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을.살다/어제,오늘,내일

안구건조증, 법회, 바쁜 일상, 봄





2010. 3월 어느 새벽
출근길에 있는 어느 담벼락



한달쯤전부터 왼쪽 눈꺼풀 아래에 작은 무엇인가가 빨갛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래끼라고 하기엔 너무 느리게 진행이 되어, 다래끼는 아닌 듯한데,
처음엔 아무 느낌도 없던 것이, 이젠 손을 대면 좀 아프고, 가끔 피곤할 땐 눈을 깜박거릴때도 느껴질 정도.
오전 겨우 시간을 내어 안과를 들렀더니 요즘 급증한다는 안구건조증이란다.
눈물이 안나오는 안구건조증이 아니라, 유분이 안나오는 안구건조증.
자주 눈이 따가운 것도, 난시가 생기는 것도, 아래에 다래끼처럼 올라오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두 종류의 안약과 무슨 청결제, 그리고 먹는 약까지 받아왔다.
안구건조증이라니까. 누군가 '요즘 울 일이 없었나바요' 하는데,
먼소리? 영화나 드라마나 책을 보면서 가끔 뜨거운 것이 올라와 울었었는데, 싶었다가...
그렇게 잠깐의 반응 말고는 요즘 펑펑 울어본 적이 없구나 싶다. 작년 깨장 이후...
울 일이 없었다는 거... 좋은거 아닌가 싶었다가... 삶이 메마른가 싶어 좀 쓸쓸해졌다.
암튼... 안약 잘 넣고 다니고,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빨리 낳아야지...


어제 저녁 엄마한테서의 전화.
진아야. 지금 얘기 좀 할 수 있어? 하며 시작한 엄마의 얘기는 그야말로 충격.
낮에 집으로 전화가 왔는데, 서초동에 있는 법당이라며, 류진아씨가 집에 안계시냐며...
요즘 법당에 안나오셔서 전화를 했고, 낮에 직장에 다니는지 몰랐다며,
어머니는 법당에 다니시냐며, 안다니시면 함께 나오시라고, 집으로 차를 타고 모시러 오겠다고...
엄마는 집에서 그 전화를 받고는 적잖게 당황하셨고, 온갖 상상을 혼자 또 다 하신듯.
혼자 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절에 다니기 시작한거 아니냐,
언제부터냐, 너 교통사고난것도 그때문인거 같다. 어쩐지 요즘 너때문에 기도를 해도 잘 안풀리는거 같다. 성당가서 고해성사해야한다...
잔소리가 늘어졌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는데.
화도 올라오고, 짜증도 나고, 정토 사무실로 전화를 걸까 하다가, 정토 사무실에 앉아있던 봉사자야 아무것도 모를텐데 싶었다가...
오만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밤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깨장법회쪽이 아닐까.
전에 낮에 한번 나간 이후로 핸드폰으로 가끔 전화가 올때,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했었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도 계속 안나오니, 어느 전법정신이 투철한 어떤 봉사자가 집으로 전화를 한 듯.
오늘 정토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깨장법회 담당자님 연락처를 파악해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집 전화번호를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정토쪽은 어떻게 정리를 했는데...
이젠 집에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솔직하게 다 얘기하자 싶었다가, 말자 싶었다가... 머리가 복잡하다. 으......


바쁜 일상 중.
아침에 출근해서 여유있게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몇군데 웹서핑을 즐길 여유도 없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걸려오는 전화와 네이트온 창들, 급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갑작스럽게 처리해야할 일들에 쌓여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기운이 빠진다.
실행 프로젝트가 있을 때 파일과 메일과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엄청난 정리벽의 습관이 이제는 너무 바빠서 가동되지 못할 정도.
앞으로 한달간 쭉 이상태일텐데...
이 상태를 잘 견디려면, 더 늦기전에 한판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할 듯.
오늘은 실불 9강 녹취봉사 일을 하며,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자. 
그러다보면, 이러저러한 답이 나올지도......


아직 쌀쌀한 봄날이지만,
이 차가운 바람과 흐린 하늘에도 봄을 부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끼며...  
행복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