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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스크린.속.그대

사랑은 노력이다 ... 사과








2008. 10. 16
아트레온 9관 K열 5번


그냥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애.

현정씨가요, 이 빌딩에서 제일 이쁘잖아요.

이게요, 지금 예매율 1위래요.

우리 진짜 구름보러 갈까요?

하느님이 사람을 사랑하는거랑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거랑 머가 달라?
사람은 다 인연이 있는거야.
그 중에 누가 인연인지 모르겠으니까 그렇지.
다 알면 무슨 재미로 사냐.

남자는 돈 잘 벌구 자기 여자 귀한 줄 알면 되.

난 결혼하기 전보다 결혼하고나서 당신이 더 좋아졌다.

나한테 머 바라는 거 없냐구?

니 말대로 하자. 이혼해 줄께.
내가 왜 헤어지자고 그러는지 알아?
알아. 한 마디로 잘한게 없었지.
정말 왜 그러는지 몰라?
너 나 싫어하잖아.

널 좋아하는 만큼 날 양보하는게 너를 사랑하는 건 줄 알았어.
내가 나보다 널 더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구.
그래서 도망쳤던 거 같애.
현정아, 근데 나 하루두 너 잊은 적 없었다.

나는 여태껏, 사랑이라는 걸 그래두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정말루 정말루 노력해본적은 없는거 같애.
미안해.

미안해, 그동안 거짓말해서.

자자. 미안해. 미안해.



강이관 감독, 각본 /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출연




몇년 전인가, 교보생명 본사 건물 앞을 지나다가,
영화 '사과'를 촬영하고 있던 문소리와 김태우를 봤다.
영화 촬영한다고, 지하도를 잠시 막았었는데...
촬영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개봉한다는 말이 없어서
필름에 먼지가 쌓여가고 있겠구나 했다.

휴가 마지막날, 마침 <사과> 개봉날이어서 보게 됐는데...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4년씩이나 썩혀놓았다니...

5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었다는 시나리오는
일상이 그대로 살아있고,
문소리의 연기는 지금껏 보아온 그녀의 연기 중 최고였고,
김태우와 이선균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았고,
영상도 참 이뻤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의자에 튀어나온 못에 손가락을 꾹 찌르는 모습은
봄날은 간다의 상우가 생각났고,
아버지의 돋보기를 찾다가 우는 모습은
여자, 정헤의 정혜가 생각났던,
가을, 보기 좋은 영화. 꼭들 보시길... ^^


근데, 가만보니, 난 사과를 싫어하는 것 같다.
하나 깎아서 접시에 담아 먹다보면, 금방 누렇게 되는
 그게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