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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살다/어제,오늘,내일

내 안에 있는 MB, 내 안에 있는 분노와 조급함 버리기




2010. 6. 10 저녁 / 조계사  "생명평화 대화마당" 3일째

가장 인상적이었던 법륜스님의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가 내 부모를 죽여서 복수를 위해 그 호랑이를 죽였다면 그건 살생죄지만,
호랑이가 다른 마을 사람들을 더 죽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호랑이를 멈추게 한다면 그건 보살행이라고,
4대강을 반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분노여서는 안된다고, 그것은 해탈의 길이 아니라고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보살행을 행하는 부처의 마음... 자비심으로 행해야 한다는 말씀.


2010. 6. 11 낮 / 사무실

<중앙일보> MB "초선위원들 정치 잘못 배워"
<한겨레>천암함 사건 관련 MB "군의 초기대응 잘 됐다고 생각한다"
트위터를 통해 날아온 일간지 신문기사 제목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오세훈은 중랑천에 배를 띄우시겠다고,
이런 제목의 기사 목록을 보자마자 분노심이 끓어올랐다. 자비심으로 그냥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다 싶었다.
이 총체적 난국을 도대체 어떻게... 과연 저들과 대화라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 6. 11 저녁 / 조계사  "생명평화 대화마당" 4일째

"각자 자기의 삶의 습관에서 사유작용이 일어난다. 누군가 특별히 악마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의 삶의 과정에서 그렇게 형성되어 진 것이다.
우리가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 조급해진다. 조금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 ...
지장보살에게 있어서 정토는 지옥이듯이, 우리가 발심을 해서 일을 시작할 때 우리의 원은 성취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정토인 것.
객관적인 확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 해서 부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십자가를 지지 않고서는 부활은 이룰 수 없다.
언제든 늘 해치우고 마는 그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우리가 그것보다 더 큰 원이 있어야 한다. ...
우리가 정말 신앙인인가에 대한 강력한 물음이다. 이런 장애를 통해서 진실에 눈 뜨게 하는 것. ... "  - 법륜스님 말씀


2010. 6. 12 새벽 / 집

아침 참회수행을 하는 중에... 어제 대화마당에서 법륜스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내 안에 있는 분노와 조급함이 보였다.
그동안 나는 나의 업식을 끊어버리는 일과 사회적인 어떤 문제에 내가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의 업식을 끊어버리는 일은 나의 문제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나의 업식과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에 있는 분노와 조급함이 곧 내 안의 MB라는 것.
전에 여강선원 갔을 때 수경스님 말씀처럼 "강이 파헤쳐진 이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 안의 MB를 없애는 일이, 내 안의 분노와 조급함을 없애는 일이라는 것.
종교와 내 삶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게 별개의 문제가 아님도 함께 깨달았다.
잘난 척하는 마음 살펴볼 것


2010. 6. 12 낮 / 집 & 버스 안

월드컵 B조 우리나라의 첫경기 - 그리스전이 열리는 날 오전 내내 고민했다.
며칠전 구입해서 전사지까지 정성껏 다려 트위터 유저네임까지 박아넣은 태극의 전사 티셔츠까지 꺼내 입고
그날 서울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던 트위터 모임에도 4시까지 가겠다고 연락해놓고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오늘 못나가겠다고 연락을 했다.
월드컵은 나 말고도 응원할 사람들이 많지만, 문수스님 천도재 및 추모식은 내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트위터를 날리고, 코나언니를 만나러 안국역으로 나가는 버스 안에서 살짝 눈물이 났다.
월드컵 경기도 마음 편하게 못보고,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2010. 6. 12 저녁 / 조계사 극락전  "문수스님 천도재 및 추모식"

200명이 채 들어가지 못하는 극락전에서 문수스님 천도재와 추모식을 했다.
극락왕생하시라는 말씀은 빼고, 다시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셔서 큰 빛이 되어달라고...
이어서 2시간 동안 1080배 정진. 아침에 기도할 때 하는 108배가 가장 많이 해본 절인데... 가능할까 싶었다.
처음엔 욕심이 생겨 급하게 절을 하다보니 다리도 금방 뻗뻗해지고, 땀이 줄줄 흐르고, 힘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욕심으로 하면 오래하지 못함을 알겠다.
평소 절을 해오던 패턴으로 봤을 때 2시간에 할수 있는 건 500배가 적당한 것 같았다. 108 염주 다섯바퀴.
처음엔 급하게 하던 것을 다시 원래의 패턴대로 천천히, 처음엔 힘을 줘서 하던 것도 원래대로 힘을 빼고
그렇게 500배를 하는 동안,
위에 입고 있던 가디건도 벗어놓고, 목걸이도 풀고, 팔에 있던 염주도 풀어놓고, 안경도 벗고, 시계도 풀고, 반지도 빼고...
그렇게 하나하나 벗어놓고 빼놓고 하면서 이게 나를 버리는 것이구나 싶었다.
내가 평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이렇게 절을 하다보니 하나하나 놓게 되는 것.
법륜스님 말씀대로 몸을 숙이면 마음이 숙여진다는 말씀이 몸으로 느껴졌다.



추모식까지 끝나고 나니, 그리스전도 2:0으로 이겼다고...
하이힐을 신고 조금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스를 탔는데, 마음이 좀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누구를 위함이 아닌, 내 문제라는 것...



"생명평화 대화마당" 이번주 스케줄
- 6/15(화) 8일째 이야기손님 : 지난 주, 괴물신자 '김문수'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삭발하신 조해인 신부님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사무담당) 
- 6/16(수) 9일째 이야기손님 : 김홍신 작가님
- 6/17(목) 10일째 이야기손님 : 미정
- 6/18(금) 11일째 이야기손님 : 지난주 문수스님 첫번째 천도재 및 추모식 때 대구의 안치환이라고 소개되었던 가수 박창근님
                                          (개인적으론 안치환이 아니라 김광석 같았는데...)
- 6/19(토) 문수스님 천도재 및 추모식, 1080배 정진 두번째
- 6/20(일) 영화 이야기 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