로기나· 정치 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담.. 더보기
눈부시게 푸르른 너는 내게 바다인걸 ... 이선균 '바다여행' 바다여행 ... by 이선균 어제 커피프린스1호점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이선균을 보고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떨렸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 떨리는 가슴을... -_- 아주 먼 어느 날 이 햇살은 아름다운 너에게로 떠났던 내 여행을 기억해줘 아주 먼 바닷가 저 하늘가 어딘가에 너와 나의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해줘 눈부시게 푸르른 너는 내게 바다인걸 손내밀면 하얗게 부서지던 너의 꿈들 여행을 떠나려해 아주 깊은 바다여행 부드러운 이 물결 몸을 싣고 너에게로 눈부시게 푸르른 너는 내게 바다인걸 손내밀면 하얗게 부서지전 너의 미소 너도 알아 내가 널 아주 많이 사랑하는 포근하게 감싸줘 나에게 나만 보고 싶은 이선균의 미소와 나만 듣고 싶은 이선균의 목소리. 더보기
인간, 소통 ... 소립자 / 미셸 우엘벡 소립자 / 미셸 우엘벡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Mr. Know 세계문학) 아이는 종종 자전거를 타고 들판에 나가기도 한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노라면, 한없는 행복감으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럴 때 아이는 삶이 영원할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어린 시절에 느끼는 그런 영원성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달리는 자전거 양 옆으로 풍경이 천천히 지나간다. 동물 사회는 거의 모두가 어떤 지배 체제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 지배체제는 구성원들간에 힘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결합되어 있고, 엄격한 위계 질서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브뤼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엄청나게 행복했던 그 몇 초와 카롤린 예세얀이 가만히 손을 밀어냈던 그 순간을 두고두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돌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