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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의 진실 ... 뒷모습 / 미셸 투르니에, 에두아르 부바


  뒷모습 Vues de dos / 미셸 투르니에 글, 에두아르 부바 사진 / 김화영 역 / 현대문학


뒤쪽이 진실이다!

머리털 ... 그것은 타인의 존재가 휘두르는 가장 잔인한 폭거. 나는 나를 위해 세수하고 옷을 차려입지만 머리는 너를 위해 매만진다. 그와 반대로 스님과 병사와 죄수의 까까머리는 비인간적인 규율의 질서를 위해 타자와의 자연스럽고 사회적인 관계의 단절을 나타낸다.

그렇고말고, 사람의 몸은 본래 그렇게 생겨 있어서 누군가를 '품에 안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반드시 그의 등 뒤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장미나무-창 유리에 비친 그린자로 이중이 되고 직접 보이지는 않고 짐작될 뿐 햇빛만 눈부신 작은 정원의 한 끝.

어릿광대는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배우. 우선 그는 희곡작가가 그를 위해 각본을 써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본래 그러지 않게 되어 있다. 전통에 따라 그는 제가 하는 쇼를 스스로 고안해내어야 한다. 작가인 동시에 배우.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사진'은 낯익었던 세상을 문득 낯설게 한다. 사진이 주는 으뜸가는 흥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은 현실과 같으면서도 아주 다르다. 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현실과 삶을 순간적으로 정지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살아 움직이던 것이 문득 멈추었다. 영원히 그렇게 멈추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과 상상력은 그것을 순간적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진은 집요하게 멈추어 있다. 사진의 매력은 우리의 동적 의지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그 돌연하고 집요한 정지에 있다. ...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뒷모습은 나타내 보이려는 의도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다. - 역자의 말



풍경을 담은 사진이나, 사물을 담은 사진은 내 마음대로 찍을 수 있지만,
인물이 들어간 사진은 그렇지 않다.
내가 찍고 싶은 순간을 기다리기도 어렵고,
어느 한 순간, 이때다 싶은 순간 카메라를 눈에 대고 셔터를 누르기 전,
이미 그 순간이 지나가 버리기 일쑤이고,
설령 아는 사람들을 나의 카메라 앵글안에 넣고 주문을 할 때도,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엔 마음 편하게 풍경 사진만 찍었는데,
사진이라는 걸 찍다보니,
풍경이 계절에 따라 제 아무리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사람만큼 풍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느낌을 담고 싶어졌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내 카메라 앞에 서주는 친절한 사람이 없다는 아쉬움.

그래서 가끔, 길을 가다가, 혹은 여행을 갔다가,
스쳐지나는 풍경 중에 사람이 들어가 있을 때, 그들 몰래 셔터를 누르게 되는데,
그럴 때 잡히는 모습이 대부분 옆모습 혹은 뒷모습이다.

그렇게 잡힌 뒷모습은 현상한 순간 바로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옛사진을 뒤적거릴 때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꾸며지지 않은 뒷모습.
그 뒷모습의 진실성에 대한 사진과 에세이...



(한참 전에 사둔 책을, 한참 전에 보고 읽고, 한참 전에 블로그에 써두고 비공개로 두다가, 한참 만에 포스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