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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국가적 위기다 ... 생명평화 대화마당 : 3일째 (6/10)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 "생명평화 대화마당" - 3일째
도법스님 & 법륜스님
2010. 6. 10 조계사(서울한강선원) 앞마당



질문
어제 "4대강 공사를 하기 전에 내 안의 환경은 어땠는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내 안에 생명은 어떠했는지... 내가 평화로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 이곳에 오는 발걸음이 평화롭지 않았다. 우리 안에 평화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도법스님 : 
손뼉소리는 있을까요? 없을까요?
지금은 손뼉소리가 없죠? 두 손바닥을 마주쳐 보세요. 이젠 손뼉소리가 있죠?
평화는 손뼉소리와 같습니다. 내가 조건을 만들면 있는 것이고, 내가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없는 것입니다.
평화는 어딘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건을 만들어서 있게 해야하는 것입니다.
... 그렇게 하려면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걷기를 추천합니다. 한시간 정도의 거리는 걸어다니기.
인간은 두 발로 서고, 두 발로 걷는 존재입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자기 성찰을 하고, 그 속에서 평화를 구하시기를 권합니다.



내가 한 질문
'소신공양'이 어떤 건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냥 자살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는 것같은데, 불교계가 이걸 알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느낌.
그리고 스님이 소신공양을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별루 관심이 없는거 같아서 안타까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잘 알려서 뭔가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을지...

도법스님 :
소신공양은 어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하거나,
또는 이 생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다음 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수스님은 천일동안 수행정진을 하고 그것이 끝나는 날 소신공양을 하신거라고 한다. 소신공양을 자살이 아닙니다.

법륜스님 :
우리나라 역사적으로 신라가 불교를 받아들이게 된 계기에 이차돈이 있습니다. 이차돈은 승려도 아니고, 나이도 22살에 불과합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청와대의 말단직원쯤 되는 공무원이었는데,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한 불교를 믿고 주위 친구들과 함께 절을 지어서 그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차돈은 임금이 아끼던 사람이라, 바로 처벌을 하지 않고, 임금이 "앞으로 불교를 믿지 않겠다고 하면 용서해주겠다"고 하는데
이차돈이 그럴수 없다고 해서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때 하얀 피가 쏟고, 먹구름이 끼고 ... 이런 여러 현상이 있어났다고 전해집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사람들이 접했을때 아마 서늘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왜 그렇게까지... 도대체 무슨일로... 이런 생각들을 하겠죠.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우리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이렇게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는 것이 아마 이차돈이 순교할때 일어난 먹구름과 같은 것일 듯합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가는 문수스님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그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소신공양 하신지 열흘 지났습니다. 이제 그런 변화들이 서서히 일어나야겠죠.
그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
자꾸 분노가 일어나서 참회가 잘 안됩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소리라도 질러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법륜스님 :
호랑이가 내 부모를 죽여서, 그 복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죽이면 그건 살생입니다.
그런데, 호랑이가 내 부모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자꾸 죽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호랑이를 잡아 죽인다면 그건 보살행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화를 내고, 그래서 그 문제가 해결되고,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나서 또 화를 내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해탈의 길이 아닙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돌고도는 윤회의 길입니다.
우리가 4대강 개발사업에 반대를 하는 것을 분노로 표출하면 안됩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가 한 번 뱉은 말 뒤집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죠.
그런 마음도 헤아려서, 더 이상 희생을 막게 하는, 죄를 짓지 않게 하는 자비심으로 행해야 합니다.


질문
오늘 하루 어떤 마음으로 보내셨는지, 108배를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참회해야하는지...

도법스님 :
고맙습니다. 쉬운 질문 해주셔서...
저는 범속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세끼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잠도 아주 푹 잘 자고, 더워서 참 덥구나 하고,
저녁에 108배 해야한다고 하는데 하기 싫어서 안할까 하다가 그래도 신도님들도 이렇게 하시니까 할 수 없이 했습니다.
무슨 스님이 저러냐 싶죠? (웃음) 저는 그렇게 범속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좀 많이 했어요. 근데, 가만 보니까, 오늘 하루 분노하거나,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보낸 거 같습니다.
... 세상에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입니다. 또한 생명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도 참으로 위대합니다.
우리가 목이 말라 죽어가는 사람한테 물을 주면 그 사람이 살아납니다. 이건 기적이죠.
물 속에 생명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는겁니다. 참으로 신비롭지 않습니까?
이렇게 보면 생명의 존재 자체가 신비고, 위대함이고 거룩함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가치이죠.
나도 위대한 존재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위대한 사람들이고...
그걸 알고 살면 위대한 존재들로 인해서 날마다 웃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질문
4대강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법륜스님이 북한전문가라고 하시던데 천안함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법륜스님 :
천안함 문제는 국가가 외국 전문가들을 모아서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민된 도리로써 국가의 말을 믿어야하는데, 문제는 국민들 대다수가 그 말을 믿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차라리, 이 문제는 조사를 오래 해야하고,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니 기다려달라라고 한다면 믿겠는데
그렇지 않고, 확정적인 물증도 없는데, 서둘러 결론을 내려서 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한반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고의적으로 그렇게 할 곳은 북한 밖에 없어요. 그건 심정적인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도 심정적인 것으로 누군가를 처벌하지는 않잖아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그걸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하물며 국가와 국가 사이에 심정적인 것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은 일상적 수준에서의 군사적 충돌입니다.
설사 북한이 그랬다 치더라도, 니가 내 빰 한대 때렸으니까, 나도 한대 때릴께, 하면 안됩니다.
잘 달래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대화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국가적 위기 사태라고들 하는데, 배 한 척 가라앉은 것이 국가적 위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국가(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국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국가적 위기사태이다.

4대강 개발 사업은 이것이 과연 국민적 염원이었는가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한다.
저는 환경론자는 아닙니다. 최소한의 개발이 필요하다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4대강 개발 사업의 시작은 어느 한 개인의 운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 그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어서 폐기한건데
다시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제대로된 공청회도 없이 2년안에 추진하겠다고 저렇게 공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한 10년은 공청회를 하고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없습니다.
4대강 문제는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민주적인 절차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원래 8시부터 9시까지 라고 되어있었는데,
진행하다보니, 사람들도 점점 늘고, 질문도 계속 들어오고 해서 10시까지 2시간을 진행했다.
4대강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인생의 문제... 어떻게 살아야할지의 삶의 근본의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내가 한 질문에 답해주신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 안에 있던 조급함을 보았다.
한번에 한꺼번에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급함.
계단을 한번에 오를 수 없듯이, 한단계 한단계가 모두 의미가 있는 과정임을 깨닫고
조급하지 않게, 한발 한발 걸어나갈 것.

정토회에서 행자들이 전체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동요를 함께 부르며 시작을 해서, 마무리는 시와 함께 하는 명상으로...
심각한 듯한 문제도 경쾌하고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내 마음도 가볍고 경쾌해지는 듯한 느낌.


대화 자체가 그대로 법문이었다.
49일이 되는 7월 28일까지 매일매일 진행하신다 하니, 틈만 나면 찾아와서 법문 청해 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