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의 사랑법 :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 틱낫한 지음 /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
법어를 들을 때는, 법우法雨가 여러분 의식의 토양에 스며들도록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말씨름을 하거나 다른 것들과 견주거나 하지도 마십시오. ... 그냥 여러분의 의식이 빗물을 받아들이게 두면, 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씨앗이 물기를 머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명상이란, 잠재된 의식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지요. 정원사인 우리는 무엇보다 땅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과 이해의 씨앗, 깨달음과 행복의 씨앗이 처음부터 그 속에 묻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자신의 보리심을 일깨우고 깨달은 마음, 사랑의 마음에 접속되는 순간 우리의 수행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첫사랑은 여전히 여기 있으며 언제나 여기서 여러분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순간, 나는 그 사람한테서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 우리 둘에게는 자비가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젊었고 그래서 우리는 바람에 날렸습니다. ... 때로 사랑은 여러분의 결심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비록 참된 다르마라 해도 그것을 움켜잡지 말고 (스스로 떠나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목이 마를 때 시원한 물 한 잔 즐거이 마시는 데 뭐가 잘못될 게 있습니까? 실제로 그것을 참되이 즐기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야만 합니다. ...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본디 덧없는 존재인 줄알기에 지금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불교 명상의 첫번째 상相은 '멈추어 고요하기'요, 두번째 상은 '깊게 꿰뚫어보기'(위파샤나)입니다. 대승불교를 공부하면 '깊게 꿰뚫어보기'가 그 중심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은 내 생애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두 담고 있었고, 나는 감히 그것을 흩뜨릴 수 없었던 거예요.
보리심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중생을 행복과 자유의 건너편 기슭으로 데려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말합니다. ... 우리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위해 수행할 것을 서원해야 합니다.
보살은 자아, 사람, 생명, 수명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진 사람입니다. ... 부처님은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는 자아 없이 있다 You art without self"라고 하셨지요. 비자아 non-self가 여러분의 본질입니다.
어느날 나는 타고 있는 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향 끝에서 타오르는 연기가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양을 보여주면서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더군요. 그것은 꼭 살아 있는 것처럼 그렇게 거기 있었습니다. 나는 존재, 생명, 실존을 인식하면서 조용히 앉아 '자아'와 향 내음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여러 모양을 만들면서 계속 피어오르는 연기를 즐겼어요. 왼손을 내밀어 연기를 '잡아'도 보았습니다. 향이 마지막으로 타는 순간은 특별히 아름다웠지요. 더이상 남은 향이 없게 되자 산소의 양이 많아지면서 순간적으로 붉은 빛을 내며 강렬하게 타는 것이었어요. 나는 몸과 마음을 한데 모아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위대한 적멸, 반열반般涅槃이었습니다! 그 불꽃은 어디로 갔을까요?
일정한 조건들이 갖추어지면 우리는 어떤 것을 감각으로 인식하고 그것에 '존재'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거예요. 그러다가 조건들이 더이상 갖추어지지 않으면 어떤 것의 부재를 감각으로 인식하고 그것에 '비존재'라는 이름을 붙여주지요. 바로 그것이 잘못된 인식입니다. ... 실재는 태어남, 죽음, 생성, 소멸을 초월합니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에는 세 가지 법인法印이 찍혀 있어야 합니다. 무상인無常印, 무아인無我印, 그리고 열반인涅槃印 ... 첫번째 법인은 무상입니다. 그 어느 것도 이어지는 순간에 같은 것으로 남아있지 못합니다. ... 무상함에 깨어있을 때 우리는 적극적이 되고 사랑하게 되고 지혜로워집니다. ... 두번째 법인은 무아입니다. ... 부처님은 우리에게 마음을 모아 모든 존재의 '서로 안에 있음' '무아' '무상'에 대해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 세번째 법인은 열반입니다. ... 모든 번뇌의 소멸인 열반은 자유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사물의 참된 본질을 깊숙이 꿰뚫어보아, 실재를 개념과 관념으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곧장 실재에 연결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 여러분에게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에요. ... 그 사람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내 인생의 흐름에서 나온 '그 사람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나의 조상들은 이미 그 사람을 만난 거예요. 나의 '첫'사랑은 이미 거기 있었고 늘 거기 있습니다. 그 사람은 시작이 없는 사람입니다. 내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은 훨씬 더 힘이 있는 어떤 존재로 바뀌었어요. 그 깊은 사랑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 여러분이 거기 계시기 때문에 내가 여기 있는 겁니다.
여러분의 첫사랑을 돌이켜보십시오. 여러분의 첫사랑에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음을 알게 될 거예요. 그것은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는 무엇입니다.
세 가지 해탈의 문 - 공문空門, 무상문無相門, 무원문無願門 ... 첫번째 문은 '공空' 입니다. ... "동떨어진 존재의 비어 있음이다" ... 'A'는 순전히 'A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이 한 장의 종이는 동떨어진 존재의 비어 있음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이것은 다른 모든 것에 섞여서 '서로 안에' 있어야 합니다. ... '서로 안에 있음'에 대한 가르침과 상호의존에 대한 가르침은 몸으로 겪어볼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 두번째 문은 '무상無相'입니다. ... 실재를 어떤 모양으로 움켜잡으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인식을 너무 많이 믿지 마십시오. ... 무지와 습기習氣 때문에 우리는 흔히 사물을 잘못 인식합니다. 자기가 만든 정신적 개념들, 특히 자아, 사람, 생물, 수명이라는 내 가지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 반야바라밀 변증법의 제1원리는 'A는 A 아님'이에요. 그렇게 볼 때 우리는 A의 안녕이 'A 아닌' 요소들의 안녕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지요. ... 모든 것을 깊이 들여다보면 '서로 안에 있음'이 보입니다. ... 모든 상(諸相)이 상 아님(非相)을 볼 때 우리는 부처를 봅니다. A의 A 아닌 본성을 본 뒤에야, A의 실체에 닿게 되는 거예요. ... 지혜의 원만함을 닦지 않는 사람은 굽지 않은 옹기그릇과 같은 사람입니다. 결국 속에 담은 물이 새거나 쏟아져 없어지고 말지요. ... 세번째 해탈의 문은 '무원無願'입니다. ... 우리 모두에게는 몸과 마음으로 무언가를 위해 애쓰려는 성향이 있지요. 행복은 오직 미래에만 가능하다고 믿는 거예요. ...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자신을 지금 여기에 있도록 가만히 두면 돼요. ...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다만 깨어 일어나 우리가 이미 여기에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뒷받침이 되어주고 북돋아주는 승가僧伽 Sangha가 있으면 보리심을 키우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 여러분의 승가-가족, 친구, 도반-는 흙이고 여러분은 씨앗입니다. ... 변화는 여러분이 무엇과 접촉할 때만 이루어집니다. ... 보리심은 여러분 안에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여러분이 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그들 안에 있는 보리심을 일깨우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보리심의 씨앗은 이미 그들 속에 있습니다. 남은 일은 그 씨에 물을 줘 싹트게 하는 거지요.
여러분의 첫사랑은 시작도 없고 그래서 끝도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 존재의 흐름 속에 여전히 살아 있어요.
부처님은 당신 자신을 가리켜 '여래'라고 부르셨어요. 그말은 "여여(있는 그대로 그것)에서 오는 이" 또는 "여여에로 가는 이" 또는 "아무 데서도 오지 않고 아무 데로도 가지 않는 이"라는 뜻입니다. 여여는 오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부처님의 깨달음인 그 빛에 닿도록 하십시오. ... 여러분 자신이 빛으로 바뀌도록 내버려두십시오. 정념正念이 빛입니다.
우리도 동시에 모든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라도 사람들은, 우리와 접촉할 수 있습니다. ... 모든 꽃에 많은 꽃잎이 있고 그 모든 꽃잎에 꽃이 있습니다. 하나가 여럿 안에 있고 여럿이 하나 안에 있습니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냅니다. ... 머리를 쓰지 말고 깊게 귀를 기울이세요.
관세음보살은 귀 기울여 잘 듣는 기술을 가르쳐주십니다. 누구든지 그 기술을 잘 익히면 많은 아픔과 괴로움을 이길 수 있어요.
무엇이든 깊게 들여다보면 겉모습에 속는 어리석음을 짓지 않게 됩니다. ... 한 가지 사물을 깊게 만나면 모든 사물이 거기 있어요.
물결은 물결이면서 동시에 물입니다. 물결이 자신을 물결로만 본다면 죽음을 겁내게 되겠지요. 물결은 자기가 물결이면서 동시에 물이라는 진실을 깨닫기 위해, 자기를 깊게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물을 치워 버리면 물결도 있을 수 없지요. 마찬가지로 물결이 없으면 물도 없는 거예요. 물결이 물이고 물이 물결입니다.
자비의 눈으로 꽃과 나비와 나무와 아이들을 바라보십시오. ... 여러분 안에 있는 자비의 에너지가 인생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자비는 언제나 이해에서 태어나고, 이해는 깊게 들여다보기의 열매입니다.
그저께, '안내자님과 함께하는 열린법회'에 참석하기 전, 잠깐 정토회 홍보국 사무실엘 들렀다.
원영언니를 만나고, 임혜진 팀장을 만나고, 수현씨도 만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을 언니한테 전해주라고, 책이 참 좋으니 니가 읽어보고 전달해도 된다고 그래서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그날은 열린법회 끝나고 버스를 타고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집에 오느라 꺼내보지않고 있다가,
어제 아침 출근길... 세번째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가을 바람때문이었는지, 어제는 정말 무엇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원래 저녁에 광고주와의 회식이 잡혀있었는데 취소되고, 평소 같았으면 영화나 보고 들어갈까 했어야 하는데,
영화를 보는 것도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또 열번째 이야기 까지 읽었다. 그런데, 자꾸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읽듯이, 여러번 소리내어 읽어야 그 느낌이 전달될 것 같은 느낌.
집에 와서 저녁을 대강 떼우고,
TV에서 뉴스를 시작하는데, 그냥 꺼버렸다.
처음엔 영화를 하나 볼까 싶어서 파일을 뒤적거리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맨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
그렇게 한 서너시간 이 책과 온전히 마주하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지금 이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평소 맘에 드는 문장, 표현, 기억해야할 문구 이런 것들에 줄을 치고, 체크를 하면서 책을 읽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연필을 꺼내들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이 또 그 사람에게 키스를 하거나 그 사람을 만질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이겠구나 싶었다.
서너시간에 걸쳐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책을 갖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사라졌다.
이 책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졌다.
원래 이 책이 전달되어야 하는 언니에게도 전달하고,
깨장식구들에게도 한 권씩...
그렇게 그의 사랑은 지금도 계속 실재하고 있는 것.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으로 인도하는 길을 이렇게 사랑스럽고 설레이게 하다니...
어제 하루종일 무엇에도 집중되지 않던 마음이
어젯밤 온전히 이 책에 집중되었다.
그것으로 감사.^^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제목을 내가 다시 짓는다면 무엇으로 지을까를 고민해보았는데...
정말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아마 번역한 사람도 편집자도 그래서 그랬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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