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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세상에 오직 나 홀로 있는 듯한 기분 ... 윈터홀릭 / 윤창호










원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 윤창호 글과 사진 / 시공사



약간만 외진 곳에 서있어도 이 세상에 오직 나 홀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 (Iceland Reykjavik)

어쩌면 동심의 상상력은 어른들의 믿음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이렇게 근사한 산타 마을을 만들어낸 것일 테니. - 핀란드 로바니에미 (Finlacnd Rovaniemi)

숲 속에 사는 핀란드의 요정 무민 ... 핀란드를 대표하는 동화작가 토베 얀숀이 쓴 무민 동화 시리즈 - 핀란드 탐페레 (Finlacd Tampere)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 소설 속 가공의 얘기일 뿐일지라도 라스콜리니코프가 끝없이 고뇌하고 사유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짐짓 가슴이 떨려온다. 당연한 수순인 듯 끝내 노파를 살해하기에 이르는 그의 기묘한 논리가 떠올랐다. 이 공간의 어떤 기운이 그를 움직이게 했던 것일까.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Russia Saint Petersburg)

트롬쇠는 북극권에 해당하는 북위 66도 지점에서도 300여 킬로미터나 북단에 위치한다. 11월 27일부터 두 달간은 아예 해가 뜨지 않는 폴라 나이트가 계속된다. 반대로 5월 20일부터 두 달간은 해가 지지 않는 화이트 나이트, 바로 백야 기간이다. 지금은 폴라 나이트가 지속되는 한겨울. 그래서 낮에도 쨍한 햇빛은 볼 수 없다. 하물며 낮도 그러한데, 밤의 어둠은 얼마나 까마득할까 상상했었다. 하지만 항구에서 바라본 저녁 풍경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푸른색이 감도는 침침한 빛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 그가 설명해주는 오로라의 조건들이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었다. 영하 4도 이하의 추운 날씨, 습기 하나 없이 건조한 맑은 날. - 노르웨이 트롬쇠 (Norway TromsΦ)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버겔란 조각공원 ... 공원 중심에는 121명의 벌거벗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인간 탑을 만들고 있는 조각상이 서있다. 그 유명한 '모노리트'다. 흔히 이 조각상에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본성이 담겨 있다고 하지만, 어쩐지 모노리트를 대하며 욕망이라든가 투쟁 같은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의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우리의 세상살이처럼. - 노르웨이 오슬로 (Norway Oslo)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그리고 완벽한 것 같았다. 그런데 취기인지 뭔지 까닭 모르게 코끝이 시려왔다. - 노르웨이 베르겐 (Norway Bergen)




난 기본적으로 여행에세이 종류의 책은 읽지 않는다.
내가 직접 가보고, 내가 느끼는게 진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글쓴이를 내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 사람이 여행 중에 느낀 이러저러한 감정들에 내가 그닥 동조하게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찾아보는 책들도 주로 여행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여행에세이, 그것도 사진이 가득 들어가 있는, 그리고 그 사진들이 대단히 감동적이지 않는 이상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그러한 이유로 한비야의 책이 한참 베스트셀러일때 그녀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책방에 들렀다가, 언젠가 북유럽에 꼭 가야한다며
원영언니의 책을 방금 읽고 갖다놓은 두오모 언니가 너도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권했기 때문이고,
북유럽의 눈밭이 대부분인 이 책의 사진들이 조금 흥미롭기도 했고,  여행책이라 쉽게쉽게 책장이 넘어가서 그냥 받아들고 왔던거다.

머 그닥 대단히 큰 느낌을 준 건 아니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핀란드에 가서 살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북유럽에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의 관심에 약간의 정보와 느낌을 추가하는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

작년에 읽었던 덴마크 작가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 다시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덴마크 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이슬랜드와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가보고 싶어졌고,
오로라와 백야를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북유럽에 가보리라.
에베레스트에 올라가지 않아도, '세상에 오로지 나 홀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2월말 연휴가 지나고, 마침 눈이 펑펑 내린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로 워크샵을 다녀오면서,
사람의 발길이 지나지 않은 강원도의 하얀 눈밭을 손으로 만져보고, 걸어보고, 눈과 카메라에 담아 돌아오니,
북유럽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은 잠잠해지고,
지난 겨울, 진저리치게 싫었던 추위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 봄비와 함께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느낌마저 들었다.   

곧, 아이슬랜드 어딘가, 지평선 넘어 아무것도 없이 노란 집 한 채만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될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