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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경지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 류시화 엮음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

살 때는 삶에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일단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한다.

개울가에 앉아 무심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일 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인간사도 전 생애의 과정을 보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지나가는 한때의 감정이다. 이 세상에서 고정불변한 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란 내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런 일도 지내 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 세상일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구체적으로 살고 있는 개개인이 구체적인 사회이고 현실이다. 우리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관계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이루어진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다.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런 도리를 이 봄철에 꽃에게서 배우라.

내가 평소 타인에게 나눈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 올린 덕행만이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어 오래도록 나를 이룰 것이다. ... 나누는 일을 이 다음으로 미루지 말라. 이 다음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다.

수행자는 자기로부터 시작하라고 했지, 자기에게 그치라고 한 것이 아니다. 자기를 출발점으로 삼되 목표로 삼지는 말라는 뜻이다. 자기를 바로 알되 자기에게 사로잡히지는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산속으로 들어가 수도하는 것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멈추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멈춤과 고정됨은 곧 죽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살아 있고자 한다면 그 움직임과 흐름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시멘트와 철근과 아스팔트에서는 생명이 움틀 수 없다. 비가 내리는 자연의 소리마저 도시는 거부한다. 그러나 흙은 비를, 그 소리를 받아들인다. 흙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정결해지고 평온해진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다.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차의 세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 만나는 인연이란 뜻이다.

개체와 전체의 관계는 조화와 균형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바로 지금이지 그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다음 순간을, 내일 일을 누가 알 수 있는가.

극락도 지옥도 아닌 사바 세계, 참고 견딜 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그러나 묻지 않고는 그 해답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거듭거듭 물어야 한다.

늘 가까이 있어도 눈 속의 눈으로 보이는, 눈을 감을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이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이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야말로 실상이기 때문이다.

남의 말에 팔리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자연은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맑혀 주고 쉬도록 받아들인다. 우리는 그 품안에 가까이 다가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도 저마다 홀로 서 있듯이, 인간 역시 무한 고독의 존재이다. ...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결함도 없는 완전한 인간이란 완전이라고 하는 데에도 머물지 않는 사람이다. 완전이란 이미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 시시각각 새로운 창조이기 때문이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켜쥐기보다는 쓰다듬기를,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구불구불 돌아가기를 좋아한다. 문명은 직선이고 자연은 곡선이다. 곡선에는 조화와 균형, 삶의 비밀이 담겨 있다. 이것을 익히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이다.




지난 여름,
햇수로 10년차의 직장생활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었던,
육체적으로는 견딜만 했지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 이틀을 내처 잠만 자고, 3일째 겨우 일어나서 집어든 책이 황석영 선생님의 개밥바라기별과 법정스님의 이 책이었다.

고3때 문고판으로 나온 무소유에서 읽었던 구절도 있고,
좋은 말씀들만 따로 엮어낸 책이라 글자도 별로없고, 그림 같은 사진도 있고 그래서
개밥바라기별 한나절 만에 읽고, 바로 연달아 읽어버리긴 했는데...
이미 깨달음을 얻으신 분의 이런 말씀이... 그때 당시, 완전히 지쳐있었던 나에게는 그렇게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의 투정과 견디기 힘들었던 현실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몇군데 줄 쳐놓은 부분만 옮겨놓고 한참을 비공개로 방치했던 포스트...

오늘 <구구는 고양이다> 영화 리뷰 포스팅을 올리려다가, 비공개 포스트를 뒤적거리며 보니...
이 책은 읽은 책꽂이에 꽂아두면 안되겠다는, 침대맡에 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시 뒤적거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알고 있는 건, 머리로 알고 있을 뿐이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건,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다.
아직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니, 가까이 두고 마음에 새길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