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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살다/어제,오늘,내일

손톱 만큼도 달라지지 않은... 내 꼴을 알아차리다




깨장 끝나고...
한 두달... 나름 수행을 꾸준히 하며
이렇다할 경계에 부딪치는 일 없이 지내다가...
추석 지나고 지난 10월은 바쁜 일상과 함께 여기저기 경계에 부딪치는 나날이었습니다.

제가 맡아야 할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아주 잘 마쳐야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남들보다 잘 해야한다는 강박이 더해져...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집니다.

함께 일 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거나,
그들이 나보다 책임감이 없다 느껴지면... (대부분이 그렇게 느껴지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그 마음을 짜증으로 담아두었다가
엄한 사람들한테 그 짜증을 화로 토해내 버리는 저를 발견합니다.
예를 들면, 밤에 야근 후 택시콜 접수 받는 아가씨의
아주 조금의, 실수랄 것도 없는 말 한 마디에 바르르 떨며
전화기 넘어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아가씨에게 온갖 심통을 부리고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그러는 순간 아 내가 화를 냈구나, 이게 내 모습이구나 하면서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여자에게 다시 전화해서 사과하지 않습니다.
얼굴도 알지 못한다는 그 이유로... 그 여자는 저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을지...

또... 일을 잘 해야한다는 마음에...
어느 것에도 조금의 마음도 내어놓지 못하는 저도 발견합니다.
프로젝트 중간에 있었던 지인들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약속,
엄마 아빠의 전화, 친구들의 전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전화에도 마음을 내지 못하고 여유가 없는 저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구나 싶으면서...
친구들이 그동안 왜그렇게 서운해했는지도 알겠습니다.

깨장 이후,
매일매일 108배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하고,
천일결사도 시작하고, 봉사도 하고 하면서...
난 그 전과 달라졌다고, 어찌나 으시대고 다녔는데...
경계에 부딪쳐보니... 그 전과 하나도,.. 눈꼽만큼도 달라지지 않은 저를 보면서
절망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전엔 저렇게 행동해놓고 나서도, 나 잘났다고 고개쳐들고 살았는데
이젠 '이런 모습이 내 꼬라지구나'하고
부끄럽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고개 숙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수행에 마장이 없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마장님 어서어서 오셔서... '제 꼴을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고 빌 정도입니다.


바쁜 일정과 함께 연이어 몸의 피로까지
한차례 폭풍이 일듯 몸과 마음이 흐트러졌습니다.
한 번도 빼먹지 않았던 수행도 열흘 사이에 5번이나 빼먹었습니다.
오늘 아침...
인숙언니의 전화를 받고, 수행을 시작하고...
경전을 읽는데, 어제 수행을 못해서 읽지 못했던 경전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들도 그렇고, 그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그렇다.
자신과 비교하여 그들을 죽여서도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

그 동안, 나와 그들을 비교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며, 죽이게 하며 살아왔는지...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시는 그렇게 살아놓고 모른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시는 그렇게 살아놓고 죽어야 마땅했다고 떠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깨장을 했다고, 108배를 한다고
모든 업식이 사라지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수행하며 살아도
아주 조금, 변화가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르더라도,
그 아주 조금의 변화를 위해
수행을 놓치 않겠습니다.
그것이 내가 살 길임을,
그것이 내가 행복해질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오늘 또 다시 다짐합니다.

늘 곁에서 지켜주시는 도반님들 고마워요.
님들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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