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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내일도 여전히 존재하는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 틱낫한 지음 / 강옥구 옮김 / 장경각



관세음(Avalokita)은 ... 와서 도울 수 있도록 세상에서 들리는 울음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 완벽한 이해는 흐르는 물과도 같이 자유롭지만 지식과 지혜는 단단하여 우리가 이해하는 길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 결국 비었다는 것은 자신이 비운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 관세음보살이 이 종이가 비었다고 한 것은 종이의 독립되고 분리된 자아가 비었음을 의미합니다.

참된 이해는 통찰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구름이 되고, 햇빛이 되고, 나무꾼이 되고, 우리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될 때 비로소 종이를 참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는 상대방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비었다는 것(空)은 분리된 자아가 비었음을 의미하고, 결국 그것은 모든 생명으로 가득 차있는 것을 말합니다. ... 만일 한 장의 종이가 비어 있지 않았다면 햇빛과 나무꾼이 그 안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고 결국 종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空은 긍정적인 개념입니다. 만일 내가 비어 있지 않다면 나는 여기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고, 당신이 비어 있지 않다면 당신은 거기에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거기에 있으므로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空의 의미입니다. 형상(色)은 분리된 존재가 아닙니다.

모든 사물은 空을 그 자체의 본성으로 지니고 그러한 까닭으로 만물이 존재함을 말합니다. 그것은 즉 어느 것도 생겨나지 않으며, 어느 것도 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 세상 어떤 것도 무(無)에서 나온 것은 없습니다. ... 우리는 오로지 지속할 뿐입니다.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습니다. ... 나뭇잎에 대해 말할 때는 나뭇잎의 삶이라고 말하는 대신, 나뭇잎 안에서의 삶, 그리고 나무 안에서의 삶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나는 내일도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내가 꽃이나 나뭇잎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상 속에서라도 나는 당신께 정겹게 인사를 건넬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나를 알아보고 환한 미소를 보내 준다면 그때 나는 매우 행복할 것입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느니라.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도 없느니라. 저것이 저러하므로 이것이 이러하느니라." 이것이 만물의 기원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옷을 입었다고 자랑스러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의 생활이 그러하므로 소녀들의 생활이 이러한 것입니다. 우리들 가운데 누구도 깨끗한 손을 지닌 사람은 없습니다. 그 소녀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만일 우리가 가난한 자의 두려움과 희망을 이해한다면, 우리 자신의 희망과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체에 대한 통찰만이 우리를 구해 줄 수 있습니다.

죽거나 줄어드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달과 같습니다. 달은 찼다가 줄어들더라도 항상 달일 뿐입니다.

비었기 때문에 참으로 존재합니다.

모든 불안을 초월했으니 완벽한 열반이란 불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당신은 자유로워져 더 이상 탄생이나 죽음, 더러움이나 성스러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비로소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당신이 평화롭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과 그것을 나눌 수 없고, 스스로가 평화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도 평화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명상하고 미소지으며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평화를 실현하는 기초입니다. ... 나는 주의를 기울여 탠저린의 껍질을 벗기고 향기를 맡았습니다. 조심스럽게 한쪽씩 떼어 혀 위에 올려 놓으며 그것이 실제로 탠저린이란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완전한 명상 속에서 탠저린 하나를 다 먹었습니다. 탠저린과 먹는 사람이 실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또한 평화를 실현하는 기초입니다. ... 불교도는 명상을 하면서 지금부터 5년이나 10년 후에 있을 삶에 대한 해탈을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우리의 삶이 실재하는 삶이 되도록 수행할 뿐입니다. ... 걷기 명상을 할 때도 목적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걷기 위해 걸을 뿐입니다. 하나하나의 발걸음과 더불어 살아 있으면, 그 순간 우리의 삶은 실재합니다. ... 공존의 시각에서는 일상의 평화와 행복이 곧 온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의미합니다.




연말에... 미뤄두었던 <틱낫한 스님의 금강경>을 마저 읽고,
바라지를 다녀오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추워진 날씨에 움츠러들고만 있다가...
오늘 사무실 책꽂이에 꽂혀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반야심경은 어려우니 금강경 부터 읽으라는 덕심언니의 말씀때문에 읽지 않고 있다가,
오늘 무슨 생각이었느지 갑자기 꺼내들게 되었는데...
지난번 <틱낫한의 사랑법>을 읽었을 때처럼...
그렇게 고요하고, 밝아져서,
온전히 이 책의 이야기 속에 집중하게 되었다.

법회에 참석하거나 할때 반야심경 독송을 할 때,
반야심경의 한 구절도 외우지나 노래하지 못하는 나는 늘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반야심경을 외워야되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반야심경을 한번 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글로... 참 많은 이야기가 담긴...
세상을 살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자 같은... 이야기들...

어제,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원서를 냈다.
나의 종교는 가톨릭, 나의 철학은 불교...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올해...
불교의 가르침을 배워보는 시간을 통해서...
나의 올해 소망인 '따듯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없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2010년의 첫번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