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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랑

from 언니

2007. 10.17 새벽

수진이랑 일하고 있는데, 진아가 작업실에 왔다.
오자마자 바나나 우유를 책상 위에 놓고 소파에 앉는다.
'진아야. 지금 입은 바지 너한테 어울린다. 키가 커보여.' 라고 말해놓고 수진이랑 급한 일을 좀 정리하고 있는데.
진아는 쿨쿨 잠이 들었다.
이불을 덮어주었더니 '나 자면 안되는데...'하고는 또 쿨쿨 잔다.
한시간쯤 자고 일어나 카리스마 킴과 함께 와인을 한잔 하고 들어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진아의 머리통 위에 모기가 한마리 앉는다.
내가 진아의 머리통을 딱 하고 때려서 모기를 잡았다. 진아는 어이없어한다. 성질을 낸다. 나는 잡은 모기를 보여주었다.
또 다시 모기가 앉는다. 나는 또 딱 하고 진아의 머리통을 때려 모기를 잡았다. 어이없어하는 진아에게 또 모기를 보여주었다.
세번째 또 모기가 앉길래 또 나는 딱 하고 진아의 머리통을 때렸다.
그렇게 머리통을 몇대 맞은 진아는 세수를 하고 지금 소파에서 쿨쿨 잠이 들었다.
잠이 들은 진아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한없이 가엾다.
요며칠 얘는 계속 밤을 새고. 오늘은 집에도 가지 않고 세수만 겨우 하고는 소파에서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요며칠 아픈 몸과 마음을 끌고 다니며 계속 쓸쓸했는데 진아가 저기 저 소파에 누워 잠이 들어 있으니,
이 밤을 혼자 꼬박 세우게 될 것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



래미안 페스티발 3일전.
밤까지 행사장에 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 언니네 사무실에 들러서,
새벽까지 소파를 차지하고 누워 쿨쿨 잠을 자고,
집에 와서 씼고 다시 행사장으로 갔는데,
아침에 행사장 와서 노트북을 켜고, 습관적으로 언니 사이트엘 들어갔더니 이런 글이...
잠깐 먹먹한 마음이었다가, 다시 머리 아픈 업무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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