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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책장.넘기는.소리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죄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음으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나를 기대하지 않는다



... [어느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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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것이 뼈아픈 후회가 된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10년 후 혹은 20년 후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그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해 뼈아픈 후회조차 할 수 없게 될까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