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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바가 이루어져야 행복한가? ... 기도 내려놓기 / 법륜스님










기도 내려놓기 / 법륜 지음 / 정토출판


'눈을 안으로 돌이키는 노력'이 바로 기도입니다. ...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 우리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성취되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바가 성취되는 것이 '기도'라는 고정관념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종교나 종파에 관계 없이 더 많은 사람이 '기도'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져야 행복하다'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발원은 내 욕심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원願을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발원은 '발보리심發普提心',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깨달음을 구하는 것이 발원입니다.

단식하면서 명상을 하면, 내가 욕심으로 하려고 했던 일, 어리석음으로 하려고 했던 일, 성질을 내면서 하려고 했던 일들이 모두 없어집니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정말 해야 될 일, 배고픔 속에서도 놓아지지 않는 일이 뚜렷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원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은 그 뒤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하고, 인연과보의 법칙에 맞게 노력해야 합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누구의 힘을 빌려서 이루려고 해서도 안됩니다.

수행은 부처님이나 하느님 같은 절대자에게 빌어서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잘못된 생각과 마음을 버리고 올바른 이치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괴로움과 속박에서 벗어나 참자유와 행복을 누리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말합니다. ... 내가 옳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잘못되고 어리석은 생각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 참회는 지나간 허물을 뉘우치고, 앞으로 올 허물을 미리 경계해서 짓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 이렇게 지어진 인연에 대한 과보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인연을 짓지 않겠다고 서원하는 것을 참회수행이라고 합니다.

그가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고 정작 나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구나'하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자기 마음 밑바닥에 잠재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 근본 원인을 찾아 풀어나가면, 마음속에 맺혀 있는 가장 근본적인 뿌리를 뽑아버리면, 그에 얽힌 다른 것들은 저절로 해결됩니다. ... 이렇게 마음 속 깊이 맺힌 응어리를 찾아서 그것이 풀어지도록 기도를 해야 업장이 소멸됩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맺힌 원망이 무엇인지, 자기 마음의 밑바닥을 잘 관찰해서 그 업장이 소멸될 수 있는 기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에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 존재의 실상이 공한 줄 알면 문제는 단박에 해결됩니다. ... 수행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 이 괴로워하고 기뻐하는 두 가지 모두 '내 생각대로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내 생각을 내려놓지 못한 것으로, 올바른 기도가 아닙니다. ... 마장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만이 장애가 아니라, 내 뜻대로 되었다고 좋아하는 것 또한 수행의 장애입니다. ...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지옥도 사라지고 천당도 사라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길, 해탈입니다.

부처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븟다의 삶입니다. 이런 붓다의 삶을 본받는 것, 붓다처럼 되는 길이 바로 수행의 길입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면 아무 가진 것이 없어도 비굴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족한 줄을 알아서 참회하는 사람은 어딜 가더라도 교만하지 않습니다. 비굴하고 교만한 것을 버리고 당당하고 겸손한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수행자가 살아가야 할 길입니다.

세상 일은 기도와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 기도는 이미 일어난 일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 수행하는 사람은 사물을 '좋다, 나쁘다'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봅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안 이루어졌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열심히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해서 그 결과로 이루어지면 다른 일을 하면 되고, 열심히 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건지 다른 일을 할 건지 선택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져서 다른 일을 하나, 실패해서 그 일은 버리고 다른 일을 하나 마찬가지입니다. ... 가족이 힘들어 할 때 같이 힘들어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큰사람이 됩니다. 정진하지 않고는 그렇게 여유만만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내가 참회하면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참회하는 것입니다. ... 해가 지면 해가 지나 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이렇게 날씨를 시비하고 미워하지 않듯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괴롭지 않습니다. ... 자기가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못 지킵니다. 약속을 못 지키는 것도 현실입니다. 자기도 이러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안 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그게 안 지켜지는 게 또 그 사람의 업입니다. ... 미움은 상대방의 말과 행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 내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겁니다. 이게 옳다든지 그르다든지 내 관점을 고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입니다.

도와주는 마음을 내면 언제나 도와주는 존재가 되고,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평생 도움을 받는 존재가 됩니다.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무엇이 떠오르더라도 흐르는 물처럼 가만히 내버려두고 주어진 수행 과제에만 집중해야 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번뇌 망상은 저절로 잠들게 됩니다. ... 나를 내려놓고 완전히 엎드리는 동작을 할 때 번뇌가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못 고치는 게 아니라 고치려는 생각이 없는 겁니다. 고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계속 반복하는 거예요. 아무리 업식이 대단해도 고치려는 생각, 대결정심大決定心이 있으면 고칠 수 있습니다. ... 내게 무슨 일이 닥쳐도,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대결정심을 놓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비로소 업식을 소멸하고 해탈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마음 가는 데 몸 가고, 몸 가는 데 마음 갑니다. 처음에는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몸을 숙이다 보면 나중에는 마음이 따라갑니다. 또 마음이 참회를 하면 몸이 따라갑니다. 그러니 절하는 횟수에 집착할 것은 없지만, 몸이 불편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절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덕에 집착하면 기복신앙이 됩니다. 깨달음의 공덕으로 나아가려면 사경을 하면서 그 경의 이치를 터득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머니가 여름이든 겨울이든, 집안에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아침 다섯 시만 되면 향 켜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아이 마음에 태산 같은 안정감을 줍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번뇌를 내려놓기 위함이고, 경전을 독송하는 것은 무명無明을 벗어나 지혜를 얻기 위함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일을 많이 해도 자기가 괴롭다면 그것은 중생놀음에 불과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게 수행의 기본 목적입니다. ... 바로 자기가 자기 운명의 주인인 사람입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인 사람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 수행자는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 스승은 그 사람이 훌륭해서 스승이 아니라 내가 그를 스승으로 삼기 때문에 스승인 것입니다. ... 자기가 얼마나 자기에게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스승은 자기를 내려놓는 점검의 기준이어야 합니다.

완전한 행복이 열반이고, 완전한 자유가 해탈입니다. ... 언제 어디에서 일어난 어떤 괴로움일지라도, 아무리 어렵고 힘든 문제라도 원인은 다 내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돌이켜서 보면 문제의 본질을 알 수가 있습니다. ... 괴로움도 속박도 모두 내가 만들어낸 굴레입니다. 이 굴레를 벗어나는 길은 문제의 원인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고, 내 마음이 지은 것이고, 그것 또한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수행은 '일체가 다 내 마음이 짓는 것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잘하고 잘못함이 없는 이치를 깨쳐야 백이면 백, 만이면 만, 다 참회할 수 있습니다. ... 법의 이치를 깨쳐서 참회하면 그게 바로 깨달음입니다. ... 용서해준다는 말은 내가 옳다는 말입니다. 본래 옳고 그름이 없으므로 용서할 게 없습니다. ... 고통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게 아닙니다. 내가 무지해서 어리석어서 스스로 고통 받는 겁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고통을 준 자신의 어리석음을 참회해야 합니다.

다만 알아차리기 ... 내가 두려운 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겁니다. ... 숨쉰다는 걸 아는 것과 실제로 숨 쉬는 걸 알아차리는 것은 다릅니다.

몽중일여夢中一如, 꿈속에서도 화두가 성성해야 합니다. ... 내 발 아래 있는 구더기들이 그렇게 올라온 구더기들이지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떨어져 가면서 올라온 겁니다. 올라오다가 떨어졌다고 실망하는 구더기가 있습니까? 열 번, 스무 번, 백 번 떨어졌다고 자살하는 구더기를 보았습니까? ... 더러움을 거르고 거르면 결국은 맑은 물이 나오듯이, 우리 마음에 물든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을 걸러내면 어떤 사람이라도 모두 다 청정해질 수 있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정진하라.'




작년 여름에 깨장을 다녀오고, 108배를 시작했다.
무슨 큰 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법사님이 해보라 하셔서 그냥 가볍게 해본것.
새벽이라도 여름이라 일어나서 절을 하다보면 땀이 나고,
절 마치고 명상을 할 때는 머리에서부터 얼굴로 목으로 내려오는 땀줄기가 내 몸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묘한 느낌도 주고,
그러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오면 시원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조금씩 걸리는 게 있었다.
나는 가톨릭인데, 절을 해도 되나?
성호 긋고 하는 기도와 절을 하면서 하는 기도는 머가 다른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말이 부처님을 믿는다는 말인데, 그럼 나는 개종을 해야하는건가?
개종은 안하면서, 그냥 절을 하면 안되나?
근데, 엄마, 아빠는 모르게 해야겠다. 머 그런...

그러던 중에, 원영언니가 '기도'라는 주제로 정토출판에서 책을 낼꺼라고, 윤문작업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나 같이, 깨장 다녀와서 기도를 할 마음을 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도를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을 만들꺼라고...

그래서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윤문작업과 중간중간 회의, 법문 추가 등을 하면서,
완성된 책이 '기도 내려놓기'이다.

이 책의 윤문작업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기도에 대한 모든 의문이 풀렸고,
기도에 대해서 내가 오해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었다.
- 세상일은 내가 바라는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 내가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나쁜게 아니다.
-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기도다.
-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지 않은 내 탓이다.
- 수행을 하며 절을 하는 것은 부처님께 절하는 것이 아니라,
- 나를 고집해서 미안하다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 나를 숙이는 연습이 절이고, 절을 하면 마음이 숙여진다.
- 하고싶은 대로 해서는 기도가 되지 않는다.
- 원을 세우고, 노력해야한다.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고는 그 후의 문제이다.

깨장이 끝나고 일년이 지난 지금,
불대 수업을 들으며, 그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함을 알며,
나에게 일어난 크고작은 수많은 일들에서 '나'를 만나고 있고,
미워하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자유롭고, 그만큼 자신만만해졌다.
믿음의 종교로서의 가톨릭과, 지혜의 종교로서의 불교가 모두 나의 인생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러나, 이젠 무조건 내가 바라는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바른 원을 세우고,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스스로 행동하고,
내 업식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절을 하며, 나를 되돌아 본다.
아마, 그 시점에 내가 이 윤문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나와 동생에게 태산같은 안정감을 주신 엄마, 아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용서해줄것이 없다는 말씀을 읽으면서는, 영화 <밀양>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집자에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을 선물하며, 또 이 책을 읽는다는 분들에게 기본 다섯번은 읽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한 번 읽고 좋은 내용이었네 하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기도하기 전에 읽고, 기도를 하면서도 또 읽고
그렇게 스스로의 기도를 점검해보며 계속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좋은 책이라고...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기도'를 왜 하는지, '기도'를 하려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알고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