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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문제의 본질 (어제 100분토론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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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0분토론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은?'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이러합니다.


애초에 미국측의 '재협상' 요청에 의해 시작한 쇠고기 수입 협상을 담당하던 협상단의 처음 생각은
월령 제한 없애고, SRM이 포함된 부분도 모두 수입하고, 검역 주권도 포기한 지금의 협상은 아니었을겁니다.
(--> 이 부분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양국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대통령 되자마자,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 이명박이
(--> 최우선의 문제가 그것이었는지, 어떤 방향의 관계개선을 의미하는 건지 그 논의는 일단 접겠습니다.)
부시를 만나서 줄 선물로 '쇠고기 협상 타결'을 생각하고
'쇠고기 협상,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라고 시켰고, 그리하여
이명박이 부시를 만나기 채 몇 시간 전에,
지리하게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이, 갑자기 타결된 겁니다.

- 여기서, 대통령에게 '그건 절대 안됩니다. 국민의 건강과 검역 주권이 걸린 일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해버린 협상단에 대해서
  그들이 그냥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조건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긴 하나, 그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입장을 바꿔 생각했을 때,
  그러기 쉽지 않았을 상황과 본인의 생계가 달린 문제였을지도 모르니,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치겠습니다.


그 후,
타결된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똑똑해진 국민들이 영어도 해석하고, 협상법과 국제법도 공부하면서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일단 고시 연기해라. 그리고, 이러저러한 부분 재협상해라.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그 정신없는 와중에,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중국에 간 이명박이 돌아오기 직전,
그가 지진 피해자들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쑈를 하는 동안, 고시를 강행했습니다.
(--> 이 부분은 이명박이 '갔다오기 전에 끝내'라고 시켰는지, 정운천의 과잉충성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로 인해, 어제 이화여대 최원묵 교수의 논조를 그대로 따르자면 (그가 원한건 그게 아니었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이 사태의 본질이 있습니다.
쇠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사람은 '이명박'인 것입니다.

인적쇄신한다고 청와대 비서실, 국무총리, 장관 몇 명 갈아치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여러 국민이 재협상을 원하고, 저도 재협상을 원하는 1인이나
과연 누가 가서 당당하게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논리적으로 협상을 벌여나갈 수 있을지,
재협상의 가능성 및 그 내용의 질에 있어서는 다분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건...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제발 좀 귀를 열고,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며,
한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엎질러진 물'의 책임을 전국민에게 지우지 말 것이며,
이제라도, 국민의 건강과 주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럴 능력과 그럴 의지가 없다면, '이명박' 물러나야합니다.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 하나로
100일 밖에 안된, 아직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지난 5월 말 '이명박 물러나라'라고 몇 시간동안 외치던 순간에도
제가 정말 원했던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40일 넘게 촛불이 타들어가도,
보다 못한 노동자가 분신 시도 후, 병상에 있다가 끝내 돌아가셔도,
'초를 산 돈의 출처를 알아봐라' '사탄의 무리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두뇌 상태가 의심스러운 수준의 발언과
국민을 향해 분말 소화기와 물대포를 직사해도 된다는 30년 전 군사독재정권과 똑같은 수준의 대응방식,
또, 듣도보도 못한 컨테이너 장벽으로 '소통할 의사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커뮤니케이션 수준까지
쇠고기 수입 협상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야기된,
(--> 그 외에도 대운하, 의료보험, 공기업 민영화, 교육, 물가까지 어느 부분 하나 문제 아닌게 없는 상황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능력 없음'과 '자질 없음', '발전 가능성 없음'이 증명된 지금,
진실로 '이명박 퇴진'을 요구합니다.



몇 가지 덧붙여...

- 오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한다고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을 컨택하여, 어떤 내용으로 협상을 하여,
  그 결과가 '재협상에 준하는 수준의 추가협상(?)'을 이루어낼지...
  기대되진 않지만,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발 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다녀오십시오.
  당신들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국민들은 똑똑합니다.

- 어제 '과격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 카페 홍보하시던 서강대 경영학과 다니신다는 이윤재씨
  지난 밤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몇 말씀 드리자면,
  하나, 도로교통법은 헌법에 우선하지 않습니다.
  둘, 6.10민주항쟁도, 5.16 광주항쟁도, 옛날 3.1운동도 모두 그 당시 법으로 불법이니 잘못된 것인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역사공부 다시 하십시오.
  셋, 경영학과를 졸업하면 기업인이 됩니까? 그래서 노동자가 될 염려는 없으니,
       기업인에게 유리한 법에 의해, 노동자는 피해를 보더라도 참고 살아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경영학과 그만 다니십시오.
  넷. 100분토론은 토론의 장입니다. 논리도 없는 카페 홍보하는 곳이 아닙니다.
  다섯. 당신네 카페와 관련하여
         '다양한 스펙트럼' 보고싶어서 카페 갔는데, 저처럼 찾아간 사람들을 '좀비'라고들 부르시더군요.
         다양한 스펙트럼이 어디 있는지, 정말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테 카페에도 '집행부'가 있고, 결집된 의견을 보이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시더군요.
         당신들이 말하는 '운동권'에서나 쓰는 용어들인데, 당신들의 배후는 도로교통법입니까?

- 반미와 반FTA라고 무조건 좌파 빨갱이는 아닙니다.
  50년이 지나도 아직도 계속되는 '레드 컴플렉스' 제발 좀 벗어납시다.

- '벽창호 정부' 넘어 '생활혁명' 준비해야   -->기사보러가기
   한겨레신문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100만 촛불의 의미
   2008년 6월 12일 / 홍세화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