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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 심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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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 심윤경 / 한겨레신문사



엄마는 오로지 침묵만이 살 길인 양, 말 못하는 두부 덩어리인 것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는 늘 하나뿐인 표정으로 7년을 살아왔다.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 영주의 갑작스런 행동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 식구는 모두 몹시 당황했다. 그리고 곧 그 신기한 행동에 걷잡을 수 없이 매료되었다.

이럴 때 서로 꾹 참고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우리 집에는 절대로 없었다.

잠시 후 목욕물에 얼굴이 뽀얗게 부풀어오른 할머니가 들어섰다. 엄마는 다시 무표정한 가면으로 돌아갔다. 개다리소반에는 다시 밥과 김치찌개와 냉장고에 있던 묵은 반찬들이 차려졌다. ... "그래, 내가 그릇 찾아다놓고, 입단속시킬께. 떡 얻어먹고 또 야단까지 맞게 하면 되나. ... 그래 걱정 놓고, 얼른 다녀와. 아이구 노친네 그렇게 까탈이 심하실까."

"사실은요, 창피할 때도 있는데요, 제가 3학년 되도록 글씨도 모르는데 동생은 아직 어린데 다 아니까요, 저는 사실 창피한데요, 음음......, 엄마랑 아버지랑 되게 좋아하시거든요......, 할머니도 좋아하시구요, 동생이 글씨 읽고 나서는 엄마랑 아버지랑 한 번도 안 싸우셨어요. 얼마 전에는 엄마가 아버지 구두를 닦아놓으셨는데 제가 뛰어나가다가 밟아서 발자국이 났거든요, 그래서 할머니가 저더러 왜 어린 동생만도 못하냐고 그러셨는데요, 할머닌 원래 맨날 그러시니까 괜찮아요." ... 사실 나는 할머니한테 '영주 밑딱개'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기분나쁠 것도 없었다. 그건 할머니가 나를 부를 때 꼭 이새끼야라고 부르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일이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는, 할머니가 노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일 뿐이었다. ... 선생님이 물으시는 대로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면서 나는 뜻밖에도 후련한 감정을 느꼈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물어본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다들 착하고 똑똑한 영주, 미련 맞고 덜렁대는 동구라고만 생각했다. 커튼을 젖히고 무대 뒤편으로 가보면 그곳에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영주, 생각 깊고 마음 넓은 동구가 있었다. 선생님이 지금 처음으로, 어두운 무대 뒤편에 쪼그리고 있는 착하고 멋진 나를 무대 위로 불러내려는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좋아한다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무심하고, 엄마의 약점을 가차없이 찌르고, 가끔 두들겨패기까지 할 턱이 없었다.

선생님이 어느 날 저녁, 웃는 얼굴로 나의 세상을 가득 채우고 하신 말씀이었다.

ㅁ은 '마음' 선생님은 내가 좀 수줍어하면서 "마음이요."라고 대답했을 때 좀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동구야, 눈에 보이는 물건이 좋아. 마음 같은 건 보이지 않으니까 나중에 생각이 잘 안 날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바꾸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왜 눈에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내 마음은 박 선생님과 똑같이 생긴, 눈에 보이는 '물건'이었다.

"나는 그게 안 쏘는 탱크인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나를 보자 약하게 꿀밤을 때렸다. 아니 때리는 시늉만했다. 내 이마에 선생님의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닿자, 물리적 접촉이 일종의 텔레파시의 매개 역할을 하는지 왜 이틀이나 학교를 안 왔니, 아픈 건 다 나았니, 선생님 보고 싶지는 않았니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나는 다시 공부 못하는 돌대가리 한동구가 되어 아무의 눈길도 받지 못하며 교실에 있는 65개 책상의 한 칸을 차지한 한 덩어리 까만 머리통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나는 울면서 집에 돌아와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내가 도대체 얼마 동안 1학년이었던 거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1년"이었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때 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확실하게 알았다. 나는 우리 반 친구들과 거의 평생을 같이 산 것처럼 느꼈었는데 그 엄청나게 긴 시간을 사람들은 "1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할머니는 평소엔 꽤나 깔끔을 떨지만 다 같이 외출할 일이 생기면 굳이 자신이 홀대받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초라한 옷을 골라 입었다. 엄마의 깔끔한 인생에 할머니는 거의 재앙과도 같은 천적이다.

나는 섭섭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세계동물도감>을 받아들고 점퍼, 저고리, 내복의 소매가 차례로 푹 젖도록 하염없이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나는 집에 돌아와 매우 울적한 상태로 여러 시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 오늘만 거지 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 걸 가지고 '절망'이라고 부르는게 아닐까.

"웃으니까 훨씬 보기 좋구나. 어린 애들은 울든지 웃든지 해야지, 영감처럼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영 당황스럽거든."

"선생님, 저도 다 큰 어른이면 좋겠어요.!"

나는 담요를 뚤뚤 말아 고치를 틀고 어두운 동산 같은 삼촌의 등허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어떤 날은 집에는 영주가 있고 학교에는 박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삼촌과 저녁까지 먹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문득, 지금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말들도 아버지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권위가 오늘날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힘이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할머니가 저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책임지지 못하는, 아버지가 한 번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끔찍한 무력함일 것 같았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단다. 네 힘으로 당장 고칠 수는 없어. 중요한 건 네게 나중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잘 하는 거야.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이 한 몸을 던질 것이라 약속할 수 있지만, 어리석은 나는 몸을 던져 그들을 지켜야 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하나씩 하나씩 그들을 잃어갔다.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왜 저러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봐.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지 않겠니.' 행동의 이유를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명심해야 할 새로운 원칙이었다.

"이 집에 있으면 자꾸 생각이 나요." 아버지는 나의 대답에 깊이 공감했다. 이 집에 사는 한, 우리 중 누구도 영주에 대한 많은 환청과 환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 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밥을 다 먹었다. 상처를 감추기 위해 태연한 척 애쓰는 맹수 같았다.

"지가 아파봤자 패륜을 당한 나보다 아팠겠냐만, 너 나 몰래 니 에미 보거든 이제 들어오라고 해. 아까운 병원비 축내지 말구. 저두 새끼 잃고 눈깔이 뒤집어져서 한 짓이라고 생각하구 내가 한 번만 봐줄 테니. 니 에미 오면 모실 동생이 준 그 달구새끼나 잡아서 푹 과야겠다. 온 식구가 국물이라도 마시고 나면 겨울 나기가 한결 수월하겠지. ... 야 이새끼야. 너는 니 에미라고 니 에미 잘난 줄만 알지? 니 에미는 그까짓 달구새끼 한 마리 못 잡아. 귀하게 자라신 몸이라구 웩웩 토하는 척이나 하구. 달구새끼 목 따구 털 뽑구 배 갈르구 다 내가 할 일이여. 너 봄가을루다 기생충 검사한다고 학교에서 똥 덩어리 떼어오라고 할 적에, 그거 잘난 니 에미가 해줬냐 내가 해줬냐? 니 에미는 만날 천날 새끼 위하는 척만 하지 드러운 꼴은 처다도 못 보는 위인이여. 잘난 척만 했지 세상 쓸데없는 게 니 에미여. 그거나 알아둬, 이 새끼야."

나와 노루너미에 가서 살자는 말에 흐뭇해서 할머니가 마음을 돌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오늘쯤 못 이기는 척하고 엄마를 용서할 생각이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어제까지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오늘 현실로 일어났다.

삼층 집 정원의 아름다움은 추운 날씨나 하늘을 찢는 번개도 끄덕 없이 이겨낼 수 있는 강건한 것이지만 시멘트 한 줌, 어느 난폭한 손목의 돌팔내질 한 번이면 곧바로 상처입을 수 있는 여리디 여린 것이기도 했다.

만세를 부르는 엿장수 아저씨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았던 할머니와 모실 할머니처럼, 영주와 나와 박 선생님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지만 지금 같은 새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기본적으로 어느어느 문학상 수상작 이라고 나오는 책을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수많은 영화제와 수많은 문학상과 수많은 시상식들에서 수상을 받는 작품들이
순수하게 작품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원칙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아주 간혹, 어쩌면 그것보다는 더 자주 일어난다는 걸,
나도 모르는 사이, 이러저러한 평론과 이러저러한 기사와 이러저러한 소문들을 통해서 알아버렸고,
그래서 어떤 상을 받은 작품이라도 나에게 그 순수성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구지 내가 힘들여 그 순수성을 인정해야하는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순수성을 인정하든말든 그들과는 아무 상관없을 것이기에,
나도 구지 힘들여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도 이런 작품이 있었는지, 이런 작가가 있었는지 전혀 모른 상태로 있다가
얼마전 언니가 권해줘서 받아든 몇권의 책들과 함께 우리집에 오게 되었고,
언니가 준 몇권의 책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으로 읽게 되었다. (서론이 너무 길군. ㅋ)

읽는 내내 아빠가 인쇄소를 하던,
가정집이랑 인쇄소랑 같이 연결된 망우동의 그 집이 생각났고, 할머니도 생각났다.
가끔 할머니가 집에 와 계시면 엄마와 아빠는 가끔 혹은 자주 싸웠고,
그 와중에 집안의 어떤 물건이 망가지기도 했던 것 같고,
할머니는 우리 집 누구에게도 하다못해 아빠에게도 다정하지 않았던 것 같고,
싸우다 못한 엄마가 나를 데리고 집을 나와서는 갈 데가 없어 길건너 담벼락 뒤에서 눈치만 보다가
내가 무섭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 울면서 엄마한테 집에 가자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왔던 거 같기도 하고,
아주 어릴때 가끔 밤에 끓어오르는 열 때문에 누워 빙빙 돌아가는 천정과 벽을 정신없이 보고 있던 나를
아빠가 업고 등이 땀에 다 젖도록 병원이란 병원의 닫힌 문을 두드리며 애 좀 살려달라고 했던거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삼촌과 심하게 말다툼을 한 아빠가 방문을 걸어잠그고 우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거 같고,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이 행복하다고,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렇게 살거면 가족이고 형제고 아무도 없이 그냥 각자 따로따로 사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다정다감한 할머니는 TV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까지 심각하게 내성적이고 말이 없었던,
심지어 엄마 아빠한테 혼날 때 조차도, 어떤 말에도 대꾸를 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방바닥만 쳐다보고 있다가,
제 풀에 지친 엄마 아빠가 혼자 말하고, 혼자 결론짓고, 혼자 반성하고 하는 동안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던 나의 성격은 이런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맺기가 어려운 나의 성격의 심각한 결함의 이유를
가톨릭이라는 종교와 함께 보수와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했던 집안 분위기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동안 일련의 과정을 통해,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상담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가족이 생기기도 하고, 혼자 나와살기도 하면서...
예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예전엔 용서할 수 없었던 것들이 용서가 되기도 하고,
예전엔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때의 나의 모습과 우리 집의 모습과 우리 할머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동구네 집을 들여다보는게
그렇게 아프지만은 않았고, 춥지만도 않았던 건,
지금은 엄마도, 아빠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땐 몰랐지만, 엄마 아빠가 힘들었지만, 나와 동생을 잘 키우려 애쓰셨던 걸 알고,
이제는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안 쏘는 탱크인 줄 알았다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동구의 순진함 혹은 순수함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쩌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이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만나는 동구는 그런 순수함과 순진함 때문에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신인작가가 이런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른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조만간 다른 책도 좀 찾아봐야겠다.

좋은 책 추천해준 언니님 감사합니다. ^^
<달의 제단>도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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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영 2008/05/01 10:10 address edit & del reply

    달의 제단, 제법 읽을 만하게 재미있지만,
    여기저기서 짜집기해 놓은 듯하여서 다 읽고 난 소감은 영 못마땅했던 기억이 난다.

    • BlogIcon 진아 2008/05/02 18:22 address edit & del

      이 사람 책 달의 제단이 젤 유명한가요?
      검색하니까 그게 젤 많긴 하던데.

  2. 언니 2008/05/01 14:3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도 달의 제단 읽을만 해..
    어디서 본듯한 소설이긴 하지만..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사실은 어디서 많이 읽은 듯한 이야기지 않니?
    하지만.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흔한 이야기긴 하지만 나름의 완성도가 있듯이.. 달의 제단도 관대하게 그 작품만 즐긴다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나의 아름다운 정원'만큼 재밌고 마음을 움직이는 면도 있어..

    달의제단도 집에 있다. 와서 가져가. 아니면 언제 내가 들고 가마. 그리고 짬뽕은 언제 먹냐?

    • BlogIcon 진아 2008/05/02 18:23 address edit & del

      짬뽕 먹을때마다 생각해. ㅋㅋ

  3. 언니 2008/05/01 14:38 address edit & del reply

    너의 어릴 적 이야기.. 좋네..

    그리고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이해되고.
    예전에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 용서되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 말할 수 있게 된 건..
    너가 잘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근데 언니는..
    예전에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 용서 안되고, 이제 더 많은 비밀이 생기고, 또 말해봐야 결국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버렸네..
    나는 잘못 늙어가고 있는 중인가?

    봄인데.. 얼굴 안본지 오래되었네. 보고싶다..

    • BlogIcon 진아 2008/05/02 18:25 address edit & del

      언제 봤지? 언니님이 너무 바빠지셔서 그렇지머.. 칫.

      언니가 준 책 다 읽었으니까, 다른 책으로 바꿔줘...^^

    • BlogIcon 진아 2008/05/07 00:02 address edit & del

      인터파크 지난주 우수리뷰로 선정되었다네.
      I-point 20,000점 획득 ㅋ
      책 사야겠당...

    • 언니 2008/05/07 16:14 address edit & del

      어머나. 이상한 사람일쎄.
      인터파크에서 책 산것도 아닌데.. 거기 우수리뷰라니..
      빌린책이라는 거 인터파크에 이야기 했어야 하는 거 아니니니니니니니니니???
      흥! 아이구 배 아파.

    • BlogIcon 물결's 2008/05/07 16:19 address edit & del

      언니 여기에 올린 리뷰 그대로 복사해서 올린거야...
      빌린책인거 인터파크에서도 알아.
      그러니까... 순수하게 내용으로 선정되었다는 거지. ㅋㅋㅋㅋㅋ
      (나 정말 이 어이없는 자신감 사고후유증인거 같어. ㅋ)

      책 좀 추천해바. 책을 사야겠는데
      빌려읽을 책과 사서 읽을 책을 좀 구분해야겠는데...
      복잡하네.

가족들의 전화


오전  from 아빠
출근은 했는지, 몸은 어떤지...
며칠전 전화로 했던 말씀이 마음에 걸리셨던지, 이제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아빠가 걱정한다고 아빠가 니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러니까요. 아빠. 아빠도 이제 걱정 그만하세요. 운전 조심하시구요. ^^


오후  from 엄마
약은 어떻게 할껀지, 일요일 온천은 갈 수 있는지...
추어탕 할껀데 집에 와서 먹구 갈껀지...
일주일 전에 주문한 상품을 일요일까지 배송해준다 그래서 온천은 못갈거 같어.
그럼 약수물 떠다 주고, 엄마가 같이 정리해줄까?
됐어. 내가 벌써 다 했어.


밤  from 창열
집에 들어가면서 전화했어. 몸은 좀 괜찮아?
누나, 누나는 결혼 안할꺼야? ... 그래, 누나, 콩깍지 씌이면... 그때 결혼해.
근데, 누나... 그래도 후회한다. ㅋㅋㅋㅋ ...  나? 난 안하지. 가장인데. ㅋㅋㅋㅋㅋ
내일 재민이 면목동성당에서 세례받어. 내일 올래?
상황봐서, 저녁에 나도 신수동성당에서 미사드려야 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재민이 세례받는건데... 알았어.




전화 한 통 안하는 딸래미, 누나한테 하루종일 식구들대로 전화.
난 정말, 전화를 너무 안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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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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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 푸른숲


이상하게도 약한 모습을 자꾸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뭐랄까, 사랑하게 된다. 걱정하게 되고, 에잇, 왜 그렇게 못난 거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내쫓을 수가 없게 된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엄마는 정말 엄마에게 주어진 그 모든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즐길 수가 있었던 것일까.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 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과거의 불행 때문에 나의 오늘마저도 불행해진다면 그건 정말 내 책임이다.

우리가 보는 것들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감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얼마나 치명적인가.

삶이란 건 참 이상하다. 어느 것도 지속되지 않는다. 슬픔도 기쁨도 노여움도 그리고 웃음도.

이상한 일이다.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버리는가보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너희 같은 아이들 낳고 울고 웃고, 그리고 혹여 나쁜 결과가 오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 나중에 알았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는데 그건 시간이었어. 그 사람이 그 일을 당한 것과 나중에 훌륭한 은수자가 된 그사이의 시간. 우리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는...... 그러나 그가 온전히 혼자 견디어야 했을 그 시간."

엄마와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우리는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조심스러움, 서로에 대한 호기심, 서로에 대한 기대들이 어느 정도 충족되거나 그렇게 될 가망이 없다고 포기하자마자, 비로소 생활이라는 것이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괜찮다. 위녕,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

내가 그냥 나여도 된다는 그런 안도감은 아니었을까.

유치한 것이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한다. 밥이 그렇고 잔돈이 그렇고 아주 작은 따돌림이 그렇다.

실은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때로는 정의보다는 사랑이고 이해라는 것

울고 웃고 죽고 살고.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한순간에도 수많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뭐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며 울다가 웃는다...... 하지만 겪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 누가 그러더라구,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사랑한다고 해서 그걸 꼭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란 걸 나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해 존재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그다지 순수하지 않다.
문학작품으로서의 즐거운 나의 집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과 함께 몇번째 남편인가가 소송을 할꺼라는 기사들과
세번의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공지영의 사생활을 훔쳐보기 위함이었다.

책의 카피에 써있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처럼
대단한 가족의 의미를 원한다면, 영화 <가족의 탄생>이 훨씬 완성도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순수하게 문학작품으로 읽은 사람들에게 가족을...
글의 시점인 큰딸 위녕이 표현하는 '그렇게 쉬운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어느 정도 동감한다.

작가 공지영에 대해서 한가지 고백하자면...
내가 공지영을 탐탁치 않게 봤던 건...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는 왜 이렇게 잘난척하지? 라는 느낌을 받은건...
내가 느끼기에 '너희는 이런거 모르지?' 라는 느낌의 문체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내가 인정할 만한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마찬가지로 '또 잘난척 하는군' 이라는 느낌은 없지않지만,
이제, 그녀를 이혼을 세번 했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제멋대로 살았다고 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녀는... 나는 아직 한번도 하지 못한 결혼을 세 번이나 했고,
세 명의 아이를 낳아 키울만큼 뜨겁게 사랑하며 살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덧붙임.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에서 작가로 나오는 엄마가 언니랑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 글 안쓰는 데 가서 살고 싶다고 하거나,
하느님한테 기도한다고 하면서 큰소리 치며 따지는 거나,
말도 안되는 말로 어이없게 하는거나,
잘 웃고, 잘 울고 하는거 다...

내가 이 말을 했을때, 언니는 버럭 화를 냈다.
'내가 이혼 세 번한 여자처럼 보여?' 라고...
어찌나 유치하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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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니 2007/12/18 16:00 address edit & del reply

    일기에 자주 '언니'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언니.. 참 괜찮은 사람 같아.. 난 잘 모르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 드네.. ㅡ.ㅡ;;;

  2. 민정 2007/12/18 21:59 address edit & del reply

    난 어쩐지 그 언니랑 잘 지내는 동생이 더 괜챦아 보이네...^^;;

  3. BlogIcon 물결's 2007/12/18 22:30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니까요...
    전 그 언니보다 언니 주변 사람들이 훨씬 더 좋더라구요... ㅋㅋ

  4. 언니 2007/12/23 02:17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책이 뭐가 좋다는 거냐? 난 전체적으로 좀... 아니었어.. 신문 연재라 급하게 쓴 흔적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고.
    그리고. 여자주인공이랑 나랑 뭐가 닮았다는건지. 나보다 좀 괜찮더만. ㅡ.ㅡ;

  5. 언니 2007/12/23 02:17 address edit & del reply

    책에 마구 줄 그었다. 정리하고 돌려주께.
    니가 빌려간 내 책에도 마구 줄 그어도 좋아.

    • BlogIcon 물결's 2007/12/23 11:58 address edit & del

      어... 어제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는데...
      살짝살짝 줄쳤는데... 마구마구 치도록 학지. ㅋㅋ

  6. 원영 2007/12/23 13:42 address edit & del reply

    나는 이런 글을, 폭력적 글쓰기라고 부른다.
    자신을 가십화하면서 합리화하고, 주위에 무례를 범하는 글쓰기.
    뭐, 그런 폭력적 글이 세계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된다면야, 예술의 이름으로 용서가 될 터이지만
    그런 글은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되어 환경 오염이나 시키니 말이야.
    게다가 이 글은, 화자를 딸애로 하는 교활함까지 갖추었으니,
    적어도 나한테는 참으로 삼류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지.

    이 소설은 미섭이가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에 미섭이 <수준>에서 황당해하더군.
    소설의 화자가, 공부 별로 못 하는 캐릭터인 모양인데
    끝부분에 교대에 간다나 어쩐다나.
    교대 갈 실력이면, 전교 탑 수준이라면서, 속은 걸 분해하더군.

바다, 사람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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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17
신두리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소심한 도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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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 ... 가쿠타 미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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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 / 가쿠타 미츠요 / 임희선 역 / 작품


에리코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은 한 5년 전부터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결부되어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난 생각한다. 5년 전에 에리코는 나와의 육체관계를 거부했다. 언젠가는 풀리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대로 5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대화도 맞물리지 않게 되었다. 에리코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바로 그런 착각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사람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잖아.

그게 선입견이라는 거야.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진짜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말할 필요가 없어서 입 밖에 내지 않는 일이라면 많이 있다.

그리고 또 밭도 보이지? 그 파란색도 건전한 이미지를 주거든. 빛과 녹음, 이것만 있으면 사람들은 예외없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안심하게 되어 있단 말이야. 특히 집에 관해서는 더하지. 안전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쩌면 그건 환상일 뿐이고 사람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빛도 아니고 녹음도 아니고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가족들끼리 서로 감추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가훈을 만든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내가 만든 가정은 우리 친정어머니가 만든 저 비참한 집과는 다르다. 내가 만들어낸 가정에는 숨겨야 할 창피한 일도, 나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건 다른 가족들에게 털어놓자고 나는 몇 번이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내 남편은 내가 치를 떠는 친정어머니랑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은 짓을 하려 하고 있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숨겨야 할 일'을 일부러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남자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는 우리 집의 가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렇다. 내가 열심히 만든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환하게 빛나는 미래를 위해. 찬란한 현재를 위해.

또 옆으로 이동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위로 쌓이는 것이 없는 생활.

어린 아이는 정말 힘없는 존재다. 부모가 아무리 멍청하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도 거기밖에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 전심전력을 대해서 부모를 사랑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것으로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가족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께 살게 되어,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것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이 차에 함께 있게 된 사람 전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몇 분 후에 내 바로 앞에 서 있는 스케이터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확 돌아서 칼을 휘두를 가능성과, 중학교 3학년짜리 성실한 남학생이 아빠의 애인인 줄도 모르고 가정교사를 러브호텔로 유혹할 가능성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이 실내의 이런 느낌이 무엇인가와 비슷하다고 처음 여기서 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을 때부터 줄곧 생각했었는데, 그 무엇인가가 도대체 뭔지, 고우가 거실 전체에 붙여놓은 장식을 보고서야 알았다. 학예회다. 다카시 부인의 지나치게 명랑한 목소리와 태도, 모래사장 놀이터가 문제라고 중얼거리던 고우가 내보이는 자기 말과는 정반대로 보이는 천진함.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초라한 포스터, 실내 전체를 싸구려 세트로 바뀌게 만드는 티슈로 된 꽃장식.

역 자동 잠금장치. 아까 들었던 고우의 말이 생각났다.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집에 외부 인간에게는 닫혀진 자동 잠금장치 문이 존재한다. 고우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자물쇠는 바깥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집 안 사람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잠겨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식탁을 둘러싼 이곳에는 다섯 개의 문의 있다.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똑같이 생긴 방문들. 다섯 개의 문 안쪽에는 각각 징그럽고 보기 싫고, 하지만 남들이 보면 치사하기 짝이 없는 비밀들이 왕창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식하며 살아 있을 것이다.

이건 좀 이상한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는 비밀이 되지 않는 일인데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면 숨길 필요가 생긴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잘못해서 사람을 죽였다면 어떨까? 그러면 가족한테만은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체포될 생각이 정말로 없다면 가족한테만은 사실대로 말하고 제발 숨겨달라고 울며 부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건, 어느 시대였건, 어느 장소였건, 아무튼지 간에 지금처럼 이렇게 우리는 사람들과 같이 무리를 이루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그렇잖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미움이라는 걸 알고 있고, 특별히 외로운 것도 아닌데 외로움이 어떤 건지 알잖아.



<좋지 아니한가> 라는 영화가 있다.
김혜수가 추리닝에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고, 이기우도 나오고, 정유미도 나오는...
혈연으로 이루어져있기는 하나,
내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고찰? 이라고 해야하나...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서 각자를 인정하고 다시 함께 살아간다는 얘기로 끝이났던거 같다.
아무튼,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펼쳐 놓는 모습이 비슷해서,
어쩌면 이 책이 원작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족이란 정말 어떤 관계일까?
함께 살아야하고,
모든 것을 이해해야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같은 사랑을 베풀어야하는?
그러나,
가끔은 함께 사는 것이 답답하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고,
가끔은 하느님과 같은 사랑은 커녕 남만도 못하기도 하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시작이 가족인 것 같기는 하다.

베스트셀러 라고 읽어볼만하다고 해서 읽어보긴 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그러나 생각해볼만한 책. ^^

<좋지 아니한가>와
파란을 일으키면 대종상 작품상을 받아낸 <가족의 탄생>과 함께 비교해서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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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밥을 먹으면서 ... 가족의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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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랑 같이 살면 되잖아

누나 한번만 웃자, 누나 착한 사람이잖아

-

참 대단들 하시다, 우리 엄마나 저 아저씨나.
그깟 연애가 머라고, 이렇게들 나쁘게 살아요?

-

구질구질한 게 아니라, 정이 많으셨던거야.

나, 니 옆에 있으면 외로워서 죽을거 같애.

헤픈 거 나쁜거야?

야, 헤어지면 머 밥도 안먹니?
아이구 야, 헤어지고 나서도 밥 세끼 잘먹고 잘살고 다 그래.
뭐 그게 대수니? 아이구, 괜찮아, 다 헤어져. 밥은 먹어야 되잖아.



극장에서 안 본 게 후회되는 영화.
대단한 스케일이나 엄청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극장에서 봤으면 감동이 배가 됐을 것 같은, 그래서 더 따뜻했을 것 같은 영화.

가족이란, 혈연으로 형성된 관계가 아닌,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루어지는 관계라는 것이
영화를 보고난 후, 나의 생각이다.

기쁨도, 슬픔도, 노여움도, 외로움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함께 나누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해소되고, 치유받는 관계.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미라(문소리)와 무신(고두심)이 밥을 먹고 있고,
어린 채현이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장면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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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공효진)이 엄마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집에서 엄마가 가져다놓았던 여행가방을 열어보고 울던 장면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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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장면은...
삐진 경석(봉태규)과 술취한 채현(정유미)이 화해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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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현 : 느끼한 눈빛인데... 내가 그렇게 이뻐?
                                                경석 : 냄새나. 니 입에서 마늘 냄새나.
                                                채현 : 아~~
                                                경석 : 너 나한테 집중 좀 해주면 안되냐?
                                                채현 : 집. 중.
                                                경석 : 술 취하면 이뻐야 하는데, 입에서 마늘 냄새나.
                                                채현 : 나두 사랑해. 많이 많이.
                                                경석 : 나는 챙피해. 많이 많이 많이.


그리고... 기억에 남는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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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경석과 채현이가
기차에서 내려, 엄마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서,
보물찾기 하던 곳.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춘천 어디쯤 일 것 같은데...

또 하나는 ... 정유미 라는 배우
눈 여겨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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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lt;가족의 탄생&gt; 김태용 감독 인터뷰 중 ... 필름 2.0

    Tracked from from 진아 2007/01/24 01:19