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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스크린.속.그대

누구든 혼자가 아니야 ... 굿바이 솔로























굿바이 솔로 (KBS드라마, 2006)

기민수, 황인혁 연출 / 노희경 극본
천정명, 윤소이, 이한, 김민희, 이재룡, 배종옥, 나문희, 김현균 출연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사랑이 허약한 게 아니라 사람 맘이 허약한거야. 사랑은 아름다운거야.

그런데 한 번만 더 도와주라, 미리야. 지금 나 좀 냅둬줘라.

징징댄거 미안, 집에 와.
너 좋아하는 신당동 떡볶이 사가지고 갈께.

울고시픔울어.
참을 만 해.

사람들이 그냥 나를 무서워했으면 좋겠어서.

사랑은 안 변하지만 사람 맘은 변한다. 그냥 그렇다구.

젊어서 힘들겠다.

참으려고 애쓰다가 힘들면 얘기해. 그 누구도 아닌 니 입으로 나한테 그래줬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들고 싶다. 나이들면 누나처럼 그렇게 명쾌해지나?
지금 이 순간 이 인생이 두 번 다시 안온다는 걸 알게 되지.

너 힘들겠다. 근데 아파야 크니 어째, 아파야지.

벌어질 때 벌어지더라도 난 너 사랑할 때까지 해보려구

우리가 한 약속들이 다 지켜질 수 있을까? 갑자기 약속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드네.

밥을 생각으로 먹나, 때되면 먹는거지.

나는 이해해달라고 굽신대고, 너희들은 이해해줄까 말까를 고민하는 이 시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 수희야.

살면서 하나만 자기 뜻대로 되도 감사한 것 같아요. 모두 다 내 뜻대로, 너무 욕심사납잖아.

자존심 가지고 사랑을 어떻게 하니?

니가 분명히 말 안하면, 난 이렇게 오해해.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간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랜 친구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 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입장도 이해가 가. 근데 할머니를 여기 그대로 둘 수 없는게 또 내 입장이야.

왜 세상 사람 모두가 다 널 이해해야하는데? 나두 우리 가족한테 이해 못받고 살어.
누구한텐 이해 받고 누구한텐 이해 못받으면서 인생 대충 그런 거 아냐?



지난 여름인가 사두었던 DVD를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꺼내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와 뒤이은 주말까지 틈틈이 16부를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울었던 거 같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무 불쌍해서 울고,
그 사람들이 아파해서 울고,
그들이 또 다 이해되서 울고...


세상에서 지안이를 이해해주는 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민호도
지안에게 우정이 남아있는 수희도
세상 모두와 싸우고 있는 지안도
가족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사랑에 올인하는 미리도
가슴 속 진심이 남아있는 호철도
살면서 제 뜻대로 된 단 하나로 만족했던 지수도
진짜 쿨한 영숙도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할 줄 아는 민재도
눈으로 모든 말을 하는 미영할머니도
교도소 앞 멍하게 앉아있던 미영할머니 딸도
사랑하는 사람도 본인도 모두를 외롭게 했던 민호아버지도
늘 외로웠다고 생각하는 민호어머니도
어느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모두 다 이해되고, 사랑하게 되는 드라마.


나는 기본적으로 '난 널 이해해'라는 말은 거짓이라고,
(100% 거짓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가 아닌 이상, 그가 될 수 없는 이상, 내가 누군가를 100% 이해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지.
이 부분은 이만큼, 저 부분은 저만큼.

나의 경험과 나의 생각의 폭에 비추어 그 안에서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거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접어서는 안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세상에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이 됐든,
아니면, 나의 부분부분을 이해해주는 여러 사람이 됐든,
나에게도 누군가가, 그 누군가에게도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받고 그렇게 사는게 인생이니까.


얼마 전 종영된 '그들이 사는 세상'도 좋았지만,
난 '그사세'보다 '꽃보다 아름다워'가
'꽃보다 아름다워'보다 '굿바이 솔로'가 더 좋다.

배종옥, 윤소이, 천정명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는데,
김민희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정말 다시 보게 되었고,
이 드라마 찍을 때 신인이었던 이한은 이때부터 눈에 띄었지만,
최고의 베스트는 나문희 선생님.
눈으로 그렇게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근데, 드라마 볼 때도 그랬고, 다시 DVD를 볼 때도 그랬는데,
수희네 집으로 나오는 이 집.
어느 동네에 있는 집인지, 아직 그대로 있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굿바이 솔로 끝나고 얼마 안되서 KBS인가 어딘가에서 다큐 프로그램에
일제 시대인지, 어떤 나라의 대사로 부임해온 사람이 지은 집과 그 사람에 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 때 나왔던 집이 이 집이었던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모르겠다.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제가 사례합니다.
맛있는 밥 사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