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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랑

엄마


1.
금요일, 그 추운 날씨에,
일찍부터 도착한 사람들이 게이트 앞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 많은 와중에, 우리 엄마가 눈에 띄었다.
그라운드석으로 가셔야하는데, 스탠드석으로 오셔서는 이쪽 게이트가 맞는지 물어보러 오는 길이었는데
내 눈에 딱 띄인거다.
뒤에 있는 사촌언니들한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엄마 손을 잡고, 그라운드석 게이트 가는 길까지 알려주고 왔다.

2.
일 끝나고, 회식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는 뻗었는데
낮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겨우 눈을 떳다.
전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차가운 손으로 뛰어다닌 딸래미가 걱정이었는지,
생강이랑 대추랑 귤 껍질이랑 싸들고 와서는 한 솥 가득 생강차를 끊여놓고 마시란다.
엄마가 끊여준 차를 마시고 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3.
다음날도 해가 중천에 떠서, 엄마 벨소리에 겨우 눈을 떴는데,
전화 통화하면서 기침을 하니까, 아직도 기침을 하냐며 생강차는 마시냐고 채근이다.
어젯밤에도 마시고, 아침에도 마셨다고 그랬는데도, 계속 잔소리.

4.
출장을 다녀오든, 행사를 하나 끝내고 나면
엄마가 해주는 밥이 너무너무 먹고 싶다.
행사 임박해서는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그래서 그런 건지
사먹는 건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안 땡기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은 그냥 된장찌게에 김치라도 너무너무 맛있다.
어제도 엄마한테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부침개랑 송이버섯이랑 김치랑...
실컷 먹고, 일찍 자고, 아침까지 얻어먹고 나오니, 기운이 좀 난다.

5.
엄마가 싸준 김치 먹으면서 며칠 쉬고 나면 정신이 좀 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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