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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살다/어제,오늘,내일

수행 좀 합시다






2009. 11. 5
갑자기 추워진 날씨때문인지 빨간 꽃 그대로 시들어버린 화분, 부암동 서울




며칠전 언니한테서의 문자 '망내도바니님 수행 좀 합시다'


10월... 바쁜 일상 중... 깨장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며,
그동안 열심히, 혹은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하던 수행도 실은 내 허상이었다는 것까지 함께 알게된 것같다.
그래서... 그럼에도불구하고, 아주 조금, 아주 천천히 변한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수행을 해야한다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면서
몸은, '해봤자지 머..' 하는 속마음을 따라가고 있었던 거다.
또 핑계대기도 알맞게 감기도 걸려주시고, 그래서 병원에서 받아온 약기운에 못일어난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었다.

처음엔 빨닥빨닥 일어나서 전화 받고 전화 하고 하다가
이젠 누운채로, 때로는 눈도 뜨지 않은채로 전화 받고 전화 하고 하기도 하고,
그렇게 전화를 하고나면 그대로 눈을 감고 잠들었다가
그러다 다시 눈을 뜨면 6시반일때도 7시일때도 있고, 8시일때도 있고...

그러다보니, 6시에 전화해주기로 했던 언니한테는 전화를 못했다.
그런데, 전화를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미안함도 없었다.
언니한테 6시에 전화를 해야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렸고, 그만큼 언니한테까지는 신경이 써지지 않았던 것.


그러던 중에 지난주에 언니한테 저 문자를 받았던거다.

저 문자를 처음에 받고는 솔직히 좀 짜증이났었다.
'자기 수행은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될일이지, 왜 나한테 책임을 넘기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그래서, 심통맞은 문자를 보냈다.
언제 일어나든 그때 수행하시라고, 6시에 눈뜨고 있을땐 전화하겠다고, 아주 불친절한 짜증섞인 문자를 보낸거다.


근데, 지난 주말...
저 문자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어 마음이 불편했던거 같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실은 저 말이 나를 향한 말이었기 때문에...
왜 요즘 수행 제대로 안하느냐는...
내 속에서 내내 캥겨하고 있던, 너 요즘 머하는거니? 하는... 누군가는 나에게 했어야 하는 말...


이젠, 언니의 수행도 다 내 탓임을 알겠다.
내가 수행이 되면, 언니도 수행이 자연스럽게 되는건데,
나 때문에 언니가 수행을 못하는 게 인정이 된다.
그래서 언니한테 급 미안해져서...
토욜 밤에는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는 낼부터 전화해줄께 하기도 하고,
그러다 전화를 또 못해서, 또 미안하다고 하고...


그러고 있는데
오늘 언니한테서 문자가 왔다. '수행밤에 할란다. 전화 부담갖지 말어'
-_- 미안해...
혹시 다시 마음이 생겨 새벽에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내가 꼬박꼬박 전화할께...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
언니가 수행을 못하는 건 다 내탓이야. 잘못했어.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