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죽기 쉬운 세상, 살기 힘든 세상

 


생각 하나 ... 그녀, 최진실
늘 밝게 웃던 그녀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왜... 그렇게 까지... 혼자서... 그런 결정을... 아이들은... 남은 사람들은...


생각 둘 ... 충동적 자살
본인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는 점에서 자살은 어쩌면 가장 지독한 살해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일들을 다 겪어낸 그녀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럴 용기로 살아라'라고 쉽게 말하지만, 살아갈 용기를 내기가 더 힘든 세상이었을지도...
그래도 어쩌면... 그녀도 지금쯤 하늘에서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두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 곁에 있어줄 수 없어서...


생각 셋 ... 우울증 
사람이 어떤 일을 겪어낸다는 건, 그로 인한 상처를 몸과 마음에 새기는 것 같다.
더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는 흉터가 되든,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덮어두든,
모든 상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아있게 된다.
그 상처들에 약을 바르고, 신경을 써주고, 마음을 쓰고 해서 더 아프지 않게 해야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상처의 깊이가 얼만큼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 상처를 열어보는 것, 혹은 열어보이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덮어두고, 괜찮은 척 하게 되고,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뚝불뚝 상처에서 열이나고, 아프면... 그제서야 내가 아팠구나 하게 된다.
그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그녀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몸에 마음에 새겨넣고 있었을까...


생각 넷 ... 가벼운 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던 그날 아침 지하철 안,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 덕분에,
어떤 여자가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그녀의 소식을 전하고, 수다를 떤다.
그녀의 가볍지 않은 죽음이, 가벼운 수다가 되어 허공에 날린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근거없는 추측, 이유없는 미움, 가볍게 하는 남의 얘기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말로 인한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텐데,
그런데도 우리는 남들 얘기를 어쩌면 그렇게 쉽게들 할까...
한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녀의 죽음이 우리와 관련이 없지 않은데,
조용한 지하철 안, 모든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며 가볍게 수다를 떨만큼... 그렇게 가벼운가.


생각 다섯 ... 소문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그 소문이 진실인가 아닌가가 궁금하다.
마치, 그 소문이 진실이라면 그녀가 죽어도 마땅하다는 듯이.
그 소문이 설사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죽음은 마땅하지 않다.
많은 사채업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고,
많은 연예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채업 광고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생각 여섯 ... 가치
철학이 없고 가치가 없는 세상,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된 세상,
그래서 세상은 살기가 힘들다. 돈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돈은 가치있는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내가 소중한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며,
내가 소중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돈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존재 자체가 소중한거다.
그러나 그것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쉽게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쉽게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도 모두 그 탓이다.


생각 일곱 ... 죽음이 쉬운 세상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건 안된다.
그러나 가벼워진 세상은 살아가기보다 죽는 게 더 쉬워보인다.
마음 속 진실한 생각을 이야기할 상대를 찾기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힘들다.
힘들 때 힘들다고, 아플 때 아프다고, 외로울 때 외롭다고 말할 것.
죽고 싶다는 말... 쉽게 하지도 말고, 쉽게 듣고 넘기지도 말 것.


마지막...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또 다른 죽음이 없기를...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