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에세이 / 한비야 지음 / 푸른숲
반 발짝 앞에서 조금 먼저 본 세상을 재미있게 얘기해주는 언니, 누나이고 싶다.
나는 어제나 내일보다는 오늘이 좋다. 감정의 표현처럼 시간도 지금 내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만만하다. 과거는 이미 수정 불가능하고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아닌가. 그러니 그 시간을 되도록 짭짤하고 알차게 살고 싶은 거다. 마음껏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은 거다.
삼십대까지는 올라가는 길만 재미있었다면 사십대부터는 내려오는 길도 똑같이 재미있고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올라갈 때 남보다 빨리 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쓸 게 아니라 내려갈 때 쓸 힘을 남겨두어야 하산 길까지 즐겁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기 경험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인 양 절대화, 일반화하는 것 ... 이 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전하는 얘기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전달하는 사람은 매력적이어야 해요. ... 두 얼굴이 있어야 해요. 현장에서 도와줄 때의 얼굴과 현장 밖에서 도와달라고 할 때의 얼굴 말이죠. 두 번째 얼굴은 매력적일수록 좋아요. 여성의 매력을 그런 데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
칭찬이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보려는 태도인데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근원이자 동력이 된다고 한다.
응원에는 이길 때 하는 응원과 질 때 하는 응원이 따로 있다는 것. ... 지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이때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진심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누워 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주어야 한다. ... 그냥 옆에 있어주는 응원,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응원 그리고 가만히 안아주는 응원, 그런 조용한 응원을 받고 싶다.
내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아 애가 타들어가도 나는 굳게 믿는 구석이 있다. 결국에는, 종국에는, 끝에 가서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다. ... 종국에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이 내 신앙의 원천, 아니 내 모든 힘의 원천이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었느냐가 중요하다. ... 방향이 정해졌다면 가는 길은 아무리 흔들려도 상관없다. 아니, 흔들릴수록 좋다. ... 나는 지금도 비틀거린다.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틀거린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나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 큰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내 무리한 일정은 일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아침 기도를 하려고 성호를 긋고는 하느님, 하고 불렀더니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딸아, 나 여기 있단다' 하며 하느님이 바로 곁에 서 계시는 것 같았다. 괜히 신이 나서 정원 한구석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평소 하던 대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오늘 하루를 선물로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오늘도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함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식구들, 가까운 친구들, 우리 팀원들과 짐바브웨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이곳에 제발 비를 내려달라고 간청한 후 특별히 오늘은 짐바브웨 파견 근무 첫날이니 마치는 날까지 나를 준비하신 대로 써달라는 기도를 했다. ... "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라."
고등부를 담당하던 젊은 신부님이 매일 감사할 일을 세 가지씩 적어 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적이 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기도하면서 그날 감사한 일을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 뭉뚱그리지 말고 왜, 어떤 일에, 무엇이 감사한지 구체적으로 되새겨보라고 ... 마땅히 감사할 일에 감사하는 것과 더불어, 감사할 수 없는 것까지 감사하는 성숙한 감사의 기도 ... 눈에 보이는 은총은 물론 고통으로 가장한 은총까지
돈이 많아야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당당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 트렁크 여행이 아니라 자기 짐을 스스로 지고 다니는 배낭여행이라면 기간이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1년이든, 국내든 해외든, 혼자 가든 여러 명이 가든 여행 중에 배우고 느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을 것이다. 나는 여행이란 길 위의 학교라고 굳게 믿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 ... 가족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듬뿍 받는 사람, 또한 다른 사람 안에 있는 소중한 싹을 발견하고 북돋워주는 사람, 자신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사람,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원칙과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인생을 진지하게 살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누구나 합격이고 그러므로 성공이다. 세상의 성공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자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 ... 우리 팀워크의 핵심은 눈만 마주치면 아무 이유 없이 웃는 것과 함께 서로의 고유 영역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물. 말 그대로 물은 생명이다. 적어도 아프리카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이게 정말 아프리카만의 문제일까? 물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나눠 써야 하는 한정된 자원이다. 지구의 85퍼센트가 물이라지만 그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퍼센트뿐이다. 그나마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쓴다면야 뭐가 문제일까마는 이런 불공평한 현실은 15초에 한 명씩 사람을 죽일 만큼 살인적이다. ... 긴급구호에 관한 국제 기준에 따르면 사람이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최소량이 하루 15리터인데, ...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물 사용량은 얼마나 될까? 무려 395리터.
할례받지 않은 여자는 불결한 여자로 간주되어 결혼을 할 수 없을뿐더러 자기 딸에게 할례를 시키지 않는 집안은 마을과 부족에서 따돌림을 당해 도저히 살 수가 없단다. 여성 할례는 전적으로 남성의 소유물이니 결혼할 때까지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성기를 꿰매고 있어야 마땅하다는 극단적인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 자기의 힘든 과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언니가 되고 싶다. 그런 언니가 곁에서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 나는 요즘도 종종 다히로 이야기를 한다. 다히로도 때때로 내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 어딘가에 진심으로 자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언니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며 살았으면 좋겠다.
구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며 최대한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구호 요원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우리가 글로벌 시대의 세계시민이 되려면 적어도 세계 주요 종교에 대한 상식 수준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지에서 오는 편견과 오해와 갈등과 반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다면 경제력이나 국방력 등의 하드파워와 함께 세계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국제사회의 약자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소프트파워 또한 반드시 함께 갖추어야 한다. ... '세계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 ... 세계시민이란 세계시민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 우리 세계시민학교의 별칭은 '지도 밖 행군단'이다. 나라는 지도, 나의 한계라는 지도, 사회의 통념과 편견이라는 지도 밖으로 나가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도 밖, 우리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도 살피고 돌보라는 뜻이다.
나의 안좋은 태도 중에 하나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어떤 영화, 혹은 어떤 책,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러다가 말게 될, 거품낀 유명세가 곧 다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그런 삐딱한 자만심 같은 게 있다.
대표적이었던 것들이 영화 <사랑과 영혼>,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공지영 등등...
(이것도 근거없는 편견, 아상도 없애버리긴 해야하는데... 그래서 요즘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어볼까 생각 중)
7월말, 깨장 가기 직전의 주말이었던 거 같다.
일요일 밤에 하는 어느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한비야가 나왔다.
그녀의 책 제목은 알지만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고, 그냥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TV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그녀의 모습이 의외로? 너무 밝고 씩씩해서 좀 놀랐고,
그즈음 뭔가 꽉 막힌 느낌을 갖고 있던 나에게 그녀의 모습은 '난 왜 저렇게 살지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고,
그래서 깨장을 끝나고 돌아오면, 집을 정리하고 생활을 정리하고 그녀처럼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깨장엘 다녀온 후,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 이후에도
TV에서는 종종 인터뷰의 형식으로 그녀를 볼 수 있었는데,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잠깐 근무하던 직원이 일을 그만두면서, 나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내가 그녀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아마 그렇게 선물받지 않았다면 읽어보지 않았을 거 같다. 다른 읽어볼 책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근데,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준 그 후배가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에게 나를 비유해주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ㅋㅋ
그냥, 둘 다 머리가 좀 짧다는 것, 둘 다 가톨릭이라는 것, 둘 다 결혼하지않았다(?)는 것, 정도가 비슷한 점이었을텐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씩씩하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괴로움과 슬픔이 없어서 씩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할 수 있는 거.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는 삶.
이런 부분은 정말로 닮고싶다.
그래서, 정말 내가 그녀의 삶과 닮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래서 한 번 시작해볼 건...
일 년에 백 권 읽기... 목표 정하고, 시작하는 날 정하고, 읽을 책 구하고, 독서 시간 확보하고...^^
곧 시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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