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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나도, 우리도... 언제, 어느 순간... 그들에게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어제...
아침 출근 준비하며... 용산에서 농성하던 철거민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나와
용산구청 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사무실 PC를 켜던 그 사이
6명의 사람이 죽고, 2~30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

40여명의 철거민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화염병을 만들어 농성을 시작한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400여명의 경찰과 용역깡패를 비롯하여 대테러 진압 임무를 담당하는 특공대원들에 의한 진압이 시작되었다.
3대의 물대포에서 쏘아대는 물과
건물 아래서 올라가는 경찰,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옥상으로 진입하는 특공대원들 사이에서
철거민들은 화염병과 시너와 함께 탈출구도 없이 샌드위치가 되었다.

어젯밤 김석기 신임 경찰총장 주재 하의 긴급회의에서 이런 작전이 논의된 게 분명한 것 같은데,
그 논의의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안전에 대한 논의는 한마디도 없었던 것 같다.
시너와 화염병이 있었으니 불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거,
도망갈 데가 없는 철거민들이 뛰어내리거나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그 작전의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을 텐데,
소방차도, 엠뷸런스도, 에어매트도 없이... 마치 폭동을 제압하듯이...
철거민들의 죽음을 방치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죽음으로 몰아갔다.


6명 중 단 한 명 특공대원의 빈소만이 가장 먼저 화려하게 차려졌고,
경찰청 홈페이지에 '용산 철거민 상황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고 변명하기에 급급했으며,
19일 밤 9시에 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는 경찰의 브리핑도 거짓이었다.

어제 MBC 9시뉴스에선
난간에 한손으로 매달려있던 사람이 견디다못해 떨어지는 장면이 나왔고,
클로징멘트에서 신경민 앵커는 '그곳에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단지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지 않는, 끝내 살 수 없는 상황 끝으로 몰아가는 이 정권을
군사정권 시절과 비교하며 '그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한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데 이번 사고가 그런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취소했다.
그녀에겐 과격시위만 보였던 건지, 도대체 무엇의 악순환을 끊자는 건지,


그들에게 철거민들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 혹은 '사람'이 아니었던걸까...
정말로 그랬던걸까...
정말 그랬던거라면...
나도, 우리 가족도, 우리 이웃도,
언제, 어느 순간,
그들에게 '사람'이 아닐 수 있다.




2009년 서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스스로 변이를 계속하며 거대해져가는 이 '괴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있기는 한지, 답답하다.

절망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자괴감에 빠질 수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희망'을 말해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