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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살다/어제,오늘,내일

환갑이 넘어서도 귀여우신(?) 우리 엄마, 아빠



1. 119 신고 사건

휴가기간 내내 핸드폰을 꺼놓고 있다가, 일욜 오후 핸드폰을 켜니
엄마, 아빠한테서 번갈아 가면서 콜키퍼가 수두룩 들어오다가
마지막 119 소방재난본부에 신고 접수되었다는 문자메시지.
이게 머지? 아빠가 신고했나? '아이고' 싶은 순간.
119에서 전화가 왔다.
"류진아씨 맞나요?"
"네"
"류인진씨가 아버지 맞나요?"
"네, 맞는데요."
"아버지께 전화 좀 드리세요."
"네.. ㅠ.ㅠ"

아... 어찌나 쪽팔리던지...
아무튼 엄마, 아빠한테 전화드리고, 핸드폰충전기를 못챙겨가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그러고 말았다.

어제 다시, 아빠랑 전화통화.
"너 다음번에 만나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라."
"왜요?"
"야, 119에 전화하니까 별별꺼를 다 물어보더라."
"멀 물어보는데요?"
"자살할 이유가 있냐고 묻더라."
"ㅋㅋㅋ 그래서 머라 그러셨어요?"
"내가 딸래미 속에 있는게 아니니 잘 모르겠다 그랬지."
"ㅋㅋㅋㅋㅋ, 아빠."
"왜?"
"서른여섯 되서 시집도 못가고 속썩이는 딸래미가 연락이 안되면, '어디서 좋은 남자 만나서 같이 살기로 했나보다' 하고 그냥 두시면 되지,
멀 또 그렇게 찾으려고 119에 신고까지 하고 그러세요?"
"니 주변머리가 그게 되나? 너는 안되겠더라."
"어느날 갑자기 만난 남자가 맘에 들면, 그럴수도 있죠."
"그래? 알았다. 다음엔 그럴께."
"ㅋㅋㅋ"


2. 엄마, 아빠 싸운 이야기

어제, 아빠랑 싸우고 집에 같이 있기 싫어서 집을 나온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은 집나온 엄마랑 놀아드리는 걸루 봉사해야겠다 싶어서
홍대 앞에서 만나 '백년삼계탕'가서 저녁 먹고, 집으로 와서 흰머리를 뽑아드렸다.
그러는 내내 오늘 아빠랑 싸운 이야기의 자초지종,
엄마가 아빠랑 싸우면 맨날 나오는 고릿적 시집살이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전엔 짜증나고 듣기 싫던 소리가 어제는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깔깔거리고 웃었더니, 엄마도 얘기하면서 웃긴지 같이 웃는...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18개월짜리 말썽쟁이 조카 재민이 보느라 쉴틈이 없다가 동생내외가 휴가를 내서 처가집 가는 사이
엄마는 김치도 담그고 집에서 이것저것 못다한 일들을 할 생각이었는데,
아빠가 같은 기간에 휴가를 내신 것.
엄마는 쉬지도 못하고 삼시세끼 아빠 밥 차릴 생각을 하니까 또 깝깝. ㅋㅋㅋ (불쌍한 우리 아빠.)
아빠한테 동생네랑 같이 휴가내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 ㅋ

밤에 엄마랑 같이 있는데 눈치없이 전화하신 아빠때문에 아빠한테 전화한게 들통나 버렸다. 믿을만하지 못한 딸래미라고. -_-

암튼, 아침에 출근해서 아빠한테 전화드려서 안심심하시냐니까.
하나도 안 심심하시다고, 밥해서 고등어 구워드시고, 너무너무 편하시다고... ㅋ
'엄마 집에서 이불빨래 하고 가신데요.' 그랬더니
어찌됐든 엄마는 아빠꺼니까 그런거 시키지 말라신다. ㅋ

내참 웃겨서. 도대체 왜 싸우신거야? ㅋㅋㅋ



환갑이 지난 우리 엄마, 아빠. 어찌나 귀여우신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