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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살아가기

역사와 삶의 사이 ... 남한산성 / 김 훈 남한산성 / 김 훈 / 학고재 -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해서...... 서날쇠는 연장을 구하러 온 사람의 몸매와 근력, 팔다리의 길이와 허리의 곧고 굽음을 잘 살펴서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 키 작은 자와 키 큰 자의 연장을 달리 만들어주었다. 돌이 많은 땅의 호미와 모래밭의 호미도 달리 만들었다. ... 버티지 못하면 어찌 하겠느냐. 버티면 버티어지는 것이고, 버티지 않으면 버티어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 김상헌은 그 말을 아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힘으로 삶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아침이 오고 또 봄이 오듯이 새로운 시간과 더불어 새로워지지 못한다면, 이 성 안에서 세상은 끝날 것이고 끝나는 날까지 고통을 다 바쳐야 할 것이지만, 아침은 .. 더보기
평소보다 약간 더 따뜻한 상태의 온기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 문학동네 사랑은 모든 인류를 유일한 존재로 만들고, 또 그러므로 이 우주는 유한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육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사랑은 그런 온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평소보다 약간 더 따뜻한 상태. 하지만 한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전해지는 그 정도의 온기면 충분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수많은 전파들이 존재하듯, 외롭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라고 정민은 생각했다. 사랑은 입술이고 라디오고 거대한 책이므로.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네므로.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 입술을 빌려 하는 말은, 바로 지금 여기가 내가 살아가야 할 세계라는 것이므로. 이처럼 지금의 사람들이 핸드폰, 블로.. 더보기
조선 지식인들의 정신 ... 미쳐야 미친다 / 정 민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 정민 작 / 푸른역사 추운 겨울 새벽, 입김이 나는 찬 방 이불 속에서 사각사각 눈 쓰는 소리를 듣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 집 앞 쓸다 말고, 절대 궁핍 속에서도 공부에만 몰입하는 젊은이가 안쓰러워 남의 집 마당까지 쓸어주던 그 키 작은 이웃 노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잡다한 일에 치여 공연히 투덜대다가도 이런 글과 마주하면 산란하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온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의 정보를 책상 위에서 만나보면서도 천하의 일은 커녕 제 자신에 대해서조차 알 수가 없다. 정보의 바다는 오히려 우리를 더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할 뿐이다. 왜 그럴까? 거기에는 나는 없고 정보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소유한 정보의 양이 늘어갈수록 내면의 공허는 커.. 더보기
역사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 바리데기 / 황석영 바리데기 / 황석영 / 창비 거럼,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 내가 덧붙였다. 가엾지.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디. 아직도 세상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하루라도 맘 편히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는 입속에서 우리말로 자유......라고 중얼거려보았다. 말이란 물건을 만나야 잊지 않게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 소슬바람 불어오던 두만강변과 백두산 자락의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꽃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노랑 하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